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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 지붕, 불붙으면 순식간"…'화재 사각지대' 전통시장 전문가 동행 점검해보니

“아케이드 지붕이 폴리(카보네이트)네, 이건 불 한번 붙으면 순식간이에요. 밑에는 샌드위치 패널에 간판까지 있네. 이거 큰일 납니다.”
 
 지난 2일 강원 원주시 중앙시장에서 불이나 점포 40곳이 불에 타고 7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하루 뒤인 3일에는 인근 재래시장에서 다시 또 화재가 발생해 점포 10곳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서울에서도 최근 3년(2015~2018년)동안 전통시장에서 35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한 달에 1건꼴이다. 특히 전통시장은 상가가 밀집해 있고 유동인구가 많아 요즘과 같이 건조한 날씨에 불이 붙으면 피해가 삽시간에 커진다. 화재 위험지대가 된 시장의 화재 대비 현실은 어떨까. 4일 방재전문가와 함께 서울 시내 시장을 둘러봤다.
 
◇카보네이트 천장에 소방로도 미확보
서울시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신발도매상가 인근 시장.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천장과 상점을 번갈아 가리켰다. 폴리카보네이트 천장은 약 200m 길이의 시장 전체를 덮고 있다. 이 교수는 “여기 간판이랑 조명 바로 위에 샌드위치 패널이 있는데, 시장 화재의 절반은 전기에서 시작한다”며 “스파크가 옮겨 불이 붙으면 천장을 따라 시장 전체로 불이 번질 수 있다. 불길의 통로가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4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신발도매상가 인근 시장의 한 상점 전면부 모습. 샌드위치 패널로 된 차양 가까이 전구와 간판이 설치돼 있다. 천장은 내연성이 낮은 폴리카보네이트 재질 천막이 덮고 있다. 남궁민 기자

4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창신동 동대문신발도매상가 인근 시장의 한 상점 전면부 모습. 샌드위치 패널로 된 차양 가까이 전구와 간판이 설치돼 있다. 천장은 내연성이 낮은 폴리카보네이트 재질 천막이 덮고 있다. 남궁민 기자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소방로 미확보’도 눈에 띄었다. 시장 바닥에는 노란 경계선이 그어져 있다. 이동 공간과 소방로 확보를 위해 그어진 선이다. 하지만 상점을 따라 늘어선 매대로 인해 2~3명이 겨우 지나갈 만큼 폭이 좁은 곳이 흔했다. 이 교수는 “시장 특성상 경계선을 넘어 제품을 놓는 경우가 있을 순 있다”면서 “하지만 이동이 불가능한 매대는 다르다. 소방차나 장비가 아예 접근을 못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연성 자재, 소방로 미확보 등 취약점이 드러났지만 서울시는 대응책이 마땅치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폴리카보네이트 천장이 화재 대비에 취약하다는 점은 알고 있다”면서 “내연성 천장으로 교체하는 사업이 있긴 하지만 100m가 넘어가면 10억원 가까운 비용이 드는 데다 상인과 건물주의 동의까지 얻어야 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광장시장 화재 대비 으뜸, 좁은 이동로는 한계 
서울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으로 자리 잡은 광장시장은 어떨까. 광장시장에는 자체적으로 소방대뿐 아니라 소방차까지 갖추고 있다. 천장은 상대적으로 내연성이 높은 아크릴로 이뤄졌고, 스프링클러와 CC(폐쇄회로)TV가 설치됐다. 이 교수는 “관리하는 법인이 있고 시와 시민들의 관심이 높은 광장시장은 화재 대비로는 전통시장 중 손꼽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북2문 인근 길을 따라 노점이 늘어서 있다. 사람 두 명이 동시에 걷기도 힘든 좁은 이동로로 인해 화재 발생시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남궁민 기자

지난 3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북2문 인근 길을 따라 노점이 늘어서 있다. 사람 두 명이 동시에 걷기도 힘든 좁은 이동로로 인해 화재 발생시 대형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남궁민 기자

하지만 높은 방재 대비 수준을 보여준 광장시장에서도 사각지대는 드러났다. 노점이 들어찬 시장 동편 먹거리 골목은 한두 사람도 지나가기 어려울 만큼 이동로가 좁다. 직물점이 모여있는 시장 뒤편 골목은 원단과 이불, 베개 등 상품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광장시장을 운영하는 ‘광장’ 관계자는 “먹거리 골목의 노점은 광장이 관리하는 이들이 아니다. 광장의 관리대상도 아닌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동공간을 지키려고 20여명의 직원들이 매일 지도하고 있지만 일부 상인들은 민원을 넣거나 경찰 신고까지 하면서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도 개선과 함께 상인들 인식변화도 필요"  
서울 시내 전통시장 중 화재 대비가 비교적 우수한 광장시장 소방대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소방차. 광장시장 인근에서 상시 대기하며 화재에 대비한다. 남궁민 기자

서울 시내 전통시장 중 화재 대비가 비교적 우수한 광장시장 소방대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소방차. 광장시장 인근에서 상시 대기하며 화재에 대비한다. 남궁민 기자

종로구 일대 시장을 둘러 본 이 교수는 제도 개선과 함께 상인들의 인식 변화를 주문했다. 이 교수는 “국가화재안전기준에 따르면 제품은 천장에서 60cm정도 높이까지 떨어뜨려야 한다. 스프링클러가 닿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곳곳에 방화문 설치도 의무화했다. 하지만 결국 상인들의 주의 노력이 따라야 성과가 날 수 있다”면서 “제도를 정비하면서 상인들도 함께 재난 대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궁민 기자 namg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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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