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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점심은 없다”가 경제학자 프리드먼의 명언이라고?

[김환영의 영어 이야기] 인용문은 글감 보물창고
어떤 언어를 사용하건 우리는 사실 모두 인용자(quoter)다. 누군가의 말을 인용하지 않는 언어생활은 불가능하다. 인용문(quotation)과 친근하지 않으면 영어 구사력이 고급 수준으로 도약하기 힘들다. 다음 말들은 인용문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용문은 많은 이들에게 가장 강렬한 삶의 기쁨을 선사한다.” 찰스 다윈(1809~82)의 손자이며 골프 전문 서적을 여러 권 집필한 버나드 다윈(1876~1961)이 『옥스퍼드 인용문 사전(Oxford Dictionary of Quotations)』(이하 『ODQ』)의 초판(1941) 서문에서 한 말이다.
 
 
미 문화 지형 바꾼 베스트·스테디셀러로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인용문은 우리 무의식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파고든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인용문을 사용한다.” 『바틀릿의 친근한 인용문(Bartlett’s Familiar Quotations)』(이하『BFQ』) 16판과 17판의 총괄 편집자인 저스틴 캐플런(1925~2014)이 한 말이다.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는 “인생 그 자체가 인용문이다(Life itself is a quotation)”라고 말했다.
 
인용문은 대부분 격언이나 아포리즘이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격언(格言)을 “오랜 역사적 생활 체험을 통하여 이루어진 인생에 대한 교훈이나 경계 따위를 간결하게 표현한 짧은 글”, 아포리즘(aphorism)을 “깊은 진리를 간결하게 표현한 말이나 글”로 정의한다. 하지만 quotation(쿼테이션)은 격언·아포리즘보다는 명언(名言), 즉 “사리에 맞는 훌륭한 말” “널리 알려진 말”에 더 가깝다. 쿼테이션은 널리 알려진 인용문이지만, 반드시 격언·아포리즘은 아니다.
 
영어권에서 인용문 사전은 글쓰기·말하기가 생업인 작가와 토스트마스터(toastmaster, 강연 진행자)의 동반자다. 일반 가정에도 한 권씩 있다. 쓸모가 다양하다. 말할 때, 글 쓸 때 인용문의 권위를 동원할 필요가 있다. 딱히 글감·말감이 없을 때 인용문 사전을 뒤적거리다 보면 착상이 떠오른다. 공공연한 ‘영업 비밀(trade secret)’이다.
 
『BFQ』·『ODQ』가 대표적인 범용 인용문 사전이다. 둘 다 2만 개의 인용문을 수록했다. 『BFQ』는 18판(2012)까지 나왔다. 『BFQ』는 주제어가 아니라 저자 생년 순으로 인용문을 정리한다. 8판(2014)까지 나온 『ODQ』는 저자 이름 알파벳 순이다. 분야별 인용문 사전도 많다. 정치·법률·문학·유머·비즈니스 등 다양한 전문 인용문 사전이 출시됐다.
 
『BFQ』의 저자인 존 바틀릿(1820~1905)은 3세에 글을 깨치고 『성경』을 9세 이전에 완독했다. 엄청난 기억력과 성실성으로 “모르는 것은 바틀릿에게 물어라”는 명성을 얻었다. 1855년 『BFQ』 초판을 자비로 출간했다. 169명의 인용문 저자, 258페이지 분량 책이었다. 미국의 문화 지형을 바꾼 베스트·스테디셀러로 등극했다. 생전에 9판(1895년)까지 나왔다.
 
인용문 사전들은 다원주의·다문화주의의 대행진이라는 시대 변화를 반영한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유럽·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인용문을 대폭 수용했다. 성경·셰익스피어와 영어 시문학 중심이었던 『BFQ』은 정치·학술·여성·유색인종 관련 인용문을 새로운 판본이 나올 때마다 늘려나갔다. 인용문 세계의 양대 강자인 성경과 셰익스피어 비중은 줄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는 문학 인용문 비중이 줄어드는 가운데 TV·영화·광고·만화에 나오는 말들, 노랫말이 대폭 추가됐다. 다음과 같은 ‘대중적’인 인용문이 추가됐다.
 
미국 희극배우 제리 사인펠드=“누구나 섹스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 섹스 도중에도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이 없다면 섹스도 없을 것이다.(Everybody lies about sex. People lie during sex. If it weren’t for lies, there’d be no sex.)”
 
영화감독 캐머런 크로=“쇼 미 더 머니(Show me the money.)”
 
마돈나=“작은 소녀 때부터 내 목표는 같다. 나는 세계를 지배하기 바란다.(I have the same goal I’ve had ever since I was a little girl. I want to rule the world.)”
 
 
마돈나 “나는 세계를 지배하기 바란다”
 
마돈나. [EPA=연합뉴스]

마돈나. [EPA=연합뉴스]

광대한 언어 데이터베이스 덕분에 인용문의 진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예컨대 “공짜 점심이라는 것은 없다(There’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의 기원은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이 아니다. 1942년 1월 22일자 리노 이브닝 가제트에 나오는 “월러스 씨는 ‘공짜’ 점심과 같은 것은 존재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도외시하고 있다.(Mr. Wallace neglects the fact that such a thing as a ‘free’ lunch never existed)”가 원전이라는 게 밝혀졌다. 공자의 “子欲善而民善矣”가 “그대가 선(善)을 바란다면 백성도 선하게 될 것이다(If you desire what is good, the people will be good)”로 헨리 데이비드 소로(1817~62)의 『월든』(1854)에 인용됐다는 것도 파악됐다.
 
위키인용집(wikiquote.org)은 무궁무진한 인용문의 세계로 들어가는 ‘공짜’ 창문이다. 위키인용집에 따르면, “당신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나는 당신이 그 말을 할 권리를 사력을 다해 옹호할 것이다(I disapprove of what you say, but I will defend to the death your right to say it)”는 볼테르가 한 말은 아니라 볼테르의 전기 작가인 에벌린 비어트리스 홀(1868~1956)이 볼테르의 사상을 요약한 말이다.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김환영 대기자/중앙콘텐트랩

김환영 대기자 / 중앙콘텐트랩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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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