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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거둔 햇메밀, 눈 쌓이면 ‘제철 막국수’로 거듭난다

이택희의 맛따라기 - 셰프 유수창이 추천한 막국숫집 5선
 
강원도 인제 '전씨네막국수'의 물막국수. 육수는 김치 국물에 양념을 더해 붉은 빛이 돈다. 신인섭 기자

강원도 인제 '전씨네막국수'의 물막국수. 육수는 김치 국물에 양념을 더해 붉은 빛이 돈다. 신인섭 기자

스키 시즌이다. 강원도 방향으로 오가는 발길이 늘겠다. 강원도 대표 음식은 전 지역 평균으로 볼 때 막국수가 떠오른다. 두서없이 먹고 다닌 집들을 헤아려봤다. 스키장 오가는 길에 있는 막국수 집 5곳을 고르기 위해서다. 혼자 꼽아보니 자신이 없다. 전문가의 도움을 청했다. ‘고기리막국수’ 주인 겸 주방장 유수창(46) 대표다. 
 
2012년 5월 경기도 용인 외진 산골짜기에 문을 연 그의 음식점은 48석 테이블에 하루 회전 30회, 손님 대기 1시간은 보통이다. 지난 10월에는 하루 매출 1030만원 기록을 세웠다. 막국수 한 그릇이 8000원인 걸 생각하면 꿈 같은 얘기다.  
‘고기리막국수’ 주인 겸 주방장 유수창(46) 대표가 삶은 막국수 면을 건져내고 있다. 이택희 기자

‘고기리막국수’ 주인 겸 주방장 유수창(46) 대표가 삶은 막국수 면을 건져내고 있다. 이택희 기자

원천적 비결은 좋은 메밀로 정성껏 만든 국수다. 어떻게 터득했는지 물으니 “Great copy(거대 복제)”라고 답했다. 수많은 막국숫집을 찾아다니며 맛있는 집에서는 배우고, 맛없는 집에서는 무엇을 고칠지 생각했다. 그 ‘티끌’을 모아 언덕 하나는 이뤘다는 말이다. 유 대표 부부는 막국수 마니아다. 국숫집을 열기 전 몇 년을 주말마다 막국수 잘한다는 집을 순례했다. 요즘도 쉬는 날(화요일)이면 종종 막국수 여행을 떠난다. 막국수 먹는 빈도로 따지면 그들을 앞설 사람이 별로 없을 듯하다. 
 
솜씨가 일본에도 알려졌다. 요리∙음식 전문출판사로 유명한 시바타쇼텐(柴田書店)에서 매년 『우동 소바』를 40년 넘게 펴냈다. 우동∙메밀국수 업계에서는 권위 있는 책이다. 일본에서 MBA를 취득한 유 셰프도 예전부터 구독했다. 2019년 판 제작진이 지난 17일 ‘고기리막국수’를 취재했다. 
 
다음 날인 18일 그의 안내에 따라 막국숫집 5곳을 하루에 순례했다. 추천한 5곳 중 4곳은 익숙한 집이다. 종일 한 음식을 먹는 동안 막국수가 다 그게 그거 아니냐, 그게 무슨 맛이 있냐, 겨울에 웬 찬 음식이냐 하는 반문에 시달렸다. 먹어보니 맛도, 스타일도 제각각이다. 막국수는 메밀로 뽑은 국수 맛을 즐기는 음식이다. 메밀은 결실 때 추워야 맛이 좋고, 대개 늦가을에 수확한다. 겨울은 햇메밀의 제철이다. 막국수는 겨울 음식인 평양냉면과 뿌리가 다르지 않다. 
 
겨울 막국숫집은 손님이 적어 다른 계절엔 길게 줄을 서는 집도 기다리지 않고 좋은 막국수를 즐길 수 있다. 손님이 적으니 종종 문을 닫기도 한다. 전화로 꼭 확인해 보고 출발하길 권한다. 
 
전씨네막국수(강원도 인제읍)
'전씨네막국수'의 물막국수와 두부 구이. 두툼하게 썬 두부를 구워 먹는다. 신인섭 기자

'전씨네막국수'의 물막국수와 두부 구이. 두툼하게 썬 두부를 구워 먹는다. 신인섭 기자

주차장 옆 제분소가 손님을 맞는 이 집은 메밀국수가 좋다. 겉껍질이 약간 섞여 촉감은 깔깔하지만, 신선하고 찰기도 있어 메밀 좋아하는 사람은 양념이나 국물 없이 면과 김치만 먹어도 만족할 만큼 구수하다. 국산·수입품 메밀을 반반 쓴다고 한다. 
 
막국수에 오이채, 김 가루, 삶은 달걀을 고명으로 올리고 참깻가루를 듬뿍 뿌렸다. 따로 나오는 붉은 국물은 양념한 김칫국물인데, 배추 물김치 맛이 났다. 상에 올려놓은 비빔 양념장은 좋은 고춧가루에 배·양파를 갈아 넣고 숙성한 듯하다. 너무 달지도, 맵지도 않다. 제 할 일만 딱 하고 주변 간섭은 안 하는 점잖은 양념이라고 일행 5명이 의견을 모았다. 키 작고 알싸한 강원도 갓김치는 치장하지 않은 순수한 맛을 선보인다. 
 
두부 구이도 맛있다. 직접 만든 두부 한 모를 6쪽으로 저며 번철과 함께 내준다. 상에 놓인 들기름을 두른 다음 두부를 올리고 번철을 달궈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구워 먹으면 입안에서 굴러다니는 두부 조각에서 고소한 맛과 구수한 향이 뭉실뭉실 피어오른다. 막국수, 두부 구이 각 6000원. 
 
남북면옥(강원도 인제읍)
강원도 인제 '남북면옥'의 물막국수, 감자전, 돼지고기 수육. 동치미 국물에 양념을 더해 국물이 맑다. 수육이 특히 맛있다. 신인섭 기자

강원도 인제 '남북면옥'의 물막국수, 감자전, 돼지고기 수육. 동치미 국물에 양념을 더해 국물이 맑다. 수육이 특히 맛있다. 신인섭 기자

‘100% 순 메밀 평양식 동치미 물국수’라는 이름으로 막국수를 판다. 3대 64년째 이어오면서 한때는 고기가 맛있어 돼지 수육 맛집으로 소문났었다. ‘평양식’을 내세우고 상호가 ‘남북면옥’이라 월남한 실향민일 줄 알았는데 주인은 인제 토박이다. 1955년 처음 문 연 곳이 남북리다. 마을 이름을 상호로 삼았다. 그곳이 1973년 소양댐이 막히면서 수몰 지역이 돼 이전했다. 실향민인 건 맞는 셈이다. 
 
순 메밀국수는 겉껍질 벗긴 녹쌀가루로 뽑아 가닥이 티 없이 맑고 고왔다. 질감이 뚝뚝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부드럽고 일정한 탄력도 있다. 따로 나오는 국물은 무·배추·고추씨를 넣고 담근 동치미라고 한다. 무 짠지 국물에 물을 탄 맛이었다. 고명은 오이채, 절인 무채, 참깻가루. 주방에서 끼얹어 나온 비빔 막국수 양념은 단맛과 신맛이 균형을 이룬 보통 막국숫집과 비슷했다. 
 
돼지 수육은 좋은 고기를 골라 잘 삶는 비법이 있는 듯하다. 앞다릿살인데 살과 기름기 배합이 좋아 부드럽고 졸깃하면서 고소하다. 메밀국수 5000원, 돼지 수육 1만원. 
 
현대막국수(강원도 평창군 봉평면)
강원도 평창 '현대막국수'의 메밀묵, 메밀 부침, 물막국수. 메일 부침은 숙성한 배춧잎을 넣어 감칠맛이 난다. 신인섭 기자

강원도 평창 '현대막국수'의 메밀묵, 메밀 부침, 물막국수. 메일 부침은 숙성한 배춧잎을 넣어 감칠맛이 난다. 신인섭 기자

막국숫집 밀도가 가장 높은 봉평에서 가장 유명한 집이다. 부뚜막에 가마솥 걸고 20여 년 막국수를 팔던 이모에게 일을 배워 현재 주인 최애숙(58)씨가 1979년 물려받아 올해로 40돌을 맞는다. 1979년 3월 29일 교부한 영업신고증에는 업장 면적 17.08㎡(5.17평)로 돼 있지만, 지금은 신관·별관까지 동시에 100명 이상이 들어가는 규모로 성장했다. 
 
막국수는 국물을 부어서 내온다. 겉껍질이 일부 들어가 국수 가닥은 거뭇거뭇하고, 면발은 부드럽고 졸깃하지만 미끈한 기운이 있다. 전분이 들어갔다는 표시다. 국물은 단맛·신맛이 강하다. 고명은 오이채, 김 가루, 양념장, 참깨·들깻가루, 삶은 달걀을 올렸다. 김과 깨가 많아 메밀 맛을 덮는다. 갓김치와 배추김치는 잘 익어서 맛은 좋았으나 좀 달고 조미료 맛도 올라왔다. 전반적으로 도시인에게 익숙한 맛이다. 
 
의외의 메뉴는 메밀 부침이다. 배춧잎과 쪽파를 번갈아 깔고 부친 얇은 부침은 부드러운 메밀 반죽과 발효된 배춧잎이 어우러져 푸근한 질감에 감칠맛이 충만하다. 메밀물국수, 메밀 부침 각 6000원. 
 
삼군리메밀촌(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강원도 횡성군 '삼군리메밀촌'의 막국수는 손님이 입맛대로 양념을 조절할 수 있다. 신인섭 기자

강원도 횡성군 '삼군리메밀촌'의 막국수는 손님이 입맛대로 양념을 조절할 수 있다. 신인섭 기자

가려면 큰맘을 먹어야 한다. 깊은 골짜기 외딴집이다. 지금도 아궁이에 장작 지펴서 국수를 삶는다. 크게 엇갈리는 맛 평가도 권하기에 모험이다. 하지만 진짜 메밀 맛을 보려면 가봐야 한다. 
 
김 가루와 통깨 살짝 뿌리고 배 채 서너 가닥 들어간 메밀국수에 무·고추만 들어간 동치미 대접이 따라 나온다. 면발은 매끈하고 말간 상아색이다. 한 젓갈 입에 물면 아련한 향이 퍼지면서 후두두 끊어진다. 사리 반 그릇이 덤으로 나온다. 잠시 있다 보면 국수 가닥이 저절로 툭툭 끊어져 있다. 그만큼 끈기가 없다. 동치미는 냉기가 가시면 희미한 단맛과 칼칼한 뒷맛이 올라온다. 6가지 양념(들기름·식초·설탕·겨자·비빔 양념·간장)을 상에 뒀다. 입맛대로 가미해 먹으라는 뜻이다. 
 
삼군리메밀촌의 메밀부침. 얇게 부쳐 식감이 다르다. 신인섭 기자

삼군리메밀촌의 메밀부침. 얇게 부쳐 식감이 다르다. 신인섭 기자

기본 상에 백김치·갓김치·배추김치와 메밀묵·전이 포함돼 있다. 묵도 진짜지만 전이 별미다. 장식 삼아 배추 조각과 쪽파 한 줄기 넣고 문풍지처럼 얇게 부쳤는데 구수하고 부드러운 맛에 푸근한 질감이 입안을 채우면서 삭풍에 문풍지 떨 듯 미각을 울린다. 메밀국수 8000원. 
 
중미산막국수(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경기도 양평균 '중미산막국수'의 물막국수는 냉면에 가까운 맛이다. 두툼한 빈대떡은 맛이 조화롭다. 신인섭 기자

경기도 양평균 '중미산막국수'의 물막국수는 냉면에 가까운 맛이다. 두툼한 빈대떡은 맛이 조화롭다. 신인섭 기자

옥천 냉면타운에서 유명산 쪽으로 2㎞ 더 올라간 곳에 있다. 1995년 이곳에 막국숫집을 차린다고 하자 사람들이 다 “미쳤다”고 했지만, 올해로 24년째 버티고 있다. 이름은 막국수이지만 실제는 거의 냉면이다. 메밀 80%에 밀가루·고구마 전분을 10%씩 섞어 면을 뽑는다. 면발은 말갛고 표면은 매끄럽다. 국물은 소고기 양지와 닭고기 육수에 동치미를 섞는다. 고명은 가늘게 찢은 쇠고기, 배 채, 절인 오이, 삶은 달걀, 통깨 약간. 웬만한 냉면집보다 더 번듯한 냉면이다. 
 
여주 천서리 계열 막국수다. 여주인 사분희(67)씨가 그곳의 주방 고수 밑에 들어가 설거지해주며 1년을 배웠다. 이후에도 부부가 연구하고 고쳐서 지금의 새로운 막국수를 일궜다. 
 
곁들일 음식으로 녹두 함량이 높은 빈대떡이 있다. 먹다 보면 다 벗겨내지 못한 녹두껍질이 언뜻언뜻 눈에 띈다. 숙주나물과 절여서 잘게 썬 배추, 잘게 다진 돼지고기의 배합이 적당해 질감이 경쾌하고, 순수한 녹두 맛과 향도 기분 좋다. 막국수 9000원, 빈대떡 1만3000원(1월 7∼10일 휴가).
 
이택희 음식문화 이야기꾼 lee.tackhee@joins.com 
전직 신문기자. 기자 시절 먹고 마시고 여행하기를 본업 다음으로 열심히 했다. 2018년 처음 무소속이 돼 자연으로 가는 자유인을 꿈꾸는 자칭 ‘자자처사(自自處士)’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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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