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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북한 신년사로 본 비핵 평화 협상 전망

위성락 전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전 주 러시아 대사

위성락 전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전 주 러시아 대사

북한과 같이 폐쇄되고 비밀스런 체제를 해석하는 작업은 어렵다. 그러나 그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안이 있다. 그것은 북한에서 나오는 공개 문건들이 유용한 정보 소스라는 점이다. 북측 문건은 논리적이고 일관되며 철저한 기획의 산물이다. 그래서 진심이든 위장이든 북한의 의중을 잘 담고 있다. 이것을 분석하면 북한의 의중을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도 비근한 예이다. 의미 있는 관찰점을 추려내 보자.
 
먼저 북미관계에 관해, 김정은은 역사적인 싱가포르 회담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관계진전이 미흡했다는 인식을 표명하고 있다. 그는 북한이 싱가포르 합의대로 새로운 관계수립,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조치를 취했으니, 미국도 상응조치를 하라고 주문했다. 나아가 그는 남북관계가 대전환을 이룬 것처럼 북미관계도 결심만 하면 잘된다며, 2차 북미 정상회담 용의를 표명하였다. 동시에 그는 미국이 싱가포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제재 압박으로 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오금을 박았다. 그의 북미관계 언급은 종래보다 길고 구체적이다. 새해의 중점이 대미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메시지는 미국이 싱가포르 합의를 이행하면 문제가 해결되니 이를 위해 다시 트럼프를 만나겠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남북관계에 관해, 김정은은 작년의 성과에 대단히 만족한다고 하며 미흡한 북미관계와 대비 시키고 있다. 그의 관점은 남북 간에 좋은 합의가 이룩되었으니, 이제 중요한 점은 이행이라는 것이다. 그는 남측이 외세나 제재 때문에 이행에 소홀할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민족공조를 강조한다. 구체적으로 그는 합동 군사연습 중단, 전쟁 장비 반입 중지를 거론하였다. 개성 금강산 재개도 제기하였다. 북측이 이행 문제를 걸어 어깃장을 놓을 소지가 엿보이는 잠재적 쟁점이다.
 
한편 김정은의 방남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다. 북미 정상회담 용의를 밝힌 것과 대비된다.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언급이 없다. 대신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기 위한 협상을 하자고 제안했다. 이러한 관찰점을 기초로 향후 전망을 해보자.
 
첫째, 2차 북미 정상회담은 적극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용의를 표하였으니, 조만간 양국 실무진 간에 논의가 있을 것이다. 김영철-폼페오 라인이 재가동될 수 있다. 결국 2차 정상회담을 정하고 준비를 위한 실무협상을 재개할 공산이 크다. 둘째, 2차 북미 정상회담 성과는 미지수이다. 그런데 신년사를 보면 낙관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좀 더 든다. 왜냐하면 북한 최고 지도자가 현 상황의 문제와 해법을 싱가포르 합의 이행이라는 프레임으로 규정해 버렸기 때문이다.
 
바로 그 문제가 북미 간 교착상태의 원인이었는데, 김정은이 이처럼 지침을 내려 버리면 협상 여지가 없게 될 수 있다. 북한은 집착할 것이나 미국은 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히려 미국은 2차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이런 관점을 바꾸려는 생각을 해왔다. 논란이 이어지면 미국에서 회담 연기론이 불거질 수 있다. 그러면 새 요소가 작동할 것이다. 정상회담과 성과주의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다. 회담은 열릴 것이고, 트럼프 요소는 회담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만일 트럼프가 김정은을 설득하여 비핵화의 큰 원칙을 만들어내면 협상은 동력을 얻을 것이다. 만일 결렬되면 파국이 올 것이다. 그러나 만일 두 정상이 약간의 비핵화 조치와 약간의 상응조치를 묶어 작은 패키지에 합의한다면, 회담은 성공으로 포장되고 난제는 실무협상으로 넘어 갈 것이다. 그러면 북한은 자신의 관점이 관철되었다고 보고 싱가포르 식을 더욱 고집할 것이다. 교착 상태가 다시 오고 좌초 가능성이 커진다.
 
셋째, 신년사의 톤을 볼 때 김정은의 방남은 늦춰질 수 있다. 방남 언급이 빠진 신년사를 보면, 왜 김정은이 작년 말에 남측에 친서를 보내 방남을 거론했는지 짐작이 간다. 그때 이미 북한은 신년사에서 방남 건을 빼되 별도로 친서를 통해 이 건을 언급하기로 한 것 같다. 방남 전에 판문점 정상회담이 있을 수 있다.
 
넷째, 종전선언은 주 의제에서 밀릴 소지가 있다. 북한은 평화체제 협상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전망이 이러니 한국이 대처해야할 상황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북미 중심의 구도 속에서 입지와 역할을 찾아 상황진전에 기여해야 한다. 북미 정상회담이 실패하지 않고 성과를 내도록 비상한 노력도 해야 할 것이다. 민족 공조를 다그칠 북한을 잘 다루어야할 것이다.
 
이제 도전의 새해가 밝았다. 작년에 시작된 역사적인 협상의 향배는 올해 결판이 난다. 쉽지 않은 전망 속에서도 비핵화와 평화의 전환점을 만들어 내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약력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외교부 주미 대사관 공사,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주 러시아 대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 역임

 

위성락 전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 전 주 러시아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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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