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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결빙" 어느 곳이 얼어야 기상청이 발표할까

기자
성태원 사진 성태원
[더,오래] 성태원의 날씨이야기(36)
연일 계속된 한파로 한강에 결빙이 공식 관측된 31일 오전 서울 동작구 한강대교 주변에 얼음이 얼어 있다. 이번 겨울 한강 결빙은 작년보다는 16일 늦었지만 평년보다는 13일 빨랐다. [뉴스1]

연일 계속된 한파로 한강에 결빙이 공식 관측된 31일 오전 서울 동작구 한강대교 주변에 얼음이 얼어 있다. 이번 겨울 한강 결빙은 작년보다는 16일 늦었지만 평년보다는 13일 빨랐다. [뉴스1]

 
2018년을 그냥 보내기가 아쉬웠던지 한해의 맨 마지막 날인 지난 31일 한강이 얼고 말았다. 기상청은 이날 “한강이 결빙(結氷)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겨울 한강 결빙은 작년(12월 15일)보다는 16일 늦었지만 평년(1월 13일)보다는 13일 빨랐다.
 
지난겨울 결빙은 1946년(12월 12일 결빙) 이래 71년 만에 가장 빨랐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이번 결빙은 그에는 비할 바가 못 되지만 그래도 제법 빠른 축에 속한다. 한강이 대개 1월 중순(1월 13일)에 어는 만큼 그에 비하면 빠르다는 얘기다.
 
1906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 113년 중 한강 결빙은 1934년 12월 4일이 가장 빨랐고 1964년의 2월 13일이 가장 늦었다. 결빙이 관측되지 않았던 해도 7차례(1960, 1971, 1972, 1978, 1988. 1991, 2006)나 있었다. 이번 겨울은 초반에 큰 추위가 없었지만 동지(12월 22일)와 소한(1월 6일) 사이로 접어들면서 강추위가 몰아닥쳐 ‘비교적 빠른 한강 결빙 기록’을 낳았다.
 
한파의 영향으로 지난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지역의 일 최저기온이 영하 10℃ 이하로 떨어지고 낮 기온도 영하에 머무르는 등 강추위가 계속되자 한강이 얼어붙고 만 것이다. 한강은 보통 영하 5℃ 이하의 강추위가 3일 이상 계속될 때 어는데 그 조건을 훨씬 웃돈 것이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서울기상관측소가 이 기간에 아침 7시 50분을 기준으로 측정한 일 최저기온과 일 최고기온 기록은 아래 표와 같다.
 
기상청에서 발표한 일 최저기온과 일 최고기온 기록을 정리한 표. [출처 기상청, 제작 유솔]

기상청에서 발표한 일 최저기온과 일 최고기온 기록을 정리한 표. [출처 기상청, 제작 유솔]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한강 결빙’에 그토록 관심을 가질까. 기후나 생활사란 측면에서 한강이 가진 커다란 상징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강은 한반도의 중앙부에 위치한 큰 강으로 한반도 겨울 기후를 대변한다. 여기가 얼었다면 한반도 전체가 한겨울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소한~대한 혹한기에 잘 대비해야 한다는 일종의 경고장 같은 것이다.
 
생활사(生活史) 측면에서 한강 결빙이 가진 의미도 크다. 한강은 한반도의 수도 서울을 가로질러 흐르는 민족 생활의 터전이다. 한강을 끼고 있는 서울 등 소위 수도권에는 지금도 남한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2천여만 명이 몰려 산다. 이들에게 한강 결빙은 숱한 삶의 애환을 남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한강대교 등이 없던 시절에는 한강이 얼면 나룻배가 다닐 수 없어 고통이 컸을 것이다. 자연 한강 결빙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1900년대 초까지도 나룻배가 한강의 노량진 나루와 마포 나루 등을 통해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날랐다. 예전에는 한강이 얼면 얼음낚시를 하거나 썰매 타기에 좋았다.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풍경들이다. 우선 한강에는 낚시 금지구역이 많아 얼음낚시 자체가 힘들어졌다.
 
한강을 찾은 한 부녀가 얼어붙은 한강 위에서 썰매를 타는 모습. 과거엔 한강 얼음 두께가 무려 30cm에 이를 정도여서 썰매 타기나 스케이팅하기에 걱정이 없었다. 김도훈 인턴기자

한강을 찾은 한 부녀가 얼어붙은 한강 위에서 썰매를 타는 모습. 과거엔 한강 얼음 두께가 무려 30cm에 이를 정도여서 썰매 타기나 스케이팅하기에 걱정이 없었다. 김도훈 인턴기자

 
또한 과거엔 한강 얼음 두께가 무려 30㎝에 이를 정도여서 썰매 타기나 스케이팅하기에 걱정이 없었다. 요즈음은 얼음 두께가 고작 5~10㎝에 불과해 얼음 위에 올라서는 것조차 불안해졌다. 조선 시대에는 한강의 얼음을 캐다가 동빙고, 서빙고 등에 저장했다가 여름철 무더위를 식히는 데 썼다. 1940~50년대까지도 냉장·냉동용으로 두껍게 언 한강 얼음을 캐는 광경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6·25전쟁 당시 한강철교가 폭격으로 파괴되자 피난민들이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를 걸어서 건너는 역사적 장면은 지금도 우리의 뇌리에 각인돼 있다. 1970년대까지도 전국 빙상대회가 한강 얼음 위에서 열려 큰 주목을 받았다.
 
이렇듯 우리 민족과 애환을 함께 했던 한강의 결빙은 해가 갈수록 늦어지고 해빙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의 급격한 도시화와 산업화, 기후변화(지구온난화), 숱하게 많았던 한강 개발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한강은 대개 12월에 얼었다. 도시화, 산업화, 한강 개발의 물결이 몰아치던 1960년대부터 1월에 얼기 시작해 이젠 1월 결빙이 대세가 됐다. 툭하면 얼지 않는 해도 생겨났다.
 
기상청에 따르면 평년 기준으로 한강 결빙은 1월 13일, 해빙은 1월 30일로 나타났다. 한강이 얼어있는 결빙 기간도 1900년대 80일, 1960년대 42일, 1970년대 29일, 1980년대 21일, 1990년대 17일, 2000년대 14.5일 등으로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한강 결빙에 대한 공식 판정 권한은 기상청이 갖고 있다. 한강은 대개 가장자리부터 얼기 시작해 가운데로 결빙이 옮겨간다. 또 상류 곳곳이 먼저 어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길고도 넓은 한강이 “얼었다(결빙=結氷)”고 판정할 때는 도무지 무슨 기준을 쓸까.
 
한강 결빙 지점. 이 지점은 한강대교 노량진 쪽 두 번째와 네 번째 교각 사이다. 여기서 결빙을 기상청 직원이 눈으로 관측하고 나서야 비로소 "결빙됐다"는 판정을 내린다. [중앙포토]

한강 결빙 지점. 이 지점은 한강대교 노량진 쪽 두 번째와 네 번째 교각 사이다. 여기서 결빙을 기상청 직원이 눈으로 관측하고 나서야 비로소 "결빙됐다"는 판정을 내린다. [중앙포토]

 
소위 ‘한강 결빙 관측 지점’이란 곳이 있다. 이 지점은 한강대교 노량진 쪽 두 번째와 네 번째 교각 사이다. 여기서 상류 쪽 100m 부근에서 남북 간에 띠 모양으로 생긴 결빙을 기상청 직원이 눈으로 관측하고 나서야 비로소 “결빙됐다”는 판정을 내린다. 결빙이란 얼음이 수면을 완전히 덮어 수면 아래 강물을 볼 수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1906년 관측 시작 당시 노량진 나루가 한강 주요 나루 중에서 비교적 접근하기 쉬운 곳이었기 때문에 관측 기준점으로 채택됐다고 한다. 한강의 다른 곳이 아무리 얼어붙어도 여기가 얼지 않으면 ‘한강 결빙’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니 재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성태원 더스쿠프 객원기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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