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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법연구회와 무관…딸깍발이 판사 안철상의 '가시밭 1년'

“딱 재판에 어울리는 분인데 몸에 안 맞는 옷(법원행정처장)을 입고 계셨던 것 같아요.”
 
 사의 표명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 [서울=연합뉴스]

사의 표명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 [서울=연합뉴스]

사의를 표명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을 잘 아는 법조계 인사가 3일 한 얘기다. 대구고 출신의 안 처장은 어려운 형편 탓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건국대 법대에 진학했다.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가 된 그는 “재판이 가장 즐겁다”는 얘길 늘 하곤 했다고 한다. 그를 잘 아는 인사들이 한결같이 “딱 판사”라고 하는 이유다.  
 
안 처장은 3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 1년간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이 많이 들었고 1년이지만 평상시 2년보다 훨씬 길었다”고 밝혔다.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는 대목에서 그가 행정처장으로 한 마음고생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안 처장은 김명수 대법원의 주요 인재풀로 꼽히는 국제인권법연구회나 그 전신인 우리법연구회에 몸 담은 적이 없다. 그런 그가 세간에 이름을 알리게 된 건 2009년 당시 이용훈 대법원장의 비서실장을 맡으면서다. 이때까지만 해도 안 처장은 이 당시 원장과 별다른 인연이 없었다. 
 
그런 안 처장을 추천한 이가 이광범ㆍ김종훈 전임 비서실장들이었다고 한다. 당시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의 편중인사가 논란이 되자 이를 피해 가기 위한 추천이었단 얘기가 나왔다. 처음 추천받을 때 이 당시 원장이 “잘 모르는 사람인데…”는 반응을 내놨다는 후문이 있을 정도다.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지난해 11월 8일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지난해 11월 8일 국회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그래서인지 두 사람의 관계가 원만하지는 않았다. 안 처장이 비서실장임에도 당시 대법원장의 노선을 충실히 이행하기만 한 건 아니란 얘기다. 당시 사정에 밝은 법조계 인사는 “안 처장은 전형적인 딸깍발이다. 자기 소신이 있어서 누가 하라는대로 하고 라인에 줄을 서고 그러는 분이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안 처장의 법조계 후배는 “기본적으로는 일반 판사들과 다르지 않게 보수적 성향을 지녔지만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문상을 두차례 이상 갔을 정도로 진보진영에 대한 이해도 깊다”고 평했다.
 
김명수 대법원장과 안 처장은 사법연수원 동기다. 지난해 초 김소영 당시 행정처장이 물러날 때 김 대법원장이 간곡히 요청해 안 처장이 자리를 맡았다고 한다. 
 
그러나 안 처장의 취임 이후는 그야말로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공식석상에서 김 대법원장과의 의견차가 여과없이 드러났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을 이끌었던 지난해 5월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의혹은 사실이 아니고, 형사조치는 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에 협조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안 처장은 지난해 7월 국회에서 “재판 거래는 없었다고 믿는다”고 다시 말했다. 이날 안 처장이 김 대법원장과 이견이 있었다는 부분을 부인하지 않은 것도 이런 연유다.
김명수 대법원장(왼쪽)이 서울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김 대법원장의 직접답변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오른쪽은 안철상 법원행정처장. 강정현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왼쪽)이 서울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 입장하고 있다. 여야는 이날 김 대법원장의 직접답변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오른쪽은 안철상 법원행정처장. 강정현 기자

 
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안 처장은 기본적으로 사법개혁을 하더라도 억지로 속도를 내지는 말자는 입장이었던 걸로 알고 있다”며 “김 대법원장 뿐 아니라 법원행정처 판사들과는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국회에 출석해 답변하는 것에 많은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안 처장의 건강이상설이 나온 것도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지병이 악화돼서라고 주변 인사들은 전했다. 
 
안 처장의 사의설은 몇달전부터 법조계 주변을 맴돌았다. 실제로 안 처장은 이날 “몇차례 사의 표명을 했는데 이번엔 김 대법원장이 받아들여줄 것 같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이 시점에 사의를 받아들인 걸까. 
 
이를 두고 지난 2일 김 대법원장의 시무식 식사의 내용과 다음달 인사 등을 근거로 ‘안 처장 패싱설’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시무식에서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수사를 거론했다. 그리고 다음달은 인사철이다”라며 “이 중요한 시점에 처장이 그만둔다는 건 처장을 배제하고 인사가 돌아간다는 것 아니겠나”라는 의견을 내놨다.  
 
 안 처장의 한 고교 동문은 “한창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진행중일 때 주변에서 ‘당신이 폭주기관차(김명수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의 기관사 아니냐. 속도 조절을 잘 해 달라’는 말들을 하곤 했다”며 "이런 법원 안팎의 다양한 의견들이 안 처장에게 큰 부담이 됐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와 관련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특조단장이었던 안 처장의 조사 결과 발표에 검찰이 불만을 품고 안 처장을 조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다.
 
후임 법원행정처장으로 내정된 조재연 대법관. [서울=연합뉴스]

후임 법원행정처장으로 내정된 조재연 대법관. [서울=연합뉴스]

한편 안 처장의 후임으로 내정된 조재연 대법관은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성균관대 재학 시절부터 ‘절친’으로 알려졌다. 황 전 총리는 법무부 장관 재직 중이던 2013년 한 언론을 상대로 1억원 손해배상 소송 제기했는데 당시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 변호사로 재직하던 조 대법관이 황 전 총리를 대리했다.  
 
이가영ㆍ김민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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