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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가 춘 이매방의 삼고무, 문화유산이냐 창작물이냐

지난해 12월 1일 ‘2018 멜론뮤직어워드’에서 BTS의 제이홉(둘째줄 가운데)이 선보인 삼고무는 일사불란한 북장단 이 압권이다. [사진 카카오]

지난해 12월 1일 ‘2018 멜론뮤직어워드’에서 BTS의 제이홉(둘째줄 가운데)이 선보인 삼고무는 일사불란한 북장단 이 압권이다. [사진 카카오]

한국을 대표하는 민속무용으로 널리 알려진 삼고무와 오고무의 사유화 논란이 뜨겁다. 지난해 1월 전통춤의 거목 우봉(宇峰) 이매방(1927~2015) 선생의 유족이 삼고무와 오고무, 대감놀이와 장검무 등 4가지 춤을 저작권 등록하고 각종 단체와 학교에 공연과 강습을 제한하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권리행사에 들어가자, 이매방의 제자들로 구성된 우봉이매방춤보존회가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보존회원들은 지난해 12월 5일 “전통 무형문화유산의 사유화를 반대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린 것을 시작으로, 17일 광화문광장 기자회견에 이어 27일 첫 토론회도 개최했다. 이에 유족 측인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는 국민신문고에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이라는 민원으로 맞서고 있다. 정부도 조정에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은 지난달 18일 긴급회의를 열고 조정안 마련에 역할을 하기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문제는 돈이다. 우봉의 사위인 이혁렬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 대표가 저작권 등록의 목적이 ‘원형 보존’과 ‘원작자 명시’임을 주장하고 있지만, 보존회 측은 ‘영리 추구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처음 돈문제가 불거진 건 국립무용단이다. 국립무용단은 오고무를 비롯해 다양한 전통춤을 활용한 대표 레퍼토리 ‘향연’의 지난해 공연에 대해 이매방아트컴퍼니로부터 총 900만원의 저작권료를 청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혁렬 대표는 “‘향연’의 프로그램북에 원작자를 명기해달라고 요청했을 뿐인데 국립무용단 측에서 ‘창작임을 증명하면 저작권료를 지급하겠다’고 나섰다”고 반박하며 “결코 영리 추구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국립무용단 측은 “현재 오고무가 전통이냐 창작이냐를 놓고 논란 중인 만큼, 무용계가 결론을 내릴 때까지 결정을 보류한다”는 입장이다.

 
 
공연물 저작권 등록제 없는 나라 많아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를 추는 이매방. [중앙포토]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를 추는 이매방. [중앙포토]

삼고무와 오고무의 사유화 논란은 지난해 12월 1일 ‘2018 멜론뮤직어워드’에서 BTS가 선보인 전통춤 퍼포먼스를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제이홉의 삼고무로 시작해 지민의 부채춤, 정국의 봉산탈춤과 북청사자놀음으로 이어지는 퍼포먼스에서, BTS가 전 세계 팬들에게 소개한 건 한국의 전통적인 대중문화였다. 삼고무와 부채춤 등은 올림픽 매스게임 등 대규모 행사나 문화교류 차원의 민속예술단 해외투어 등에 빠지지 않는 단골 레퍼토리이자 초등학교 동아리에서 일반인까지 널리 보급된 대중적인 춤이다. 특히 삼고무와 오고무는 수십 명의 무용수가 양 옆과 뒤편의 북 세 개나 다섯 개를 일사불란하게 두드리는 군무의 스펙터클이 압권이다.

 
BTS가 보여준 이 춤들은 창작물일까 문화유산일까. 삼고무나 부채춤이나 근대 이후 외국무용의 자극을 받아 전통을 변형시킨 ‘신무용’으로 통한다. 그런데 2014년 ‘김백봉류 부채춤’은 평안남도 무형문화재로 등록됐다. 당시 ‘과연 신무용을 전통춤으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무용가들은 문화재보호법이 근대문화유산까지 포괄하는 만큼 신무용도 미래의 전통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반해 삼고무와 오고무는 문화재 대신 저작권 등록을 택했다. 삼고무와 오고무가 독무인 전통춤 승무를 응용해 근대에 창작된 군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엇갈리는 것은 ‘사유재냐 공공재냐’다. 유족 측은 “북 하나 놓고 승무를 추다가 1948년 북 세 개짜리를 창작해냈다”는 이매방 본인의 생전 인터뷰(1984.6.1.경향신문)를 개인 창작의 근거로 제시한다. 반면 보존회 측은 당대 춤꾼들이 함께 만들어간 공동창작물이라는 입장으로, 유족 측이 정확한 창안 일자와 공표 일자, 장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는다. 여성국극 스타였던 임춘앵이 창경원 야외무대에서 삼고무를 먼저 공연했다는 기록과 “이매방 이전에 임춘앵과 주말영에 의해 50년대 삼고무가 널리 보급되었다”는 이흥구, 조영숙 등 당대 무용가들의 증언도 제시한다.

 
27일 토론회 발제자로 참여한 국립무용단원 박영애씨에 의하면 “일제강점기 권번을 중심으로 명맥을 이어온 전통춤을 20세기 중후반 널리 전승·보급한 공이 국가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와 제97호 살풀이춤 보유자인 이매방에게 있지만, 삼고무와 오고무는 1950년대 동시대 예술가들이 공유한 북춤사위를 토대로 재정립된 춤”으로 볼 수 있다. 장옥주 보존회 비대위 대변인도 “개인의 독창성으로 완성되는 음악·미술에 비해 현장성에 의존해온 전통무용은 공동저작으로 봐야 한다. 당시 혼자 창작한 영상이 있다면 몰라도 선생의 사후인 2017년 딸이 찍은 영상물로 등록한 것을 원조로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혁렬 대표는 이런 주장을 전제가 잘못된 것으로 일축한다. 이미 저작권 등록을 했으니 개인창작임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작권 등록=권리 성립’은 아니라는 것이 저작권 전문 변호사 홍승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장의 해석이다. 그는 “등록은 추정 효력이고 추정력은 깨질 수 있다. 공연물의 저작권은 창작과 동시에 발생하는 것이며 등록은 권리 성립요건이 아니다. 공연문화가 가장 발달한 영국을 비롯해 저작권 등록제도 자체가 없는 나라가 더 많다”고 했다.

 
저작권 등록제도가 따로 없어도 무용은 산업이 아니기에 문제되는 일이 드물다. 해외에서도  20세기 최고 인기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의 ‘발레 포 라이프’ 정도가 유명한 사례다. 베자르는 발레를 사랑한 프레디 머큐리와 자신의 연인이었던 조르주 동의 잇따른 죽음을 추모하는 뜻에서 1996년 퀸과 모차르트의 음악을 엮어 안무를 했는데, 브라운관을 신발처럼 신고 무대를 건너는 ‘이카루스의 추락’ 장면을 두고 벨기에 안무가 프레데릭 플러멍이 표절 소송을 걸었다. 1998년 벨기에 법정은 플러멍의 손을 들어줬지만 ‘발레 포 라이프’는 2001년 세종문화회관 내한 때도 해당 장면을 포함해 공연했다. 묻혀있던 플러멍의 작품도 소송을 계기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

 
 
"전수자 제도와 저작권 등록은 모순”

 
우리 전통춤계에서는 ‘최종실류 소고춤’이 저작권 등록의 첫 사례다. 2017년 최종실 명인이 저작권 등록을 하자 공동창작자로 통하는 김묘선 명인의 제자들까지 자유롭게 소고춤 공연을 할 수 없게 됐고, 지난해 김묘선 명인도 ‘김묘선류 소고춤’을 등록함으로써 공연이 가능해졌다. 김묘선 명인은 “금전에 구애받지 말고 누구나 마음껏 자유롭게 출 수 있으니 허락 맡을 필요가 없다고 분명히 공표했다”면서 “나는 우리춤의 저작권 등록을 정말 싫어한다. 최종실씨가 말소하면 나도 당장 말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통춤 저작권 등록의 근본적인 문제는 전통예술계의 전수자 제도와 모순된다는 점이다. 스승과 제자간의 1대1 도제식 전승체계에서 무용가가 한 작품을 전수받기 위해서는 소위 ‘작품비’를 내야 한다. ‘이수자’의 자격을 얻기까지 드는 돈이 5000~6000만원에 달한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러고도 공연 때마다 스승을 찾아 돈을 내고 가르침을 받아야 한다. 장인주 무용평론가는 “저작권 개념이 생기기 이전에 작품비를 내고 공연권을 얻은 제자들이 이제 와서 다른 사람에게 제한받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창작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오래된 춤인 것이 문제지만, 이런 문제가 또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다. 앞으로 저작권 등록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선 저작권위원회가 섬세한 기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용의 저작권 기준 모호…삼고무 변형시켜 1000명도 등록 가능
무용의 저작권 판정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계량화된 수치로 표절을 판정하는 음악이나 문학과 달리 무보(舞譜)가 활성화되지 않은 무용은 수치를 따지기 어려워 전체 분위기까지 보고 판단해야 한다. 현행 저작권법상 사소한 아이디어까지 등록 가능한 것도 문제다.

 
이매방 유족 측은 이매방 본인의 생전 인터뷰를 비롯한 과거 문헌, 2014년 이매방 정기공연 영상과 승무·살풀이춤 이수자인 이매방의 딸 이현주가 2017년 촬영한 삼고무·오고무 동작과 순서 기록 영상을 제출해 저작권 등록을 했다. 이혁렬 대표는 “북의 개수를 저작권 등록한 것이 아니라 동작과 순서를 등록했으니 누구든 변형시켜 자신의 삼고무·오고무를 등록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김영희 무용평론가는 “현행법은 1000명의 삼고무 등록이 가능한 법제도”라면서 “사소한 변형이 아닌 창조성을 반영하는 등록 기준을 세우려면 전문가들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판단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의 영역 설정은 정책적 판단의 문제다. 창작자 권리를 내세워 저작권 영역을 넓게 잡으면 오히려 창작 활동이 위축될 소지도 있다. 홍승기 원장은 “창작은 천지창조가 아니라 남의 저작물을 이용해 변화시켜 갈 수밖에 없다. 저작권 제도의 목적은 문화예술의 향상발전인데, 전통춤의 저작권 보호 영역을 넓게 가져가면 목적에 역행하게 된다. 결국 새로운 저작물이 나타나지 않고 전통문화가 고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기숙 한예종 교수도 전승 단절을 염려했다. 그는 “최종실류 소고춤이 저작권 등록 이후 전통무용 현장에서 사라진 것처럼, 삼고무와 오고무가 미래유산으로 보존전승이 안 된다면 ‘하늘이 내린 춤꾼’이라 칭송받던 이매방 선생에게 흠이 되는 일이다. 양측이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아야 하고, 저작권위원회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지금껏 본격 논의된 적 없었던 무용 저작권에 대해 생산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주현 기자 yj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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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