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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택시 훔친 치매환자, 성남~서울 '공포의 역주행'

야간 택시 이미지.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중앙포토]

야간 택시 이미지.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중앙포토]

무면허에 가출 신고까지 접수된 치매 환자가 훔친 택시로 ‘공포의 역주행’을 하다가 충돌사고를 내 경찰에 붙잡혔다. 그가 성남과 서울을 가로질러 운전한 시간만 6시간이 넘었는데, 사고가 날 때까지 이 사실을 안 곳은 아무도 없었다.
 
4일 새벽 1시 30분쯤 서울 강서경찰서 교통조사계로 조모(76)씨가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왔다. 조씨는 서울 가양동 마곡역 사거리에서 역주행과 유턴을 반복하다가 택시기사 정모(69)씨의 차량을 들이받았다. 다행히 두 사람 모두 다친 곳은 없었지만 경찰서에 온 조씨는 매우 불안정해 보였다. 영하 7도에 이르는 강추위에도 검은색 운동복에 조끼 하나만 걸치고 있었고 뜻 모를 말을 중얼거렸다.
   
치매 오기 전엔 '20년 무사고' 택시기사 
4일 강서경찰서에서 치매환자 조모(76)씨가 운전했던 택시를 택시회사 관계자들이 살피고 있다. 심석용 기자

4일 강서경찰서에서 치매환자 조모(76)씨가 운전했던 택시를 택시회사 관계자들이 살피고 있다. 심석용 기자

그는 처음에는 경찰관에게 “운전하는데 옆 차가 나를 들이받았다”고 얘기하다가 갑자기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여기가 어디냐”고 되묻기도 했다. 10년 전 있었던 일을 늘어놓다가 갑자기 경찰관의 모자를 뺐어 쓰는 등 이상 행동을 했다. 결국 경찰은 조사가 어렵다고 판단해 조씨의 신원을 조회해 아내 이모(71)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경찰서로 황급히 달려온 아내 이씨가 털어놓은 사연은 이렇다.
 
젊은 시절 수산회사에서 관리직으로 일했던 조씨는 퇴직 후 택시기사로 제2의 인생을 살았다. 가족들에 따르면 조씨는 택시를 몰며 ‘20년 무사고’를 달성했고, 가족들에게도 착실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조씨에게 2017년 갑자기 치매가 찾아왔다. 운전면허는 적성검사 기간을 넘겨 만료됐다. 치매에 걸린 조씨는 갑자기 사라져 연락이 끊기기 일쑤였다. 조씨는 사고 전날에도 가족들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집을 나서 아내 이씨가 오후 7시쯤 성남경찰서에 가출 신고를 했다. 아내 이씨는 “남편의 증세가 심각해져 대구에 있는 요양원에 입소할 계획이었는데 사고가 터졌다”고 안타까워했다.
 
실수로 차키 놓고 간 택시 몰아 6시간 주행  
택시 차고지 이미지.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중앙포토]

택시 차고지 이미지.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중앙포토]

이시각 조씨는 성남 하대원동에 있는 Y운수 차고지 주변을 걷고 있었다. 그런 조씨의 눈에 비어있는 쏘나타 택시 한대가 들어왔다. 이 회사 소속 택시기사가 자신의 형이 응급실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주차해놓고 간 택시였다. 기사가 황급히 자리를 떠난 탓에 차문이 열려있고, 차키도 차량 내부에 놓여 있었다. 조씨는 이 차를 몰고 도로로 나갔다. 운수회사 관계자는 “보통 운행을 마치면 차키를 조합 사무실 내 보관함에 놓아야 하는데, 기사가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키를 놓고 간 것으로 보인다”며 “직원들이 회사로 출근한 4일 오전 9시쯤에야 도난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후 성남에서 서울 강서구까지 위험천만한 주행을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가 얼마나 위험하게 주행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실제 택시를 운전한 탓에 사람들이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6시간 뒤 가양동 근처에서 역주행을 하던 조씨는 마주 오던 버스가 놀라 경적을 울리자 불법 유턴을 했고, 그 과정에서 다른 택시와 충돌했다.
 
경찰은 일단 무면허 운전으로 조씨를 입건한 뒤 절도 등 추가 혐의를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특히 조씨가 조사 과정에서 현금을 보여주면서 “사고 전까지 승객들을 태우고 5만원을 벌었다”고 주장해 차를 도난당한 택시회사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고 택시 미터기도 확인할 계획이다. 강서경찰서 관계자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조씨의 상태로 볼 때 승객을 태우고 정상적으로 목적지에 데려다줬다는 주장이 사실인지는 확인을 해봐야 한다”며 “치매 환자인 조씨가 장거리를 하는 위험한 상황에서 인명사고가 나지 않은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고 말했다.
 
심석용·박해리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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