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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민 올린 글엔 "내부고발 인정해주는 문화 원했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잠적해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3일 오전 출신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 유서로 추정되는 글을 남겼다.  
 
신 전 사무관은 이날 오전 11시19분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 ‘마지막 글입니다’란 제목의 글에서 “죽으면 제 말 믿어주겠죠”라고 적었다.  
 
그는 “죽음으로라도 제 진심을 인정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제가 폭로한 것은 일하면서 느꼈던 부채 의식 때문이었다”고 전했다. 또 “(폭로 내용에 대해)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된다”며 “충분히 제가 지적한 여전히 지속되는 행정 내부의 문제에 대한 근거가 있었던 것 같은데 메신저인 제가 너무 경박하게 행동한 것 같다”고 남겼다. 이어 “제가 죽어서 조금 더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내부 고발을 인정해주고 당연시하는 문화, 비상식적인 정책 결정을 하지 않고 정책결정과정을 국민들에게 최대한 공개하는 문화”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날 오전 오전 8시20분쯤 신 전 사무관이 극단적 선택을 암시했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서울 관악경찰서에 따르면 신고를 받은 경찰은 신 전 사무관의 주거지를 수색해 A4 2장 분량에 유서 형식의 글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신 전 사무관은 대학친구에게 이날 오전 7시 “요즘 일로 힘들다”, “행복해라”는 자살을 암시하는 내용의 예약문자를 발송했다.  
 
관악서는 여성청소년과, 형사과 인력 등을 총 동원해 신 전 사무관의 소재를 추적하고 있지만 이날 오전 11시 현재까지 소재지를 파악하지 못했다. 신 전 사무관의 휴대폰은 전원이 꺼진 상태다. 이에 경찰은 강력팀 등을 투입, 폐쇄회로(CC)TV를 바탕으로 신 전 사무관을 추적 중이다.
신재민 전 사무관의 ID로 올라온 글
아버지 어머니 정말 사랑하고 죄송합니다.
그래도 전 잘한 것 같아요. 더 긴 유서는 제 신림 집에 있어요. 죽었다는 이야기 나오면
친구가 유서 올려줄 거에요. 모텔에서 쓴 이 유서도 어떻게는 공개되었으면 좋겠어요. 유서에 추가로...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되어요. 충분히 제가 지적한 여전히 지속되는 행정 내부의 문제에 대한 근거가 있었던 것 같은데. 메신저인 제가 너무 경박하게 행동했었던 것 같아요. 저 원래 이러지 않았어요. 더 멋있고 괜찮았는데....
 
일을 오래 쉬고 집에만 있으면 이렇게 되나봐요. 그리고 전 원래 항상 웃었어요. 울 때도 웃으면서 울어요. 그리고 살 이렇게 많이 안 쪘었어요.
 
진짜 스트레스 받아서 이 지경 된 거에요. 그래도 제가 죽어서 조금더 좋은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1. 내부 고발을 인정해주고 당연시 여기는 문화,
2. 비상식적인 정책결정을 하지 않고 정책결정과정을 국민들에게 최대한 공개하는 문화...
 
살이 너무너무 많이 쪘어요. 일하지 않는 동안 스트레스를 너무 받다 보니… 정신이 피폐해졌나 봐요. 어차피 폭로할 거라면 이렇게 했어서는 안됐었는데.
 
죽음으로라도 제 진심을 인정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폭로한 건 일을 하면서 느꼈던 부채의식 때문이었어요.
 
이걸 말하지 않으면 다른 것을 못할 거라는 부채의식 퇴사하고 6개월 동안은 정말 폐인 + 쓰레기처럼 살았어요. 맨날 쓰레기처럼 술만 마시고. 있는 돈으로 양주 마셔대고.. 양주는 원없이 먹은 것 같아요. 돈도 원없이 썼구요. 카드값 갚아야 하는데...
 
회사 나오고 아무 생각 없이 강사를 할 수가 없었어요. 계약은 맺었었지만. 도저히...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가, 정말 말하지 않고는 못 견딜 것 같아서 말한 거에요.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다들 아무 일도 아니라 하는데, GDP 대비 채무비율 향상을 위해 적자국채 추가 발행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구요? 아무리 그게 미수라 하더라도, 정책최고결정자입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고 그 후 청와대에서도 추가발행하라 하는데요? 증거도 차관보님 카톡까지 보여드렸는데도요?
 
부총리가 대통령보고를 원하는 데로 못 들어가고 있는 게 문제가 아니라구요??
원칙상 행정부 서열 3위입니다. 이자발생문제. 그 이자는 오직 GDP 대비 채무비율을 높이는 목적에 따라 추가로 발생되는 거에요. 국채발행을 통한 회계연도를 넘은 재정 여력확보는 법상 불가능해요. 그리고 그 시기에는 금리 인상기라 모두가 바이백 혹은 적자국채 발행 축소 기대하고 있었어요. 발행하면 시장기대 역행하는 거였어요 교수님.
 
민간기업 CEO인사 개입하는 게 정당한 주주권 행사라구요??
 
그러면 왜 당시 우리부는 숨기면서 했을까요? 왜 대외적으로는 민간기업 경영권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했나요? 만약 정말 이정도 개입이 괜찮다 생각하셨다면 국민들에게 공개하면서 하셨어야죠. 이것도 담당사무관 카톡나와서 차관이 받아왔다는 표현까지 나왔잖아요.
 
서울신문 사장건은요? 이미 사장님이 인정해서 언론보도까지 되었던 건인데요?
 
그래요. 제가 부족하고 틀렸다고 해요. 만약 그래도 이번 정부라면 최소한 내부고발로 제 목소리 들어주시려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전 이렇게 말하면 그래도 진지하게 들어주고 재발방지 이야기해주실 줄 알았어요. 이 모든 것이 제가 제대로 침착하지 못했던 제 잘못입니다.
 
이 유서도 공개되었으면 합니다.
 
저는 지금 박근혜 이명박 정부였다 하더라도 당연히 똑같이 행동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차라리 그때 이렇게 행동했으면 민변에서도 도와주시고 여론도 좋았을 텐데...
 
민변의 모든 변호사가 민변인 걸 공개하고는 변호를 맞지 않겠다고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새삼스럽게 실망했어요. 담당해주신다는 분도 민변인 거 공개하지 않고 형사사건한정으로만 수임해 주신다고 하네요.
 
왜 죽으려 하는 건가?
사실관계를 더 밝히고 싶지도 않다 하면서?
 
저를 아는 모든 사람들 감사합니다. 부끄럽고 먼저가서 죄송합니다.
 
원래는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충분하다 생각했었다. 부족한 것 같다. 어느 기자님 말처럼 몇몇 분의 생계가 나로 인해 위협받는 거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아무리 이게 공익이고 정의라 해도 내가 죽어야 저울의 추가 맞는것 같다.
 
나라가 조금더 나아지고 조금씩 시스템이 더 개선되길 바랄 뿐이다.
 
사실 별거 아니었다. 서울신문 청와대 개입한 것 모두가 알고 있었고(언론보도까지 되었던 사건이다.) KT&G도 모두 알고 있었다.
 
적자성 국채는 내가 겪은 일이 맞다. 들은 일 본길이 아니라 내가 겪은 일이다. 내 귀로 ‘GDP대비 채무비율을 낮추지 않는 게 중요하다’라고 들었다. 페이퍼 다 있었지만 폰을 버렸다.
 
더 살고 싶긴 하다. 모두 행복하길.
이렇게 글을 올리는 건 내 진정성이 의심받는 게 싫어서...막상 죽으려고 하니 눈물이 나서.
 
강요나 외압으로 죽는 것 절대 아니다.  
나는 일베도 아니고 자한당도 좋아하지 않는다. 정치도 하고싶지 않다.
 
인터넷에 내가했던 실수들이 있다해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나는 다면적인 인간이고 잘못도 많이 했으니까..정말 그냥 나라가 좀더 좋아지길 바랐을 뿐이었는데.
 
이젠 진짜 갈게요. 안녕히계세요. 행복했습니다.
 
운화회 친구들이 고파스 하지 말라그랬는데 ㅎㅎㅎ. 하지만 성향이 어떻고 간에,
고려대 동문들이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마음의 안정을 얻고 지지를 받고 싶었나봐요.
 
치밀하지 못했어서 죄송해요. 전 그냥 조규홍 차관보님과의 카톡, 서울신문건은 이미 언론보도된 내용 KT&G는 제가 공개한 문건과 직접일을 했던 제 목소리 정도면 인정받을 수 있다 생각했었어요.
 
저는 정말 어린 애네요. 하지만 제가 있는 곳 어디에도 순수하게 대하고 싶었어요.
다음 생엔 잘생기고 키 크게 태어날게요. 저희 부모님욕은 제발 하지 말아주세요.
 
그래도 죽으면 제가하는 말을 믿어주겠죠.
 
※‘유서’ 원문에서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표현들은 삭제했습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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