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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사랑은 가십 아닌 대화 주제”

책 속으로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마사 누스바움,
솔 레브모어 지음
안진이 옮김, 어크로스
 
‘5월·12월 로맨스(May-December romance)’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커플의 로맨스다. 5월은 인생의 봄, 12월은 인생의 겨울을 상징한다. 미국에서도 예컨대 나이가 30년 이상 차이 나는 로맨스나 결혼은 가십거리다.
 
두 명의 시카고대 로스쿨 석좌교수가 나이 먹음에 대해 공저한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은 노년의 사랑 같은 주제에 대해 흉보거나 쉬쉬하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원제가 ‘생각에 잠겨 나이 들기: 은퇴·로맨스·주름·후회에 관한 대화(Aging Thoughtfully: Conversations About Retirement, Romance, Wrinkles, and Regret)’이다. 대화라기보다는 8가지 노년의 주제에 대한 16편의 에세이 모음집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에 영감을 준 것은 고대 로마 철학자 키케로가 기원전 45년에 쓴 『노년에 대하여(De Senectute, On Old Age)』이다. 세네카가 친구 아티쿠스와 나눈 대화 형식을 띠고 있다. 둘은 당시 60대였다.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또한 저자들이 60대다.
 
누스바움은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가 선정한 ‘세계 100대 지성’ 목록에 두 번 오른 세계적인 법철학자·고전학자다. 누스바움은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장미의 기사’ 등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노년의 문제를 성찰한다. 반면 시카고대 로스쿨 학장을 지낸 레브모어는 법학자이자 경제학자라서 그런지 통계를 능숙하게 인용하며 보다 현실적·정책적 입장을 취한다.
 
독일 화가 루카스 크라나흐(1472~1553)가 그린 ‘젊음의 샘’. ‘젊음의 샘’에서 목욕하면 젊어질 수 있다는 서양 전설을 표현한 작품이다. 과학이 ‘젊음의 샘’을 발견하기 전에는 지혜롭게 늙는 게 최선이 아닐까. [사진 사일리코]

독일 화가 루카스 크라나흐(1472~1553)가 그린 ‘젊음의 샘’. ‘젊음의 샘’에서 목욕하면 젊어질 수 있다는 서양 전설을 표현한 작품이다. 과학이 ‘젊음의 샘’을 발견하기 전에는 지혜롭게 늙는 게 최선이 아닐까. [사진 사일리코]

‘생각에 잠겨’ 나이가 든다는 어떤 것일까. 누스바움에게는 철학적 성찰이 있는 노년을 의미하는 것 같다. 그는 이렇게 지적한다. “나이가 들어가는 여성의 관능적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철학은 거의 침묵으로 일관한다.” “나이듦은 일반화의 위험이 아주 높은 주제다. 우선 아동기나 청소년기와 비교해도 노년기에는 훨씬 다양하고 많은 이야기가 존재한다. 어떤 사람들은 90세가 넘어서도 건강한 반면, 어떤 사람들은 훨씬 일찍부터 심각하고 치명적인 병에 시달린다.”
 
저자들은 의견이 일치하기도 하고 정년제 문제 같은 경우엔 공방전을 벌이기도 한다. 레브모어는 정년제에 찬성한다. 미국은 차별금지법에 따라 정년제가 없다. 65세에 은퇴해야 하는 조종사 등 일부 직종만 예외다. 레브모어는 미국에 정년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정년제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역기능이 있다. 예컨대 미국 대학은 교수 정년이 없기 때문에, 겸임 교수, 박사과정 학생 등을 정규직 교수 대신 쓰고 있다. 레브모어는 사실 젊은 노동자가 나이든 노동자보다 유능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누스바움은 유럽과 아시아의 정년제가 대표적인 연령차별 사례라고 본다. 그는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 혁명적인 의식변화가 필요했는데 연령차별의 경우 의식혁명의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또 “여성과 남성 모두 일이 없으면 더는 섹시하거나 로맨틱하지 않게 된다”고 주장한다.
 
노년빈곤에 대해선 레브모어는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강제저축·공적연금 등을 통해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누스바움의 입장도 유사하다. 그는 미국이 사회보장이 강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본다. 스칸디나비아도 노년빈곤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이들 국가는 적어도 “이 세상에 함께 살고 있는 우리는 서로 도와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김환영 대기자/중앙 콘텐트랩 whanyung@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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