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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운전자 면허 자진반납···서울 '덤덤' 농촌은 '답답'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건수가 매해 10% 안팎으로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2017년 7월 13일 70대 운전자가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버스 정류장으로 돌진하는 사고를 낸 뒤 수습되는 모습. 이 사고로 시민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사진 경기도 남양주소방서]

고령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건수가 매해 10% 안팎으로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2017년 7월 13일 70대 운전자가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버스 정류장으로 돌진하는 사고를 낸 뒤 수습되는 모습. 이 사고로 시민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사진 경기도 남양주소방서]

2일 서울 양천구청 어르신장애과와 목동·신정동 주민센터엔 하루 내내 100통이 넘는 전화가 걸려왔다. 양천구가 이날부터 만 65세 이상 운전자 대상으로 운전면허증 반납 신청을 받았는데, 주로 “면허증을 반납하면 어떤 혜택이 있나” “절차는 어떻게 되느냐”고 묻는 내용이었다.
 
양천구청이 시행하는 이른바 ‘운전면허증 졸업증’ 제도는 교통사고 확률이 높은 고령의 운전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면허증 자진 반납을 유도하는 것이다. 양천구 측은 첫날 신청자가 11명이었다고 말했다. 총 대상자는 2만5000여 명이다. 아직은 덤덤한 반응인 것이다. 양천구는 면허증을 반납한 고령자 중 상·하반기 각각 120여 명을 선발해 10만원이 충전된 교통카드를 지급할 예정이다. 실제론 운전을 하지 않는 ‘장롱면허’ 소지자보다는 차량 보유자를 우선 선발해 실효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이보다 앞서 부산시는 지난해 7월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우대제도’를 도입했다. 경남 창원·진주 등에서도 관련 조례 개정을 검토 중이다.  
 
고령자에게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하는 건 이들의 교통사고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고령 운전자가 유발한 교통사고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도 된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의 교통사고 건수는 2014년 2만275건에서 2017년 2만6713건으로 매년 10% 안팎으로 증가하고 있다. 같은 기간 사망사고는 4762건에서 4185건으로 줄었는데(-12.1%), 고령 운전자가 유발한 경우는 763건에서 848건으로 11.1%나 늘었다. <그래픽 참조>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오주석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은 “교통 사망사고 다섯 건 중 한 건은 고령 운전자가 일으키고 있는 셈”이라며 “무엇보다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고령자의 운전을 적절히 규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책은 크게 봐서 두 가지다. 먼저 면허 취득과 갱신 과정에서 안전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다. 1일부터는 75세 이상의 경우 교통안전 교육을 이수해야 면허증을 딸 수 있다. 면허 갱신과 적성검사 주기는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된다. 미국이나 일본 등 교통 선진국에선 진작부터 시행하는 제도다.
 
부산시나 양천구처럼 스스로 운전대를 놓게 하는 인센티브 방식도 있다. 국내 처음으로 자진 반납제를 도입한 부산시는 “정책 효과가 뚜렷하다”며 올해 관련 예산을 대폭 확대했다. 부산시가 교통카드(10만원권)와 목욕탕·음식점·안경점 등에서 할인받을 수 있는 복지카드 등을 제시하자 지난해 4800여 명이 면허증을 자진 반납했다. 과거엔 한해 400명 수준이었다. 자진 반납이 몰리자 부산시는 추첨을 통해 420명에게 교통카드를 나눠줬다.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부산에서 고령 운전자가 유발한 사망사고는 16건이었다. 2013~17년 5년 평균(27건)보다 40.7%가 줄어든 것이다. 이지연 부산시 공공교통정책과 주무관은 “교통사고 사망사고 중 고령자 유발 비율도 같은 기간 21.6%에서 13.1%로 급감했다”며 “이런 효과에 힘입어 지난해 4000만원이던 예산을 올해 4억원으로 10배 늘렸다”고 말했다.
 
다만 인센티브는 서울이나 부산처럼 대중교통 여건이 양호한 지역에서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강원도 춘천에 사는 이모(79)씨는 20대 때부터 관공서와 기업에서 운전기사로 근무했다. 이씨는 “운전이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었는데 요즘은 눈이 침침해지고, 손·발 움직임이 둔해지면서 아찔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봄~가을엔 농사를 짓기 위해, 주중 한두 번은 마트에 가기 위해 운전대를 잡는다. 이씨는 “당장이라도 운전을 그만두고 싶다. 하지만 그러면 손·발이 묶이는 게 현실”이라며 답답해했다.
 
오주석 선임연구원은 “이처럼 이동권 보장은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이동성 보완 대책이 병행돼야 실효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가령 집에서 버스정류장까지 이동할 때 이용 가능한 바우처 제공이나 대중교통비 대폭 할인, 마트 무료 배송 등 촘촘한 후속 조치가 따라야 한다는 설명이다. 오 수석연구원은 “낮시간대 운행이나 최고 속도 제한, 운전 가능 지역 한정 등 일정한 조건을 부여하는 ‘제한면허제’ 도입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령 택시기사에 대한 안전대책 이슈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14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출입구로 돌진해 투숙객과 호텔 직원을 다치게 했던 택시기사는 82세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에 등록된 택시기사 26만8000여 명 중 7만8000여 명이 65세 이상이다. 고령 택시기사에 의한 사고 건수와 피해자는 2011년 2116건, 3만1419명에서 2016년 4322건, 6만1250명으로 두 배나 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음 달 13일부터 승객과 운전자 안전을 위해 65세 이상 택시기사에 대해 주의력과 시각 반응 등을 점검하는 ‘자격유지 검사제’를 시행한다. 고령 버스기사에게는 이미 2016년 도입된 제도다. 하지만 이마저도 택시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의료기관의 적성검사로 대체할 수 있게 됐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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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