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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줄었는데 "늘었다"는 文···靑참모들이 대통령 귀 막았나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진단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경기 흐름과 관련, 유리한 통계만을 인용해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드러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청와대의 ‘적자 국채’ 발행 압박 의혹을 제기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경제부총리가 대통령에게 월례보고를 하겠다고 하니 청와대 참모가 시켜주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청와대 보고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계 실질소득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이 통계청 ‘소득분위별 소득 및 비소비지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체 평균 소득은 1~3분기 늘었다. 그러나 당초 정부가 '최저임금' 정책의 초점을 맞췄던 소득 최하위(하위 20%)인 1분위, 차하위(20~40%)인 2분위의 소득은 3분기 연속 줄었다. 중위층(40~60%)인 3분위의 소득도 1ㆍ2분기 감소하다가 3분기 소폭 증가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문제는 전체 실질 '처분가능소득'이 지난해 1~3분기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는 점이다. 실질 처분가능소득은 가계의 소득에서 이자ㆍ사회보험료,ㆍ세금 등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에 물가 상승분을 감안한 것이다. 가계의 실제 구매력을 나타낸다. 전체 평균은 1분기 3만6591원, 2분기 3400원, 3분기 4만6980원씩 줄었다. 특히 1~3분위의 소득 감소가 두드러진다. 4ㆍ5분위의 소득이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분배 쇼크’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오찬에선 “2018년 소비는 지표상으로 좋게 나타났지만 계속 안 되는 것처럼 일관되게 보도됐다”는 발언도 논란이다. 전년 동기 대비 민간소비 증가율(한국은행)은 1분기 3.5%로 성장률을 웃돌았지만 2분기 2.8%, 3분기 2.6%로 계속 낮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소매판매액지수(통계청)도 1분기에는 3% 늘었지만 2분기 0.7%로 증가세가 꺾이더니, 3분기에는 0.5% 감소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국책 연구 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2월 경제 동향’ 보고서에서 “소비자 심리가 악화하는 등 민간소비에 대한 부정적 신호가 점증하고 있다”고 판단한 이유다.
 
추경호 의원은 “경제 현실과 괴리감이 큰 대통령의 발언이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며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께 일부 유리한 내용만 부각하고 민생경제의 실상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의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 이상”, 지난해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의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 등의 발언은 자영업자ㆍ취업준비생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국무회의에서는 조선과 자동차 분야의 지표 호조를 언급하며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속담을 인용했다. 하지만 지난해 선박 수주는 전년보다는 늘었지만 과거 호황 때의 20% 수준이었다. 지난해 3분기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은 전년의 4분의 1에 불과하며, 부품업계는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2017년에는 직접 사망자 ‘0’명인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사망자를 1368명이라고 해 외교 문제가 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 등 경제 부처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이들의 말은 이렇다. 문 대통령은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졸업할 만큼 판단이 정확하다. 주요 현안은 꼼꼼하고 신중하게 챙기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공식 일정이 빡빡하다 보니 경제 관련 동향은 간략한 핵심만 추려 보고받는다. 이 과정에서 정책의 ‘그림자’가 제대로 보고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런 발언이 계속되면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문제가 생긴다”며 “무엇보다 청와대가 직접 유리한 데이터만 취사선택해 정책 전체를 평가하는 것은 왜곡된 결론을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우리 사회에 경제 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해서 성과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지난달 31일 지적도 국민이 느끼는 체감과는 다르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용 참사, 자영업 대란, 기업 투자 급감, 분배 악화 등 경제가 꺾이는 상황에서 정책의 부작용을 비판한 언론에 화살을 돌렸다는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청와대 경제 라인은 경제가 어려워지는 데 위기의식이 없다는 비판을 받으며 물러났다"며 "이는 기업ㆍ경제단체 등과의 접촉을 꺼리다 보니 경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장참가자들의 쓴소리와 불편한 말에 귀를 기울여야 진정한 소통이 이뤄진다"라고 조언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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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