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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백 취소' 4가지 미스터리···기재부는 왜 그랬을까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지목한 2017년 11월 14일. 채권시장에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기획재정부는 예정된 날짜(15일) 바로 하루 전에 국채 조기 매입(바이백)을 취소했다.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는 일방적 공지였다. 
 
1조원 규모 국채 매입이 없던 일이 되면서 채권시장은 혼란에 빠졌다. 국고채 금리는 단숨에 0.1%포인트가량 상승했고(채권값은 하락) 투자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2일 서울 역삼동에서 '적자 국채 발행 압력' 등에 대한 기자회견을 한 뒤 떠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2일 서울 역삼동에서 '적자 국채 발행 압력' 등에 대한 기자회견을 한 뒤 떠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신 전 사무관의 잇따른 유튜브 폭로와 기자회견으로 1년여 전 바이백 취소 사건이 다시 주목받았다. 신 전 사무관의 폭로에 기획재정부는 공무상 기밀 누설죄 혐의에 대한 검찰 고발로 맞서면서 바이백 취소 사건은 법정 공방으로 번지게 됐다.  
 
그러나 신 전 사무관과 기재부의 해명에도 ‘그날’의 진실은 여전히 미궁 속이다. 신 전 사무관의 자살 시도로 이번 사태에 대한 여론의 관심만 증폭된 상태다. 양측 공방에도 풀리지 않는, ‘누구 말이 맞느냐’ 판단하기 위해 앞으로 풀어가야 할 미스터리 4가지를 짚어봤다.
 
 
① 왜 하루 전 갑자기 취소했나
2017년 10월 26일 기재부는 바로 다음 달인 11월 국고채 발행ㆍ매입ㆍ교환 계획을 발표했다. 국고채 5조3500억원어치를 발행하고, 3조5000억원어치는 매입하고, 3000억원어치는 교환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현재 논란이 된 건 국고채 3조5000억원 매입(바이백) 부분이다. 2017년 10월 26일 계획 발표 때 기재부는 11월 3일, 15일, 22일 세 차례 걸쳐 바이백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2017년 11월 3일 1조5000억원 규모의 바이백은 기재부의 사전 발표대로 이뤄졌다.  
 
그리고 바이백 취소 발표가 있기 바로 직전인 2017년 11월 14일 오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한 당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올해 국세 수입이 26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며 “초과 세수 중 6조원 정도는 일시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국채 (조기) 상환을 포함해 폭넓게 사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남아도는 세수를 국채 조기 상환에 쓰겠다고 김 부총리가 직접 발언한 마당에 다음날로 예정된 1조원의 바이백이 갑작스레 취소될 것이라고 예상한 시장 관계자는 없었다.
 
하지만 기재부는 2017년 11월 14일 예고도 없이 채권시장 마감 10분도 채 남지 않은 오후 3시 20분쯤 취소 공고문을 올렸다. ‘2017년 11월 15일 시행 예정이었던 제12차 국고채권 매입이 취소되었음을 공고합니다’란 기재부 장관 명의의 한 줄 공지가 다였다.
 
하루 전에 갑자기 취소하는 건 유례 없는 일이었다. 시장 충격은 당연히 컸다. 연 2.1%대에서 움직였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2%로 튀었다. 2014년 이후 3년 만의 2.2%선 돌파였다. 국고채 5년ㆍ10년물 금리도 전날 종가와 비교해 2.3%대에서 2.4%로, 2.5%대에서 2.6%대로 각각 상승했다. 기재부가 던진 ‘돌’에 회사채 금리도 덩달아 뛸 만큼 채권시장은 크게 흔들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② 바이백 취소에 대해 기재부 ‘침묵→석연찮은 해명’ 왜
채권시장 혼란에도 기재부는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침묵했다. 채권시장 관계자에 따르면 2017년 11월 14일 바이백 취소 공고 직후 기재부 국고채 발행ㆍ매입ㆍ교환을 담당하는 국고국 담당 공무원들은 ‘잠적’ 수준으로 답을 하지 않았다.  
 
시장 불만이 증폭하자 다음 날인 2017년 11월 15일 김동연 부총리가 직접 해명했지만 의문만 더 키웠다. “큰일이 아니다. 초과 세수 처리 계산 중에 실무적으로 국채 바이백과 추가 발행을 다시 살펴보고 있던 것”이라고 김 부총리는 말했다.
 
‘단순 계산’과 ‘실무 차원’ 문제라고 김 부총리가 설명했지만, 이를 예고한 일정이 24시간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급하게 취소 공고를 내야 할 만큼의 사안으로 받아들이는 시장 관계자는 없었다. 이후 “단기 자금 조달에 문제가 생겼다”는 등 의혹만 더 키웠다.
 
그날 갑작스러운 바이백 취소에 대해 신재민 전 사무관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부총리께서 39.4%라는 숫자를 주시며 (채무 비율이) 그 위로 올라가야 한다는 말씀을 했다”며 바이백 취소의 배후로 청와대와 김 전 부총리를 지목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사실이 아니라며 신 전 사무관을 검찰에 고발했다. 양측 공방에도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바이백 취소의 이유와 결정권자의 윤곽은 법정 공방을 통해 풀어야 할 과제가 됐다.
 
 
③ 취소해놓고, 바이백 다시 진행 ‘오락가락’ 의사 결정
바이백을 둘러싼 상식을 벗어난 기재부의 움직임은 2017년 11월 14일과 15일 이틀로 끝나지 않았다. 2017년 11월 17일 기재부는 "22일 1조원 규모 국고채 매입(바이백)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하루 만에 취소했다가 다시 사흘 만에 매입을 진행한다는 기재부 발표에 시장 관계자의 불만이 가라앉기는커녕 더 커졌다.
 
2017년 11월 14일 바이백 취소 사건의 원인은 불분명했지만 결과는 명확했다. 기재부에 대한 시장의 불신만 증폭했다. 조 단위 국고채 매입을 추진하면서 며칠 사이에 입장이 오락가락하는 기재부를 ‘못 믿겠다’는 분위기가 채권시장에 팽배했다. ‘불통’에 대한 불만도 컸다.  
 
외국인 투자자도 등을 돌렸다. 바이백 사고 전인 2017년 11월 1일부터 13일까지 9거래일 동안 외국인은 국채 2945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사고 직후인 같은 달 14일부터 24일까지 9거래일간 외국인 국채 순매도 규모는 3149억원으로 204억원(6.9%) 증가했다.  
 
 
지난해 12월 1일(현지시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알베아르 아트 호텔에 마련된 한국 프레스센터를 찾아 G20 정상회의 관련 종합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12월 1일(현지시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알베아르 아트 호텔에 마련된 한국 프레스센터를 찾아 G20 정상회의 관련 종합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바이백 취소액이 시장 규모에 비해 크지 않고 기재부가 연말 바이백을 예정대로 진행하면서 채권시장과 금리는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나 한 번 상처 입은 정부 신뢰는 되돌리기 어려웠다.  
 
 
④ ‘국가부채 비율 영향 없는데’ 시장 혼란ㆍ불신만 가중  
의문 거리는 또 있다. 신 전 사무관이 바이백 취소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한 국가채무 비율이다.
 
국고채는 정부가 ‘얼마를 우리에게 빌려주면 몇 년간 연 몇%의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명시한 증표다. 국고채 발행 잔액에 따라 나랏빚 규모도 줄고 는다. 바이백은 기재부에서 시중에 풀려있는 국고채를 만기보다 빨리 매입(회수)하는 걸 뜻한다. 바이백을 많이 하면 정부에서 사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국가채무가 줄어드는 효과가 난다. 거꾸로 바이백을 적게 하거나 취소하면 국가채무가 늘거나 유지되는 결과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국가채무 비율을 높게 가져가려 바이백을 취소했다’는 게 신 전 사무관 폭로의 요지다.  
 
그런데 1조원 바이백 취소로 국가채무 비율을 낮출 수 있을까. 기재부 재정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11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634조2000억원이다. 이 중 국고채가 554조8000억원(87.5%)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바이백 취소로 1조원 국채 발행 잔액이 줄거나 늘더라도 국가채무의 0.16%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작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중을 뜻하는 국가채무 비율로 본다면 그 영향은 더 미미하다.
 
거기에 기재부는 2017년 11월 14일 취소 사건 이후 바이백을 다시 예정대로 진행했다. 적자 국채 발행 논란과 별개로 바이백 취소 건만으로는 신 전 사무관이 지목한 ‘국가채무 비율 낮추기’란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단 얘기다. 그렇다고 해도 석연찮은 기재부 내 의사 결정이 시장 불안을 증폭시켰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신 전 사무관의 폭로 사건 전말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바이백(buy-back)=정부나 기관이 발행한 채권을 시장에서 되사서(buy) 회수하는(back) 걸 말한다. 보통 국고채는 발행할 때 미리 정해놓은 회수 시기(만기)가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일정을 앞당겨 되사는 걸 바이백이라고 한다. 국고채 조기 상환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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