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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로시 “장벽 예산 한 푼도 없다”…더 꼬이는 셧다운 해법

최익재의 글로벌 이슈 되짚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멕시코 장벽 건설 관련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멕시코 장벽 건설 관련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가 2주일을 넘기고 있지만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공화·민주 양당 지도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해결책을 논의했지만 입장을 좁히지 못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은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예산을 둘러싸고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며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번 싸움의 양측 좌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8년 만에 하원의장으로 복귀한 낸시 펠로시 민주당 원내대표다. 펠로시 원내대표는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승리로 지난 3일 다시 하원의장을 맡게 됐다. 그는 하원 개원 첫날부터 날을 세웠다.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멕시코 장벽 건설 비용을 예산에 반영할 것이냐’는 질문에 단호하게 “노(No)”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아무리 설득해도 소용없다”고 못을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 장벽 건설 예산 50억 달러를 뺀 ‘민주당표 예산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민주당이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나를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집 주변에 벽을 세웠다. 미국도 같은 게 필요하다”며 “국경 장벽이 주는 혜택에 비하면 관련 예산이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2일 시작된 이번 셧다운은 미 역사상 20번째로 트럼프 정부 들어 세 번째다.
 
◆스미소니언 박물관도 폐쇄=예산 부족으로 문을 닫는 박물관과 동물원·국립공원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일엔 워싱턴의 유명 관광지인 스미소니언 박물관 19곳이 폐쇄됐다. 박물관 측은 “연방정부의 셧다운 탓에 모든 박물관과 국립동물원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고 밝혔다. 연말까진 관람객을 받았지만 더는 버티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국립공원도 비상이 걸렸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은 최근 캠프장 일부를 폐쇄했다. 예산 부족으로 쓰레기와 화장실 오물 처리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그랜드 캐니언과 브라이스 캐니언, 데스 밸리 등도 조만간 똑같은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국립해양대기국(NOAA), 국립과학재단(NSF), 지질조사국(USGS) 등 정부 지원 연구도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소속된 과학자들이 일시 해고됐기 때문이다. 실제 농무부 산하 국립식량농업연구소의 경우 전체 직원 399명 중 4명만 출근하는 실정이다.
 
◆“무보수 근로 안 돼” 공무원 반발=CNN 등에 따르면 이번 셧다운으로 미 연방정부 15개 부처 중 9곳이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전체 연방 공무원 210만 명 중 80만 명에 해당된다. 이 중 45만 명은 필수 직군으로 분류돼 월급도 받지 못한 채 일하고 있다. 나머지 35만 명은 일시 해고 상태로 아예 출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연방 공무원들은 이에 반발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약 70만 명의 노조원을 보유한 연방공무원노조(AFGE)는 필수 인력으로 지정된 공무원들의 무급 근로를 문제 삼았다. AFGE는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무임금으로 일하도록 한 것은 불법이며 공정노동기준법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급여를 받지 못해 집세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공무원들에게 보낸 가이드라인이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난도 일고 있다. 연방 인사관리처(OPM)는 최근 “셧다운으로 집세를 제때 내지 못하는 공무원들은 집주인에게 편지를 보내 집 관리를 위한 페인트칠이나 목공을 직접 할 테니 집세를 깎아 달라고 요청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대해 공무원들 사이에선 “셧다운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호도하는 비현실적인 대책”이라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쟁점은 멕시코 국경 장벽 예산=이번 사태의 발단은 장벽 건설 예산을 둘러싼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간 힘겨루기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원한 예산은 250억 달러였다. 민주당이 반발하자 50억 달러로 낮췄지만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팽팽한 대립으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자 민주당은 장벽 건설 예산을 뺀 ‘패키지 지출법안(예산안)’을 만들었다. 셧다운은 풀고 장벽 건설은 나중에 논의하겠다는 전략에서다. 하지만 이 예산안 또한 의회 통과는 불가능하다. 지난 3일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에선 통과됐지만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을 통과하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워싱턴 정가에선 셧다운에 따른 정치적 셈법 계산에 분주하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장단점이 있다. 셧다운이 지속될 경우 국정 운영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반면 지지자들의 결집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민주당의 경우 ‘러시아 게이트’ 등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할 다른 이슈들이 묻힐 것을 우려하고 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과 펠로시 원내대표 모두에게 리스크가 있는 싸움으로 양측 모두에게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되자 중재안도 속속 나오고 있다. CBS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절친한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장벽 건설 예산 승인과 불법 체류자의 체류 자격 연장을 맞바꾸자고 제안했다. 70만 명에 달하는 불법 청소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DACA) 수혜자들에게 3년간 합법적 체류와 취업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중남미 난민자 30만 명의 합법적 임시보호신분(TPS)을 연장해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이민 정책에 대한 반발을 진정시키겠다는 의도다. 민주당 일각에서도 이 같은 빅딜을 통해 셧다운 사태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향후 극적 타협이 이뤄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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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