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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금(金)탄'된 한파, 온정으로만 녹이기엔 역부족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내 비닐하우스촌인 꿀벌마을에 연탄재가 놓여 있다. 김민욱 기자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내 비닐하우스촌인 꿀벌마을에 연탄재가 놓여 있다. 김민욱 기자

'연탄=생존 에너지'인 사람들
 
새해 첫날인 지난 1일 오후 3시쯤 찾은 경기도 과천시 꿀벌마을. 마을 이름의 유래는 정확히 전해지지 않지만, 주거용 비닐하우스가 마치 벌집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는 마을이다. 가구 수는 380여 곳에 이른다. 이곳에서 30년 가까이 홀로 산다는 홍금예(75) 할머니는 전날부터 얼어붙은 전기모터를 녹이다 잠시 집 안에서 쉬고 있었다. 연탄보일러를 땐데다 이날 낮 기온이 영하 1도로 다소 풀려 비닐하우스(40㎡) 안은 그나마 견딜만했다.   
 
집안에서도 누빔조끼를 입고 있던 홍 할머니는 한겨울 난방비 걱정은 한시름 덜었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연탄값이 800원(배달비 제외)으로 100원이 올랐지만, 온정 등이 꿀벌마을에 답지하면서다. 지난달 22일 사랑의 교회에서 1만5000장을 후원했고 앞서 같은 달 1일에는 포스코휴먼스가 2000장을 전달했다. 홍 할머니의 창고에는 지자체 지원 등을 포함해 400여장의 연탄이 가지런히 쌓여 있다. 그는 “보일러와 거실 난로를 합쳐 하루 5장, 많게는 7장의 연탄을 땐다”며 “당장 이번 겨울은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꽃샘추위가 벌써 걱정이다.
서울 사랑의교회 자원봉사자들이 지난달 과천 꿀벌마을에 1만5000장의 연탄을 기부하고 있다. [사진 과천시]

서울 사랑의교회 자원봉사자들이 지난달 과천 꿀벌마을에 1만5000장의 연탄을 기부하고 있다. [사진 과천시]

 
사각지대 빈곤층 4만여 가구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2009년 연탄 한장의 가격은 500원이었다. 2015년까지는 동결됐다가 2016년부터 100원씩 올랐다. ‘연탄=생존의 에너지’인 빈곤계층을 중심으로 연탄이 요즘 ‘금(金)탄’이 된 이유다. 연탄 가격의 상승은 화석연료를 줄이자는 세계적인 환경정책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당장 취약계층의 부담이 우려되자 정부는 지난해 6만4000가구에 가구당 40만6000원을 지원했다. 연탄값 인상에 따라 31만3000원에서 지원 규모를 29.7% 늘린 것이다. 지난해 연탄값 인상분(14.3%)을 웃돈다.  
 
하지만 빈곤계층들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달동네는 연탄 배달비로 통상 장당 150~200원씩이 붙는다. 단순 계산해보면 정부 지원금으로는 400여장 정도만 구매가 가능하다. 비닐하우스 등 방한에 취약한 주거환경에 사는 소외계층은 10월 초부터 4월 말까지 연탄보일러를 땐다고 한다. 1000여장의 연탄이 필요하다. 문제는 부양가족이 있다는 이유로 지원대상에서 제외된 빈곤층이 4만 가구 이상이라는 게 사회복지재단 연탄은행 측의 설명이다.
비닐하우스촌인 경기도 과천 꿀벌마을에 사는 한 할머니가 난로속 연탄 상태를 살피고 있다. 김민욱 기자

비닐하우스촌인 경기도 과천 꿀벌마을에 사는 한 할머니가 난로속 연탄 상태를 살피고 있다. 김민욱 기자

 
연탄값 인상은 기부 손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연탄은행은 보통 한 가구에 150~200장씩 연탄을 나눠줬지만, 이번 겨울에는 120장으로 줄였다고 한다. 이에 서울시 내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 70대 주민들은 지난해 삐뚤삐뚤한 익숙지 않은 손글씨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썼다. “연탄값을 올리지 말아 달라”는 애원을 담았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연탄값 인상을 막아달라는 청원이 진행 중이다. [사진 국민청원 홈페이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연탄값 인상을 막아달라는 청원이 진행 중이다. [사진 국민청원 홈페이지]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재 지난달 13일부터 ‘연탄이 금~탄이 되고 있어요. 어떻게 좀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청원도 등장했다. 청원인은 “영세 어르신들은 연탄불이 꺼질까 봐 (추운) 한밤중에도 일어나 갈기도 하는 등 정말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며 “정부나 관련 부처에서는 지난해 11월 한밤중에 기습적으로 연탄 가격을 인상했다. 울분을 넘어 비애감마저 든다”고 주장했다. 현재 청원에는 1840명이 동의했지만 비슷한 주장을 담은 다른 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지방의회도 연탄값 인상을 제한하라는 내용의 건의안을 채택하는 등 팔을 걷었다.
대전의 한 연탄공장에서 직원들이 전국으로 배달될 갓 찍어나온 연탄을 차량에 분주히 옮겨싣고 있다. [중앙포토]

대전의 한 연탄공장에서 직원들이 전국으로 배달될 갓 찍어나온 연탄을 차량에 분주히 옮겨싣고 있다. [중앙포토]

 

화석연료 사용 줄이는 방향은 고민


통계청에 따르면 개별난방 가구 중 도시가스 보일러를 비율이 76.1%로 압도적이다. 다음으로 기름보일러 14.3%, 전기보일러 4.14%가 뒤를 잇는다. 연탄보일러는 1%다. 주거 빈곤층의 상당수는 연탄보일러를 사용한다. 과천 꿀벌마을 처럼 도시가스가 보급이 안 된 곳도 있다. 달동네인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개미마을도 사정은 비슷하다. 연탄과 같은 화석연료 사용비율을 점차 줄여 나가려면 주거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지자체 주거복지 정책 담당자들은 “우선 주거 빈곤층에 대한 복지혜택을 늘리면서, 장기적으로는 임대주택 등 실질적인 주거대책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천=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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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