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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세상을 말하다] 肥猪拱門<비저공문>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올해는 돼지해다. 인간과 돼지의 깊은 관계는 한자 가(家)가 잘 보여준다. 지붕(宀) 아래 돼지(豕)를 키우면 사람이 사는 집이니 “돼지가 없으면 집이 아니다(居無豕 不成家)”라 했다.
 
돼지를 뜻하는 한자도 많다. 십이지(十二支) 중 돼지는 해(亥)다. 시(豕)와 마찬가지로 모양을 본뜬 상형자다. 글자가 비슷해 해석을 틀리면 ‘노어해시(魯魚亥豕)’라고 말했다. “글자를 세 번 베껴 쓰면 물고기(魚)가 노나라(魯)로, 황제(帝)가 호랑이(虎)로 바뀐다(書三寫 魚成魯 帝成虎)”는 『포박자(抱朴子)』에서 나온 성어다.
 
저(猪)는 멧돼지다.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세 가지 털 색깔로 무리 지어 사는 돼지(豕而三毛叢居者)”로 풀이했다. 돈(豚)은 작은 돼지(小豕)다.
 
체(彘)는 큰 돼지다. 저와 돈을 섞어 쓰는 중국에 유독 체는 쓰지 않는다. 한(漢)을 세운 유방(劉邦)의 부인 여후(呂后)와 척부인(戚夫人)의 악연 때문이다. 척부인이 아들을 후계자로 세우려 한 데 앙심을 품은 여후는 유방이 죽자 척부인을 ‘인체(人彘)’로 만들었다. 산 채로 팔다리를 자르고 귀에 청동을 붓고 혀를 잘랐다. 말 그대로 ‘사람 돼지’를 만든 잔혹한 형벌이다. 이후 중국인은 돼지 체(彘) 사용을 꺼렸다.
 
중국의 돼지 사랑은 각별하다. 속담이 여럿 전한다. 중국 톈진(天津)과 허베이(河北)에서는 정월 3일 종이를 오린 돼지 전지(剪紙)를 창에 붙였다. ‘비저공문(肥猪拱門)’ 풍속이다. 살진 돼지가 문을 열 듯 뜻밖에 재물이 들어오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
 
“저팔계는 인삼과를 먹고도 맛을 전혀 모른다(猪八戒吃人参果 全不知滋味)”는 헐후어(歇后語·중국 속담)는 『서유기』에서 나왔다. 사람을 닮은 불로장생의 과일의 진가를 모르는 저팔계를 말한다. ‘돼지 목에 진주’란 뜻이다.
 
“사람은 이름을 날리는 게 두렵고 돼지는 살찌는 게 두렵다(人怕出名 猪怕壯)”는 말도 있다. 청(淸)의 소설가 조설근(曹雪芹)의 『홍루몽(紅樓夢)』이 출처다.
 
마오쩌둥(毛澤東) 어록에도 돼지가 등장한다. 1945년 4월 옌안(延安) 7차 중국 공산당 대회에서다. 마오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며 “훔치지 말고, 꾸미지 말고, 허풍떨지 말라(不偸·不裝·不吹)”고 강조했다. 특히 거짓 꾸밈을 경계해 “돼지코에 파 뿌리를 꽂고 코끼리인 척하는(猪鼻子里插葱 裝象)” 행태를 금했다.
 
마오의 삼불론(三不論)은 이후 형식주의를 배격할 때 종종 인용한다. “남의 글을 자기 것인 양 표절하지 말아야 한다. 알면 알고, 모르면 모른다 해야지 코에 파를 꽂은 돼지가 되지 말라. 하나는 하나, 둘은 둘일 뿐 과장은 안 된다”고 역설했다. 경제 실상을 다루는 공직자가 새겨야 할 문구다.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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