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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출국기록도 없는 두 달 행적···조성길 잠적 미스터리

오리무중 조성길 주이탈리아 대리대사는 어디에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였던 조성길 씨가 지난해 11월 초 공관을 이탈해 잠적한 직후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다른 인물로 교체됐다고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 관계자가 4일 밝혔다. 이 관계자는 조 씨 잠적과 관련한 언론의 질의에 “현재로선 2017년 10월 9일부터 대사대리를 맡고 있던 조성길이 2018년 11월 20일 이후 김천(KIM CHON)으로 교체됐다는 사실을 확인해줄 수 있다”며 “그 외의 다른 사항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조성길 전 대사대리의 망명 신청 여부 등은 확인해주지 않았지만 3일 국가정보원에 이어 조 전 대사대리가 직무에서 이탈했다는 사실을 이탈리아 외교 당국 차원에서 공식 확인한 것이다.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이 밝힌 신임 대리대사 '김천'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다. 다만, 이탈리아 외교부가 자국에 부임한 전체 외교관 명단에는 아직 조 씨가 대리대사로 표기돼 있으며, 김천길(CHON GIL KIM, 지난해 3월 8일 부임)이라는 인물도 포함돼 있어 '김천길'을 '김천'으로 밝힌 건지 김천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새로 부임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월 초 잠적한 북한의 조성길 이탈리아 대사대리의 행방이 묘연하다. 그가 잠적 한 달여 뒤인 12월 초 이탈리아 당국에 신변 보호 요청을 했다는 게 전부다. 지난 3일 조성길 대리대사가 잠적했고, 망명을 타진하고 있다는 본지의 보도가 나간 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단을 찾아 “지난해 11월 초 잠적한 상태라는 것만 파악된 상태”라고 보고했다. 잠적 사실을 공식 확인하면서도 그가 어디에 있는지 소재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1월 초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잠적한 조성길 대사 대리. [A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초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잠적한 조성길 대사 대리. [AP=연합뉴스]

 
그가 귀임 명령(11월 말)을 앞두고 머물고 있던 대사관에서 나와 신변 보호를 요청하기까지 어디에서 뭘 했을까. 또 현재 그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조 대사대리의 잠적 미스터리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해외 공관에서 근무하다 한국에 입국한 외교관 출신 인사는 “탈북을 결심하고 대사관을 나서는 순간부터 뭔가에 쫓기는 듯한 느낌에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가슴을 졸였다”며 “공항에 도착해 땅에 발을 디디고 나서도 한동안은 누가 날 잡으러 오는 게 아닌지 불안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조 대사대리 역시 그런 느낌일 것”이라며 “그가 대사관을 뛰쳐나갈 때는 나름 치밀한 준비를 거쳤겠지만, 한 달여 만에 이탈리아 당국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는 건 비밀리에 정착지를 알아보다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나름대로 준비와 계획을세운 뒤 탈북을 결행했지만, 북한의 ‘포위망’이 좁혀오자 뭔가 어긋났을 수 있다는 얘기다.  
11월초 잠적한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지난해 4월 주로마 북한 대사관 내 모습. 이탈리아 중앙일간지 일폴리오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데스크 줄리아 폼필리는 3일(현지시간) 조성길 대사대리의 모습이라며 이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민기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동구 국정원 제1차장을 만난 후 취재진에게 "(조 대사대리 측이) 잠적 후 두 달간 (국정원 측에) 연락한 적이 없다고 국정원에서 밝혔다"며 그의 제3국 망명 타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조대사대리는 지난 2015년 5월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 3등 서기관으로 부임했으며, 이후 1등 서기관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북한 핵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0103의 고강도 대북제재 속에 문정남 대사가 추방되면서 2017년 10월부터 대사대리를 맡았다. [사진 줄리아 폼필리 트위터 캡처]

11월초 잠적한 조성길 이탈리아 주재 북한 대사대리의 지난해 4월 주로마 북한 대사관 내 모습. 이탈리아 중앙일간지 일폴리오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데스크 줄리아 폼필리는 3일(현지시간) 조성길 대사대리의 모습이라며 이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시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 김민기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서동구 국정원 제1차장을 만난 후 취재진에게 "(조 대사대리 측이) 잠적 후 두 달간 (국정원 측에) 연락한 적이 없다고 국정원에서 밝혔다"며 그의 제3국 망명 타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조대사대리는 지난 2015년 5월 주이탈리아 북한대사관 3등 서기관으로 부임했으며, 이후 1등 서기관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북한 핵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0103의 고강도 대북제재 속에 문정남 대사가 추방되면서 2017년 10월부터 대사대리를 맡았다. [사진 줄리아 폼필리 트위터 캡처]

 
국정원 측은 사전에 그와 접촉을 했거나, 현재 연락을 주고받는 상황이 아니라고 밝혔다. 사전에 접촉했다면 잠적한 직후 한국행이이뤄졌을 텐데 두 달여의 시간이 흘렀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물론 1997년 2월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가 탈북한 뒤 두달여 뒤 입국한 사례는 있다. 하지만 당시엔 그가 주중 한국 대사관에 들어간 직후 관련 사실이 공개되면서 그의 신변안전 및 북한과 중국의 외교관계를 고려해 필리핀을 경유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와 다르다.  
 
그렇다면 그의 신변은 이탈리아 당국이 보호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국정원 역시 유사한 입장이다. 조 대사대리의잠적 소식이 알려지자 이탈리아 외교부는 “북한 당국자 어느 누구도 망명을 신청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북한과 관련한 업무, 특히 탈북이나 망명의 경우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는 게 각국의 관례라는 점에서 공식 외교채널을 벗어난 상황일 수 있다. 전직 외교당국자는 “탈북자, 특히 고위인사들의 망명 경우 정보라인에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며 “외교채널을 활용할 경우 공개를 우려한 조 대사대리가 이탈리아 정보라인과 접촉해 도움을 받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교·안보 분야에 몸담았던 인사들이 비공개를 원할 경우 가장 신뢰하는 채널이 정보 라인인데, 이탈리아 정보 당국에서 조 대사대리를 보호하면서 자국 체류 또는 제3국 망명을 추진 중일 수 있다는 것이다. 토마소자리초 외신 대변인은 “외교부가 아는 범위에서 조 대사대리가 이탈리아에 망명을 요청하거나, 과거나 현재에 도움을 받는 사실이 없다”면서도 “정보기관 등 외교부 이외의 다른 부처나 이탈리아 내 특정 외국 공관이 그를 보호하거나 제3국 망명 절차를 돕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해 다른 정부 기관이나 외국 공관이 조 대사대리의 신병 처리 개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았다.
 
잠적 이후 두 달여가 지났다는 시간만 고려한다면 이미 망명이 이뤄졌을 수도 있다. 그가 탈북을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 시점은 본국(북한)에서 정해준 귀임 시한인 11월 말을 앞두고서다. 그의 신분은 북한 당국이 탈북을 눈치챈다면 가장 먼저 이동을 막기 위해 여권 무효화 조처를 할 것이란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외교관이다. 그런 점에서 그는 대사관에서 곧바로 국경을 벗어났을 수 있다. 또 여권 무효화 조치 뒤에 이탈리아나 기타 국가의 조력이 있었다면 비공개리에 다른 나라로 이동이 불가능한 건 아니다. 그가 이미 망명에 성공했다면 해당 국가는 외교적 조명을 부담스러워 할 수 있고,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묻힐 수도 있다.  
 
조성길 대사대리가 북한 관계자들에게 발각돼 이미 송환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그가 잠적 직후 대사관 직원 등의 추적에 덜미가 잡혀 미수에 그쳤을 경우다. 북한은 그의 잠적 소식을 접한 뒤 조사단을 꾸려 현지에 급파했다고 한다. 이를 고려하면 일단 대사관 직원들의 ‘1차 차단 작전’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관계자들이 그를 강제송환했다는 이탈리아 당국에 출국 기록이 남아 있을텐데, 이탈리아는 이런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물론, 북한 ‘체포조’가 외교마찰을 우려해 이름이 다른 여권을 사용하거나 이탈리아와 인근 국가의 자유로운 통행 조건을 이용해 다른 나라로 이동한 뒤 북한으로 돌아갔을 수는 있지만, 지구 반대편까지 움직이기 위해선 어딘가에서 항공을 이용해야 하지만 흔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그의 망명이 결정돼 공개되지 않는다면 자칫 이번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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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