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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희의 시시각각] 유튜브 키즈의 정치폭로

양성희 논설위원

양성희 논설위원

그는 이런 파장을 예상했을까. 한때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지만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비껴갔다. 청와대와 기재부에 대한 잇단 폭로로 신년 벽두 한국 사회를 흔들고 있는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 얘기다. 각자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공익제보냐 기밀누설이냐 시선은 엇갈리지만, 분명한 건 있다. 한국 사회와 정치가 전혀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그의 내부고발은 비밀스러운 제보나 긴박한 기자회견 형식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인터넷을 통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 등을 두드렸다. 그중에서도 유튜브가 강력했다. 그 방식 또한 여느 유튜버들처럼 밝고 경쾌했다. 자기 방에서 소소한 일상이나 사적인 취향을 소재 삼아 친구와 수다 떨듯 진행하는 유튜버의 화법을 택했다. 발언의 무게와 달리 시종 해맑은 표정과 편안한 태도였다. 정의감을 드높이며 비장하게 투사 연하지도 않았다. 조직 논리보다 개인 판단을 앞세우며, 얼핏 무모해 보일 정도로 자기 확신을 최우선의 동력으로 삼는 젊은 세대의 달라진 모습이 읽혔다.
 
그를 일방적으로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지금 발언의 진의를 의심받고 있는 ‘학원 광고’라는 것도 사실 유튜브 세계에서는 별로 문제 될 게 없는 일이다. 광고협찬이 일상화되고, 정보와 광고가 뒤얽히는 게 다반사다. 오히려 유튜브에서는 개인적 욕망에 솔직할수록 더 통한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 같다. 한마디로 지금껏 한국 정치에 없던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그것도 유튜브 키즈의 정치 폭로다. 60대인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를 두고 “신재민은 진짜로 돈을 벌러 나온 것이다. 나쁜 머리 쓰며 의인인 척 위장하고 순진한 표정을 만들어 청산유수로 떠드는 솜씨가 가증스럽기 짝이 없다”고 한 주장은 그런 점에서 모욕적이고, 번지수도 한참 틀렸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기 전에 젊은 세대의 달라진 정치적 DNA를 눈여겨보는 게 나았다.
 
2006년 미국 타임이 ‘올해의 발명품’으로 유튜브를 뽑은 이래 유튜브의 성장세는 놀라울 정도다. 천문학적 수치들이 입증한다. 매월 유튜브 사용자 19억명, 1분마다 400시간 동영상 업로드, 매일 10억 시간 동영상 시청 등이다. 새롭고도 압도적인 플랫폼이 되면서 유튜브는 많은 영역에서 기성 권력을 해체했다. 처음엔 엔터테인먼트 중심이었으나 뉴스, 교육, 라이프스타일, 정치 등으로 영역이 확대됐다. 생산자와 소비자 간 중간 단계를 없애 경제 모델 자체를 바꿨다. 유명인의 탄생 공식도 달라졌다. 유튜브가 디폴트가 되는, “유튜브의 미래는 세상에 아직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그 무엇”(『유튜브 레볼루션』)이란 말을 흘려듣기 어려운 까닭이다.
 
이번 폭로가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는, 한국의 유튜브가 막 정치를 빨아들이기 시작한 시점이어서다. 유튜브 가짜 뉴스가 논란이 되고, 프로 정치인들이 속속 유튜버로 변신하는 와중이다. 이것이 한국 정치에 기회일지 재앙일지 단언하긴 이르지만, 정치가 유튜브로 몰려가는 흐름 자체를 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평론가 최태섭의 말대로 ‘주목(받기) 경쟁 산업’인 유튜브 1인방송에서는 더 많은 관심(돈)을 끌기 위해서는 어떤 일도 일어나는 게 사실이다. 이번 폭로를 삐딱하게 보는 이들이 ‘유명세를 노린 이벤트’로 규정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시계를 유튜브 이전으로 돌리기는 어렵고, 일각의 주장처럼 마구잡이 규제도 불가능하다. 자정 능력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뻔한 말이긴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스스로 걸러보는 능력을 키워 줄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 교육이 시급하다. 유튜버로 성공하는 법보다 더 빨리 가르쳐야 할 일이다. 
 
양성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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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