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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민호의 레저터치] 임박한 해외여행 3000만 명 시대, 현실은 30년 전보다 싼 여행상품

 손민호의 레저터치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한다. 여행·레저 판도 마찬가지다. 이를테면 나는 아래 통계를 정리하다 여러 번 당황했다. 
 
2013년 한국인 약 1485만 명 출국, 2017년 약 2650만 명 출국, 2018년 2800만 명 이상 출국 예상. 불과 5년 만에 출국자 수가 2배 가까이 뛰었다. 남한 인구가 5200만 명이 조금 안 되니까, 연인원만 보면 2017년부터 외국에 나간 한국인이 안 나간 한국인보다 더 많은 셈이다.
올해는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30주년이다. 30년 동안 해외여행 시장이 약 40배 증가했다. 올 연말이면 연 출국자 3000만 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손민호 기자, 그래픽=노희경

올해는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 30주년이다. 30년 동안 해외여행 시장이 약 40배 증가했다. 올 연말이면 연 출국자 3000만 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손민호 기자, 그래픽=노희경

새삼 놀라운 건, 한국인이 외국에 자유로이 나가게 된 게 30년밖에 안 됐다는 사실이다.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가 1989년 1월 1일 시행됐으니 올해가 딱 30주년이다. 88년 출국자가 72만 명이었는데, 89년 출국자는 121만 명이었다. 물꼬를 튼 지 1년 만에 출국자 수가 약 60% 증가했다. 해외여행 자유화 조치는 여행·레저 판을 바꾼 일대 사건이었다. 
 
그러나 최근 변화에 비추면 새 발의 피다. 출국자 1000만 명을 돌파한 해가 2005년이고, 2000만 명을 넘어선 해가 2016년이다. 최근 5년 사이 매해 200만 명 정도 출국자가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연말이면 출국자가 3000만 명이 넘을 전망이다. 1000만 명 단위로 끊으면 자유화 조치 이후 1000만 명 돌파에 16년, 2000만 명엔 11년, 3000만 명엔 3년이 걸리는 꼴이다. 엄청난 가속도다.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 해외여행 시장이 30년 사이 약 40배 성장했는데도, 최근 5년에만 갑절 가까이 커졌는데도 한국 여행사는 줄줄이 무너지고 있다. 2018년에만 10개 여행사가 문을 닫았다. 개중에는 한때 150개가 넘는 지점을 거느렸던 ‘탑항공’도 있다. 국내 여행사의 경영난은 중소 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나투어’를 비롯한 대형 여행사도 수익률이 떨어져 지난해 비상 경영체제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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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글로벌 OTA(Online Travel Agency)의 대대적인 공습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TV 리모컨만 눌러도 판세를 알 수 있다. 익스피디아·호텔스컴바인·트리바고 등 해외 OTA 업체들의 광고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OTA의 해외 숙박 점유율은 69.5%를 기록했으며, 항공권 점유율은 27.2%로 국내 여행사(19%)를 앞지른다.
 
여기서 드는 의문. 어쩌다 한국 여행사는 해외 OTA에게 국내 시장을 내줬을까. 옛날 신문을 다시 보자. 1989년 7월 3일자 중앙일보 12면에 D여행사 광고가 실려 있다. 방콕·파타야 5일 패키지상품 가격이 64만2000원이다. 
중앙일보 1989년 7월 3일자 12면 하단에 실린 여행사 광고들. 해외여행 자유화 첫 해의 여행상품이 30년이 지난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놀라운 건 30년 전보다 지금 가격이 더 싼 패키지상품이 있다는 사실이다. 손민호 기자

중앙일보 1989년 7월 3일자 12면 하단에 실린 여행사 광고들. 해외여행 자유화 첫 해의 여행상품이 30년이 지난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놀라운 건 30년 전보다 지금 가격이 더 싼 패키지상품이 있다는 사실이다. 손민호 기자

지금도 30년 전 여정과 똑같은 상품이 있다. 놀랍게도 지금이 더 싸다. 검색을 하면 30만원 대 상품부터 쏟아져 나온다. 국내 여행사들이 콘텐트 개발은 외면한 채 가격 경쟁에만 매달렸다는 증거다. 쉽게 말하면 수수료 몇 푼으로 30년을 연명했다는 뜻이다. 여태의 한국 여행사는 콘텐트 생산자가 아니었다. 중계·알선 업체 또는 심부름센터에 가까웠다. 
 
아직도 외국에 나가는 한국인을 삐딱하게 보는 시선이 있다. 한심하다. 중요한 건, 한국인 출국자 3000만 명 시대가 임박한 오늘 누가 돈을 벌고 있느냐다. 관광 당국이 방한 외국인 숫자만 세고 앉았을 때 여행사들은 해외여행 시장의 30%가 국내 기업 매출이라며 관심을 호소했다. 그 볼멘소리도 이젠 듣기 힘들게 됐다. 해외여행 자유화 30주년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레저팀장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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