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모든 고객 평등하게" 건물주도 줄 서야 먹을 수 있는 식당

기자
이준혁 사진 이준혁
[더,오래] 이준혁의 창업은 정글이다(3) 
국내 대표 외식 브랜드와 식당 300여개를 오픈한 외식 창업 전문가다. 지난 30여년간 수많은 식당을 컨설팅하고 폐업을 지켜봤다. 자영업을 희망하는 사람과 폐업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을 위한 대안과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전 정주영 회장이 헬기의 운행 중단으로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갔다. 그러나 그룹에서 가장 높은 어른이 택시를 타고 호텔로 오리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도어맨이 택시를 지나쳐 벤츠 승용차로 달려가는 일이 있었다. [사진 pixabay]

전 정주영 회장이 헬기의 운행 중단으로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호텔로 갔다. 그러나 그룹에서 가장 높은 어른이 택시를 타고 호텔로 오리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도어맨이 택시를 지나쳐 벤츠 승용차로 달려가는 일이 있었다. [사진 pixabay]

 
나는 약 30년 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을 4년간 모신 적이 있는데, 지금도 잊을 수 없는 사건이 하나 있다. 1992년 정 회장이 대선에 출마해 경북 포항과 안강지역 유세를 마치고 경주현대호텔까지 헬기로 이동하려고 했지만 헬기의 운항이 갑자기 중단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야 했다.
 
그룹에서 가장 높은 어른이 설마 택시를 타고 호텔로 오리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호텔 현관 도어맨이 번쩍번쩍 빛나는 벤츠 승용차로 달려갈 즈음 택시에서 정 회장이 홀로 문을 열고 내렸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호텔은 발칵 뒤집혔다.
 
정주영 회장이 탄 택시 무시한 호텔 도어맨
호텔의 주인인 정 회장에 대한 영접 자체를 깡그리 무시했으니 그 뒤에 일어난 일은 독자의 상상에 맡긴다. 호텔에 먼저 도착한 건 정 회장의 택시였지만,  벤츠 승용차의 문을 먼저 열어 준 차별적 서비스가 낳은 참사였다. 서비스업에서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일화다.
 
나도 다양한 주제의 강의를 기업체, 관공서, 대학에서 하곤 하는데, 서비스업의 본질에 관해 얘기할 때 반드시 인용하는 사례가 택시 탄 회장님 얘기다. 우리 사회는 명함의 무게로 사람을 대하는 일이 일상적이다. 명함에 나타난 직함을 보고 사람을 미리 판단해 굽신거리며, 차별한다.
 
바르미샤브 메뉴. 몇 년 전 대구에서만 알려진 지방 브랜드인 바르미샤브 대표를 만났다. 바르미샤브 대표는 식당을 이용하려면 건물주인 대성그룹 회장도 미리 줄을 서야 할 만큼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사진 이준혁]

바르미샤브 메뉴. 몇 년 전 대구에서만 알려진 지방 브랜드인 바르미샤브 대표를 만났다. 바르미샤브 대표는 식당을 이용하려면 건물주인 대성그룹 회장도 미리 줄을 서야 할 만큼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사진 이준혁]

 
몇 년 전 대구에서만 알려진 지방 브랜드인 바르미샤브 대표를 만나 전국적 브랜드로 만들어 줄 것을 의뢰받았다. 신도림 현대백화점에 오픈한 바르미샤브&샐러드의 경우 오픈 초기부터 예약을 받지 않는 시스템으로 운영했다. 매장 실내에 당시로선 보기 힘든 냇가를 만들고 전망이 좋은 곳을 중심으로 한 단독 룸 배치했고 여성들이 좋아하는 무한리필 샐러드바를 도입했다.
 
오픈 첫 달부터 한 시간 이상 줄을 서는 소위 대박집이 됐다. 식당을 이용하려면 건물주인 대성그룹 회장도 미리 줄을 서야 할 만큼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다. 이유는 고객을 평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평소의 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세계적인 다국적 호텔 체인인 하얏트 호텔 그룹의 캐치프레이즈는 ‘Human Touch in Hyatt’다. 고객이 청소부든 대통령이든 하얏트 안에서는 누구나 감성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고 직원들에게 매뉴얼처럼 가르치고 있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게 자행되던 갑의 폭력이 실시간 SNS로 증폭되는 초연결사회인 요즘은 그 실체가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직원들을 내부고객이라 부르는 시대에 대한항공 모녀 일가가 벌인 갑질을 보고 국민은 경악했다. 몽고간장, 대림산업, 종근당, 심지어 초등학생인 모 언론사 사주의 손녀까지 갑의 행태에 사회가 분노하고 있다.
 
식당, 의류매장, 주유소, 부동산 중개소 등 서비스업 종사자나 주인들도 고객을 차별해 대하기도 한다. 택시나 티코 같은 소형차를 타고 오는 고객을 대하는 종업원의 말투나 표정은 고급 외제 차를 탄 고객을 대할 때와는 사뭇 다르다.
 
1996년 김영삼 대통령과 하시모토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한 것으로 유명한 벳푸의 일본 최대 온천호텔 스기노이 호텔에서 한국관광협회 후원으로 연수를 받을 때 일화다. 9시 체크아웃 시간이 되면 호텔을 떠나려는 수십 대의 관광버스가 호텔 로비에 서 있고, 웨이터·프런트·조리사 등 직원들이 버스 옆에 도열해 버스가 떠날 때까지 얼굴에 만면의 미소를 띠고 열렬히 환송한다.
 
스기노이 호텔의 직원들은 체크아웃 시간이 되면 버스 옆에 도열해 버스가 떠날 때까지 얼굴에 만면의 미소를 띠고 열렬히 환송한다. 버스가 모두 통과해도 10초 정도 더 정문을 향해 작별 인사를 한다. 사진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시 고려호텔 직원들 환송받는 남측 수행원들 모습이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스기노이 호텔의 직원들은 체크아웃 시간이 되면 버스 옆에 도열해 버스가 떠날 때까지 얼굴에 만면의 미소를 띠고 열렬히 환송한다. 버스가 모두 통과해도 10초 정도 더 정문을 향해 작별 인사를 한다. 사진은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시 고려호텔 직원들 환송받는 남측 수행원들 모습이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보통 50여 대의 버스가 호텔 정문을 전부 통과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 남짓 된다. 그 시간 동안 누구 하나 찡그리는 표정 없이 손을 흔들고 눈인사를 하는데 너무나도 진심 어린 표정들이다. 이상한 점은 마지막 버스가 전부 호텔 정문을 통과했는데도 약 10초 정도 더 정문을 향해 손을 흔들고 머리를 숙이고 작별 인사를 한다는 점이다.
 
서비스의 본질은 평등함과 진정심
나중에 와다나베 회장에게 고객이 탄 버스가 사라졌는데도 왜 머리를 계속 숙이고 있었냐고 그 연유를 물었을 때 “우리 호텔은 저렴한 단체 관광객이든 롤스로이스를 탄 황족이든 똑같은 마음으로 서비스한 지 60년이 넘었습니다.
 
그들은 떠났지만 그들이 우리 호텔에 머물고 간 동안 소비를 해 준 점에 대한 감사를 표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 광경을 보고 있는 남아있는 고객에게도 똑같은 정성으로 모시겠다는 다짐을 보여주는 것이기에 버스가 사라져도 10초 정도 더 머리를 숙이는 것입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서비스업의 본질은 평등함이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심이다. 똑같은 마음으로 한결같이 고객을 대할 때 떠나는 고객도 남아 있는 고객도 다시 이곳을 찾겠노라고 마음속으로 결심하게 한다. 굳이 광내고 떠들고 말하지 않아도 진심은 통하고, 이런 마음가짐의 실천이야말로 내가 운영하는 공간을 명품으로 만든다.
 
발 냄새나는 흙 묻은 노동자의 신발을 털어 가지런히 신발장에 정리하는 그 마음이 성공으로 가는 작은 점이 되는 것이다. 이런 마음이 없다면 서비스업에 발도 들여놓지 않는 게 좋다.
 
이준혁 전 상지대 겸임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