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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 P2P 결제를 ‘카드깡’ 취급, 10년간 발목 잡았다

 
"스타트업은 안 되고, 대형 카드회사는 된다니 이런 차별이 어디 있나요."  
 
지난달 31일 만난 홍성남(49) 팍스모네 대표는 볼펜을 꼭 쥔 손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투에는 억울함이 가득 묻어 있었다. 팍스모네는 2007년 국내 최초로 신용카드 P2P(peer to peer·개인간) 지급결제 시스템을 만들었다. 2010년 국내 대형 카드사에 기술을 이전했지만 10년 가까이 금융 당국의 허가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대형 카드회사는 팍스모네와 비슷한 지급결제 시스템을 내놨다. 긴 한숨을 내쉰 홍 대표는 "5억원을 들여서 기술을 개발하고 사비 2억원을 들여 국·내외 특허를 냈는데 이제는 회사를 접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그가 겪은 금융 규제의 높은 벽을 들어봤다.
 
규제에 막혀 사업 서비스를 못하고 있는 핀테크기업 '팍스모네' 홍성남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구로구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규제에 막혀 사업 서비스를 못하고 있는 핀테크기업 '팍스모네' 홍성남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구로구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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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을 개발한 계기는 뭔가.
중고 물건이나 서비스를 거래하는 개인 간 거래 포털을 만드는 사업을 했는데 안정적인 결제 수단이 없더라. 그래서 소액 거래에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2010년에는 국내 대형 카드사와 사내 시범 서비스를 오픈하기도 했다. 기술 판매를 한 셈이다.”
 
규제에 막혀 사업 서비스를 못하고 있는 핀테크기업 '팍스모네' 홍성남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구로구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규제에 막혀 사업 서비스를 못하고 있는 핀테크기업 '팍스모네' 홍성남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구로구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홍 대표는 “카드 불법결제, 소위 말해 카드깡 소지가 있다며 금융위가 서비스 승인을 해주지 않고 있다”며 "현금 없는 세상이 현실이 되고 있지만, 규제에 막혀 우리 회사 같은 스타트업은 제자리걸음"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금융위가 ‘카드깡’이라고 규정한 이유는 뭔가.
여신전문금융업법 19조에 대한 해석 때문이다. 금융위는 신용카드 사용자가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는 건 물건 구매나 서비스 구매에 한정해야 한다고 이 법을 해석하고 있다. 신용카드 간 P2P 지급결제를 허용하면 카드깡 등에 악용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합당한 지적이라고 생각해서 기존에 개발한 서비스와 다르게 현금화를 막았다. 선불전자지급수단을 신용카드 결제대금으로만 사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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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선 이런 서비스가 가능한가.
세계 최대 결제 플랫폼인 페이팔에서 하는 서비스다. 등록된 신용카드로 돈을 보내면 계좌를 통해 현금으로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에서 허용하고 있지 않아서 한국 페이팔에선 이게 안 된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 때문에 한국에선 페이팔 같은 핀테크 기업이 절대로 나올 수가 없다.
 
팍스모네는 2016년부터 국민신문고 등을 활용해 규제와 싸우고 있다. 관련 서비스 허가를 담당하는 금융위원회의 벽도 몇 차례 두드렸으나 규제의 벽을 넘어서진 못하고 있다.
 
 규제에 막혀 사업 서비스를 못하고 있는 핀테크기업 '팍스모네' 홍성남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구로구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홍 대표가 들고 있는 서류는 국내 및 미국에서 받은 특허증이다. 최승식 기자

규제에 막혀 사업 서비스를 못하고 있는 핀테크기업 '팍스모네' 홍성남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구로구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홍 대표가 들고 있는 서류는 국내 및 미국에서 받은 특허증이다. 최승식 기자

 
그동안 경과는.
2016년 3월, 우리가 개발한 서비스가 새로운 핀테크 서비스에 해당한다는 법무법인 검토 의견을 첨부해 국민신문고를 통해 금융위원회에 답변을 요구했다. 그해 4월 국무조정실 규제혁신기획관실 주관 ‘민관합동 규제개선 추진단’ 회의에서 우리 회사가 개발한 서비스가 신용카드 회원 A가 다른 회원 B에게 결제수단을 충전해 주는 것으로 충전된 결제수단은 송금ㆍ인출을 할 수 없어 불법적인 카드깡 우려도 없다는 설명을 충분히 드렸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터뷰 도중 몇 차례 말을 끊으며 감정을 가라앉힌 홍 대표가 서류 한장을 내밀었다. 금융위원회가 2017년 9월에 낸 보도자료였다. ‘카드사 신사업 진출 및 영업규제 합리화 과제 추진’이란 제목이 보였다. 홍 대표는 “중간에 선불카드를 하나 끼워 넣었을 뿐 우리 회사가 개발한 것과 동일한 결제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선불카드를 새로 발급받아야 해서 우리가 개발한 것보다 오히려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규제에 막혀 사업 서비스를 못하고 있는 핀테크기업 '팍스모네' 홍성남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구로구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규제에 막혀 사업 서비스를 못하고 있는 핀테크기업 '팍스모네' 홍성남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구로구 본사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승식 기자

 
금융위원회의 카드사 신사업 진출 발표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참담했다. 우리 같은 핀테크 스타트업이 하는 건 안 되고 왜 대기업 카드사는 가능한가. 그동안 미국ㆍ일본 특허는 물론이고 국내 특허도 냈다. 해외에서는 이미 허용하고 있는데 그걸 막고 있다가 대기업에는 신사업 진출 기회라고 열어주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런 방식으로 시장을 열어주면 우리 같은 스타트업에게는 영원히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
 
카드사에 이런 서비스를 허용한 이유를 금융위원회에 물어봤나.
선불카드를 발급해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우리가 개발한 P2P 결제 방식과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올해 4월 금융위에 신용카드 P2P 지급결제 서비스 허가와 관련해 재차 질의를 요청해 놓은 상태다. 금융위에서 답변 기한 1차 연장을 요청해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홍 대표는 목을 가다듬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 “돌이켜 보면 우리 같은 핀테크 스타트업은 시장 진출도 꿈꾸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걸 깨닫는 데 좀 오래 걸렸다. 개발 직원도 다 퇴사하고 이제는 창업자 둘 만 남아서 회사를 지키고 있다. 금융위에서 불허 답변이 오면 이제는 방법이 없다. 회사 운영을 접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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