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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퇴직한 선배에게 주유소 취업 권한 까닭

기자
박영재 사진 박영재
[더,오래] 박영재의 은퇴와 Jobs(36)
컨설턴트인 김선호 씨는 지난주에 만난 3년 선배가 생각난다. 그 선배는 8개월 전 52세 나이로 국내 굴지 통신회사의 부장으로 재직하다가 원치 않게 퇴직했다. 친한 선배였지만 너무 바빠 퇴직하고 1개월 후 선배를 만나게 됐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큰 실수를 했다. 선배가 하는 이야기가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말만 하는 것이었다.
 
김 씨는 원치 않은 퇴직을 해 마음이 편치 않은 선배에게 주유소에서 기름 넣는 일이나 알아보라는 실수를 해 버렸다.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선배가 안타까워 조언을 한다는 게 너무 직설적으로 말해 선배의 기분을 나쁘게 한 것이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김 씨는 원치 않은 퇴직을 해 마음이 편치 않은 선배에게 주유소에서 기름 넣는 일이나 알아보라는 실수를 해 버렸다.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선배가 안타까워 조언을 한다는 게 너무 직설적으로 말해 선배의 기분을 나쁘게 한 것이다. <저작권자 ⓒ 1980-2018 ㈜연합뉴스>

 
선배가 이야기하는 중간에 말을 끊고 “아니! 선배, 다 좋은데 주유소를 먼저 가셔야겠습니다”, “나 어제 주유했는데”, “아니 주유 이야기가 아니고 주유하는 일을 알아보셔야 합니다.”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다.
 
순간 김선호 씨는 ‘아차!’ 했다. 대기업 부장으로 있던 사람에게, 그것도 원치 않은 퇴직을 해 마음이 편치 않은 사람에게 후배가 주유소에서 기름 넣는 일이나 알아보라고 하니 당연히 기분이 나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김 씨가 실수한 것이다. 같은 말이어도 직설적으로 하면 안 됐다. 돌려서 이야기해야 했다. 그러나 회사를 퇴직한 지 1개월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선배가 너무 안타까워 조언한다는 게 그만 실수를 한 것이다.
 
간신히 분위기를 수습하고 나오면서 “햐, 저 선배 성격을 보면 앞으로 6개월은 얼굴 보기가 힘들겠는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일이 있은 지 7개월이 지나 다시 만나게 됐다. 그때 선배가 물었다. “아니 7개월 전에 왜 나에게 주유하는 일을 하라고 했어?”
 
퇴직자 주변을 서성거리는 하이에나들
하이에나는 뼈까지 씹어 먹어 남는 것이 없다. 김 씨는 7개월이 지나 다시 만난 선배에게 이런 하이에나 같은 사람을 조심했으면 하는 마음에 선배에게 주유소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pixabay]

하이에나는 뼈까지 씹어 먹어 남는 것이 없다. 김 씨는 7개월이 지나 다시 만난 선배에게 이런 하이에나 같은 사람을 조심했으면 하는 마음에 선배에게 주유소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pixabay]

 
김선호 씨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첫 번째 이유는 퇴직한 선배를 기다리고 있는 곳은 말랑말랑한 사회가 아닙니다. 정글에 던져졌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정글에는 악어 떼를 비롯해 사자, 표범, 하이에나, 독사, 거머리가 득시글거리고 있습니다. 선배께서 청춘을 바쳐 모아둔 퇴직금, 은퇴자금을 노리고 있는 거머리나 하이에나 같은 사람이 너무나 많습니다. 거머리야 피 좀 빨리고 털어내면 그만이죠. 생명에는 지장 없습니다.
 
하지만 하이에나는 다릅니다. 뼈까지 씹어 먹죠. 남는 게 없습니다. 이런 하이에나를 조심해야 합니다. 선배께서 주유하면서 보면 알겠지만, 요즘 주유소엔 젊은이도 있지만 나이 지긋한 중장년도 많습니다. 이들이야말로 정글에서 산전, 수전, 공중전 다 겪은 사람입니다. 저는 선배가 이런 분들과 부딪히면서 정글의 실상을 있는 그대로 알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추천해 드렸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돈과 관련된 것인데요. 요즘 주유소에서 일하면 시간당 최저임금 8350원을 받게 되는데, 하루 8시간 일하면 6만6800원을 받게 되고, 한 달 20일 일해야 133만6000원을 받게 됩니다. 선배가 현직에 있을 때 연봉이 1억 원을 상회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연봉 1억 원을 받을 때 느끼게 되는 133만원과 이 추위에 미세먼지 마셔가면서 한 달 동안 온종일 일해야 통장에 133만원이 입금된 것을 보았을 때 과연 돈에 대한 느낌이 같을까요.” 이 설명을 듣고 선배가 말했다. “그때 내가 너무 화를 내서 미안하네.”
 
연봉 1억 원을 받을 때 느끼게 되는 133만원과 추위와 미세먼지를 마셔가며 한 달동안 온종일 일해야 통장에 133만원이 입금된 것을 보았을 때 돈에 대한 느낌이 같을까? [사진 pixabay]

연봉 1억 원을 받을 때 느끼게 되는 133만원과 추위와 미세먼지를 마셔가며 한 달동안 온종일 일해야 통장에 133만원이 입금된 것을 보았을 때 돈에 대한 느낌이 같을까? [사진 pixabay]

 
직장인의 평균 퇴직 나이 49세
우리나라에서 주된 직장에서 퇴직하는 나이가 평균 49.1세라고 한다. 그런데 막상 퇴직한 중장년이 마주치는 것은 정글과도 같은 상황이다. 이들이 퇴직 후 생활이나 일자리에 대해 국가나 사회 차원에서 마련한 대책이 너무나 부실하고, 퇴직 전 이에 적응할 수 있는 교육을 받을 기회도 거의 없다.
 
아무런 준비 없이 정글로 던져진 중장년은 가족에 대한 책임감에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당장 정글을 탈출하기 위한 지도 한장도 손에 쥐어지지 않는다. 나침반도 비상식량도 없이 오로지 정글 속을  헤매다 결국은 늪에 빠지거나, 맹수에게 물려 탈출에 실패하게 된다. 그리고 서서히 도시 빈민으로 전락해 간다.
 
2017년 8월 정부에서 최초로 ‘신중년 인생 3모작 기반구축계획’을 발표하면서 다양한 내용의 지원정책을 소개했다. 중장년 퇴직자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을 보였지만, 실제 피부로 체감하는 효과는 미비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또 지원 사업에 대한 홍보가 너무나 부족해 퇴직자들이 필요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퇴직자 스스로가 지원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고용노동부 워크넷을 방문하고, 거주지 근처 고용·복지센터를 방문해 보자.
 
퇴직 후 돈과 관련된 문제는 매우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출처 박영재, 제작 유솔]

퇴직 후 돈과 관련된 문제는 매우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다가온다. [출처 박영재, 제작 유솔]

 
다음 도표는 수입 곡선과 지출 곡선을 나타내고 있다. 60세에 퇴직한다고 가정할 때, 수입 곡선은 취업한 순간부터 지속해 상승하다가 퇴직 직전에서 정점을 형성한다. 하지만 퇴직하면 수입이 뚝 떨어진다. 지출 곡선은 처음에는 시간이 흐르면서 점진적으로 상승하고, 어느 시점부터는 수입 곡선을 상향 돌파하는 지점이 나타난다. 이를 경제적 정년이라고 하는데, 대개 48세 전후라고 한다.
 
지금은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점점 늦춰지는 경향이 있다. 지출 곡선 역시 퇴직 전에 가장 높게 나타나는데, 이때가 자녀가 대학생이거나 결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퇴직 후 지출 곡선은 수입 곡선만큼 급격하게 줄지 않는다. 서서히 줄다가 어느 시점에 다시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바로 의료비 때문이다.
 
퇴직하면 꼭 실행해야 할 지출 통제
정년퇴직한 경우도 지출을 30% 이상 줄이기도 어렵다고 한다. 지출에 대한 것은 정말 철저하게 점검하고 통제해야 한다. 혼자서는 힘들고 부인과 함께 계획을 세워야 한다. 현재의 자산상태를 점검해 본인의 향후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아울러 새로운 경력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기간과 예산을 검토하고, 이 과정에서 줄여야 할 것은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자동차는 사용자산이다. 시간이 갈수록 감가상각으로 자산가치는 떨어지고, 보험료·세금·기름값 등을 고려하면 너무 큰 비용이 지출된다. 자동차를 유지해야 하는가를 검토해서 필요 없으면 과감하게 처분하고, 만일 자동차가 두 대이면 본인의 차를 처분해야 할 것이다(일반적으로 유지비가 훨씬 많이 들기 때문이다).
 
통신 요금을 확인해 과감하게 알뜰폰으로 갈아타고, 골프를 꼭 쳐야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본인이 노력해야만 부인이 함께 공감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박영재 한국은퇴생활연구소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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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