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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제재가 오고 있다” 포스터로 대북 메시지 알렸다

2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앞에 "제재가 오고 있다"고 쓰여진 포스터가 놓였다. 이 포스터는 미국 인기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패러디한 것이다. [AP=연합뉴스]

2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앞에 "제재가 오고 있다"고 쓰여진 포스터가 놓였다. 이 포스터는 미국 인기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패러디한 것이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북한의 경제발전을 돕겠다"고 제안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미국이 일방적 제재 압박으로 나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할 것"이라며 제재 완화를 요구한 데 비핵화엔 경제 지원이 뒤따를 것이라고 맞제안한 셈이다. 다만 "로켓 시험이 없는 한 조금도 서둘지 않겠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개발 지원 제안은 이날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가진 사실상 신년회견에서다. 그는 김 위원장의 새해 친서를 들어보이며 대북 외교 성과부터 강조했다. "나는 방금 김정은으로부터 멋진 편지를 받았다"며 "우리는 북한과 많은 진전을 이루고 김 위원장과 우리는 아주 좋은 관계를 수립했고, 많은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비핵화 협상 타결 전망에 대해 "북한은 정말 무언가를 하길 원하지만 이것이 완성될지 누가 알겠는가"라며 "거래는 거래이기 때문에 결과는 모른다"고 했다. 대신 "우리에게는 북한의 경제개발에 뛰어들어 큰 성공을 하고 많은 돈을 벌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며 "북한은 엄청난 경제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도울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날 회의석상 앞자리에 "제재가 다가오고 있다"는 미드 왕좌의 게임 "겨울이 오고 있다"의 패러디 포스터를 배치했다. 제재·압박을 완화하지 않겠다는 동시에 김 위원장의 선제적 제재완화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2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앞에 "제재가 오고 있다"고 쓰여진 포스터가 놓였다. 이 포스터는 미국 인기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패러디한 것이다. [UPI=연합뉴스]

2일 백악관 각료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앞에 "제재가 오고 있다"고 쓰여진 포스터가 놓였다. 이 포스터는 미국 인기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패러디한 것이다. [UPI=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왜 우리가 6000마일이상 떨어진 곳에 계속 머물러야 하느냐"며 시리아·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 조기 철군의 정당성을 설명하면서도 유독 북한에는 인내심을 강조했다. "나는 결코 속도를 얘기한 적이 없다"며 "북한과 이런 식이 된 건 80년이 넘었지만 우리는 6개월 전에 싱가포르에서 회담을 했다"고 하면서다. "나는 조금도 서두르지 않으며 서두를 필요도 없다"며 "내가 아는 건 로켓 발사와 시험이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김 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었지만 아무 공로도 인정받지 못했다"고 하면서 "다른 행정부가 들어섰다면 우리는 지금 아시아에서 매우 큰 규모의 전쟁을 치르고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솔직히 세계 3차대전으로 비화했을 것"이라며 전쟁을 막은 게 성과라고 과시했다.
 
2차 정상회담과 관련해 "김 위원장이 신년 연설에서 정말 만나고 싶다고 했다"며 "나도 회담을 고대하고 있고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회담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초 G20회의 귀국길에 "1월이나 2월에 만날 것"이라고 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시점을 특정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김 위원장 신년사에 화답해 2019년에도 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포함해 대북 외교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이는 트럼프가 북한과 외교를 최대 성공작으로 여기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신년사 경고로 많은 전문가들이 올해 비핵화 협상이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한 것과 달리 인내심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며 들어 보이고 있다.[유튜브 영상 촬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다며 들어 보이고 있다.[유튜브 영상 촬영]

워싱턴의 소식통은 "문제는 정상회담 전 북·미가 실무협상에 트럼프가 얘기한 비핵화 대가로서 경제 지원과 김 위원장의 선제적 제재 완화 요구 사이 중간에서 타협안을 찾아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지 못할 경우 정상회담은 계속 늦춰질 수도 있다고 하면서다.
 
데이비드 이그네이셔스 워싱턴포스트 외교전문 칼럼니스트도 "조급함과 허세가 트럼프 외교의 특징이지만 대북 외교는 분명히 그의 대통령직에서 '승리'로 보고 있다"며 "그는 기꺼이 세부 합의를 기다릴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그네이셔스는 다만 "1994년 제네바합의처럼 이번 협상이 조기에 붕괴되지 않기 위해선 핵·미사일 시험 중단이 보루"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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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