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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그 학교 못 보낸다" 교육청 마비시킨 강남 부자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의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일대의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지난 석 달간 난리도 아니었어요. 인터넷에 청원 글이 몇 백 건씩 올라오고 두 달 이상 주민들이 찾아와 낮에는 거의 일을 못했습니다. 전화도 한 번에 40~50분씩 통화하면서 같은 말만 계속 반복했고요.”

 
서울시교육청 소속 강남·서초 교육지원청 학교배치 담당자 A씨의 말이다. 그는 “주민들의 초등학교 민원 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며 “곧 새 학기가 시작되는데 아직도 최종 결론을 못 내렸다”고 말했다. A씨는 강남·서초구 학생들의 초등학교 배치 업무를 맡고 있다. 지난 3달 동안 강남 부촌에선 무슨 일이 있던 걸까.  
 
이 동네의 가장 큰 이슈는 다음 달 입주하는 래미안 블레스티지다. 개포주공아파트 2단지를 재건축한 단지로 1957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아파트다. 113㎡(34평형대) 기준으로 매매가만 20억 원이 훌쩍 넘고 전세가도 10억 원 안팎인 고가의 단지다. 그런데 이곳에 갑자기 초등학교 배치 문제를 놓고 주민들 간에 갈등이 생겼다.

서울시교육청. [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 [연합뉴스]

문제의 발단은 먼저 추진 중이던 1단지의 재건축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서부터였다. 원래 이 곳엔 2개 초등학교가 신축될 예정이었다. 그 중 하나는 기존에 있던 개원초로 새 교사를 짓기 위해 지난 연말 문을 닫았다. 그러나 재건축 일정이 밀리면서 자연스럽게 초등학교 신축 계획도 지연됐다. 그러면서 당장 다음 달 입주하는 블레스티지 단지의 초등학생 350명이 갈 곳을 잃게 됐다.  
 
초등학교는 주거지에 따라 정해진다. 먼저 가고 싶은 곳을 지원하고 추첨에 따라 배정되는 고교와 다르다. 학급 수와 전체 학생 수 등을 고려해 통학거리가 가장 가까운 곳으로 교육당국이 결정한다. 제일 처음 교육지원청은 개포동 일대 3개 초등학교로 블레스티지 자녀들을 분산 배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7년 말 아파트 조합 측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포이초는 갈 수 없다고 탄원서를 냈다. 그 이후 교육지원청은 23개 동 중 15개 동은 개일초로, 8개 동은 구룡초로 나누는 방안을 조합 측과 협의해 왔다.  
[ 그림 = 김회룡 ]

[ 그림 = 김회룡 ]

하지만 아파트 완공이 다가오면서 실제 입주예정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A씨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있는 조합원들과 달리 전세로 들어오는 실제 입주민들은 초등학생 자녀가 많다”며 “입주 시기가 다가오자 개일초 단일 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대됐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조합원 박모씨는 “아파트 단지에서 구룡초까지는 1.5km가 떨어져 있고, 9차선 도로를 포함해 3개의 건널목을 건너야 한다”며 “다른 아파트와 달리 왜 우리만 멀리 있는 학교까지 아이들을 보내야 하느냐, 사고라도 나면 책임을 질 것이냐”고 말했다.  
 
실제로 조합 측이 인근의 아파트와 해당 초교의 거리를 조사 해보니 래미안도곡카운티-대도초 0.55km, 래미안대치팰리스-대치초 0.44km, 역삼자이-도곡초 0.57km 등이었다. 이를 근거로 블레스티지 측은 개일초 단일 배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자 이번엔 개일초 학부모들이 반대했다. 개일초는 29개 학급, 전교생 709명으로 이 일대 학교 중 규모가 가장 작다. 이 학교 김나미 학부모회장은 서울시교육청 청원게시판에서 “지금도 운동장이 작아 점심 때 공놀이도 못하고 급식도 2교대로 한다”며 “갑자기 학생이 많아지면 기존 아이들의 안전과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거주 기간이 끝나는 2년 후에는 얼마만큼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지 알 수 없다”며 인근 학교로 분산 배치를 요구했다.  
고급주택 대명사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중앙포토]

고급주택 대명사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중앙포토]

실제로 개일초는 공간이 부족해 블레스티지 학생들을 받으려고 이미 음악실 등 특별교실 2개를 일반교실로 변경한 상태다. 현재 24.4명인 학급당 학생 수는 블레스티지 15개동만 배치해도 32명으로 늘어난다. 만일 단지 전체 학생들을 개일초로 배치하면 과밀학급 기준(36명)에 거의 도달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번엔 타워팰리스 주민들까지 가세했다. 현재 개일초엔 주로 양재천 아래의 아파트 단지에 사는 학생들이 다닌다. 그런데 일부는 양재천 건너편 북쪽의 타워팰리스 학생들도 있다. A씨는 “타워팰리스 학부모들은 인근의 대도초가 과밀학급이라 양재천 건너 개일초로 보냈는데, 개일초까지 과밀해지면 가까운 대도초로 옮겨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단지 내 부동산 밀집 상가.[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개포동 아파트단지 내 부동산 밀집 상가.[연합뉴스]

한편에서는 초등학교 배치 갈등에 아파트 값도 한 몫 하고 있다고 본다. 같은 지역의 동일한 아파트 단지라도 ‘초품아(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냐 아니냐에 따라 시세가 다르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강남구의 한 부동산업체 대표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세입자 입장에선 학교 위치가 멀수록 선호하지 않는다”며 “자연스럽게 전세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지원청은 지난 달 블레스티지 단지의 학생들을 개일초와 구룡초로 분산 배치하는 방안을 행정예고하고 31일까지 의견을 수렴했다. 교육지원청은 의견수렴 결과를 토대로 이달 중순경 최종 배치 입장을 결정할 방침이다.  
윤석만·전민희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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