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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유예→금지→허용→불발…오락가락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지난해 10월 5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이 세종시 참샘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 현재 금지된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 허용 필요성을 언급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5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오른쪽)이 세종시 참샘초등학교를 방문했다. 유 부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 현재 금지된 '초등학교 1~2학년 방과 후 영어 수업' 허용 필요성을 언급했다. [연합뉴스]

아들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고모(37·서울 진관동)씨는 최근 자녀의 영어교육때문에 고민이 많다. 지난해까지는 유치원 방과후 영어 수업을 들었지만 올해부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초등학교 1~2학년 방과후 영어 수업이 재개될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영어학원에 보내자니 학교에서 방과후 수업을 진행할 경우 적응을 못 할까 우려되고, 방과후 수업이 어떻게 될지 결정될 때까지 기다리자니 인기 학원들의 수강신청이 마감될까 걱정이다”며 “당장 올해 3월부터 학기가 시작되는데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으면 어쩌란 말이냐”고 답답해 했다.
 
3월부터 진행될 것이라 예고된 초등 1~2학년 영어 방과후 수업 재개가 불투명해지면서 학부모 혼란이 크다. 정부는 지난해 금지됐던 초등 1~2학년 영어 방과후 수업을 올해부터 다시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초등 초 1~2학년의 방과후 영어수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공교육정상화법)의 본회의 상정이 불발되면서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은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교육부는 올해 1월 임시국회에서라도 법안이 통과되길 원하고 있다. 하지만 법안이 통과되도 학교에서 준비할 시간이 적어 당장 3월부터 추진하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준비가 잘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하면 ‘졸속’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어서다.
지난 2017년 12월 전국방과후법인연합 및 방과후 교육 관련종사자들이서울 종로구에서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1]

지난 2017년 12월 전국방과후법인연합 및 방과후 교육 관련종사자들이서울 종로구에서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스1]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 수업은 지난 5년간 많은 부침을 겪었다. 박근혜 정부인 2014년 2월 초등 방과후 영어를 금지하는 공교육정상화법이 통과됐지만, 여론의 반발로 시행시기가 유예됐다. 결국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이 실제로 금지된 것은 지난해다.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을 고려해 초등학교뿐 아니라 유치원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하는 방안도 추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셌고, 교육부는 유아 영어교육 금지 방침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상황이 달라진 건 지난해 10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면서였다. 유 부총리는 유치원은 물론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교육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유 부총리는 “지식 위주의 영어 수업이 초등 1~2학년 아이들에게 맞지 않아 방과후 영어수업을 금지한 것”이라며 “놀이·체험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영어 노출 환경을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정부 방침을 마냥 환영할 수만은 없다. 특히 지난해 방과후 영어가 금지돼 영어 사교육을 시킨 학부모들은 영어교육에 대한 부담을 떠안게 돼 불만이 크다. 초1 자녀를 둔 윤모(36·서울 중랑구)씨는 “방과후 영어 수업이 허용됐으면 한 달에 몇만 원이면 될 일을, 지난 1년 동안 학원에 보내느라 매달 몇십만 원씩 들었다”며 “정부가 어떤 철학을 갖고 정책을 추진했을 거라 이해하려고 했는데 1년 만에 손바닥 뒤집듯 바뀌니 허무하다”고 털어놨다. 
 
초2 자녀를 둔 윤모(36·서울 중랑구)씨는 “초등 1~2학년 영어 방과후 금지는 처음부터 논란이 많았었는데 학부모 의견을 무시한 채 정책을 밀어붙이더니 결국 현장의 혼란만 키우는 꼴이 됐다”며 “정부 정책이 하도 자주 바뀌니 어느 장단에 맞춰 자녀 로드맵을 짜고 교육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초1 자녀를 둔 김모(36·서울 송파구)씨는 “백년지대계가 돼야 할 교육정책이 정권마다 달라진다고 오년지소계라는 비판을 받더니 이제는 장관 따라 춤을 추고 있다”며 “이번 일을 거울삼아 앞으로는 모두가 공감하고 수용할 수 있는 정책을 내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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