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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강(强)압박 사회'

기자
김종윤 사진 김종윤

 “우리는 지금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정부마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져 이제는 저성장이 일상화되었습니다. 선진경제를 추격하던 경제모델이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VIP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올해 신년사에서 제 귀에 들어온 대목입니다. 신년사는 이어집니다. “선진국을 따라가는 경제가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선도하는 경제, 불평등과 양극화를 키우는 경제가 아니라 경제성장의 혜택을 온 국민이 함께 누리는 경제라야 발전도 지속 가능하고, 오늘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등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 : 더! 잘사는.안전한.평화로운 대한민국' 행사 뒤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 등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9 기해년 신년회 : 더! 잘사는.안전한.평화로운 대한민국' 행사 뒤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선진 경제를 추격하던 모델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진단, 울림이 큽니다. 문제는 어떻게 이 모델을 뛰어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을까. 이 대목에서 김동원 고대 초빙교수의 시각을 빌리겠습니다. 
 
김 교수는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시대에 들어간 게 뉴노멀(new normal)이라고 주장합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 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은 3.0%로 세계 경제 평균 성장률(3.6%)보다 낮습니다. 경제의 회복력과 역동성이 신흥국은 물론이고 선진국보다 떨어진다는 분석입니다.
 
 핵심은 추락하는 생산성에 있습니다. 2001~2005년 1.9%포인트에 달했던 총요소 생산성의 기여도가 2011~2015년에는 0.9%포인트로 떨어집니다(한국은행 조사). 기본적으로 규제 개혁이나 구조조정과 같은 경제 효율을 끌어 올릴 ‘힘들지만 가야 할 길’을 피한 탓입니다.   
  
 대신 추격 모델에 안주했습니다. 지난 60년간 한국경제는 후발 산업국가로서 오직 앞선 이를 추격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일본의 자동차, 전자, 철강, 조선 산업 등을 부지런히 따라갔습니다. 일부는 추월했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더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이 결과가 선진국의 견제와 중국의 추격 사이에 낀 한국 산업입니다. 성장의 엔진이 차갑게 식는 위기의 먹구름이 몰려오는 현실입니다.   
 
'2019 기해년 신년회 : 더! 잘사는·안전한·평화로운 대한민국' 행사에서 신년 인사를 하는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사진기자단]

'2019 기해년 신년회 : 더! 잘사는·안전한·평화로운 대한민국' 행사에서 신년 인사를 하는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사진기자단]

그 이유는 다양합니다만 김 교수는 ‘고압력’ 사회에서 원인을 찾습니다. 저는 ‘강(强)압박’이라는 용어를 씁니다. 사업장에서 근로자는 오래 일해야 하고, 학교에서 아이는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하며, 사회에서는 부와 권력을 좇아야 하는 가치관을 가져야 합니다. 
 
여성이 일과 양육을 병행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기혼 직장 여성 중 44%가 경력이 끊어진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압박이,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피하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디지털 경제 체제에서는 단기 업적 위주 경영으로는 기업의 지속 성장이 불가능합니다. 초과 실적에 대한 강한 압박이 만연한 상황에서 창의와 효율, 생산적인 생태계 조성 등은 꿈도 꾸기 어렵습니다. 개인이 숨쉬기 힘들 정도로 빽빽한 사회의 단면입니다.  
 
이런 강박적인 압력 자기장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권력은 분산되고, 다양한 삶의 가치가 추구되고, 개성이 존중되는 약(弱)압박 자기장으로 진입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서울대 공대 교수 26명이 한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화두를 던진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들은 ‘한국의 사회 시스템과 문화는 축적을 지향하기보다는 벤치마킹과 속성 재배를 더 우대했다’고 진단합니다. 이들이 제시한 해법은 유량(flow)이 아니라 저량(stock) 중심 사회로의 변신입니다. 일시적 총력 동원이 아니라 장기적 경험 축적 사회로 전환하자는 주장이죠.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단기 성장도 고민해야 하지만 장기적으로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황금돼지의 해, 멀리 보고 깊게 보는 눈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난주 중앙SUNDAY는 복마전이 된 아파트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을 고발했습니다. 재개발 재건축 사업 비리는 결국 조합원과 아파트를 분양받은 수요자의 부담 증가로 이어집니다. 만연한 비리를 막을 수 있는 법과 제도의 정비가 시급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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