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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봉지 금지' 동네마트···"시행 전날 발표, 당황스럽다"

“비닐 제공을 금지한다는 걸 뉴스 보고 알았어요. 어디에 물어볼지도 모르겠어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서 할인마트를 운영하는 한모(37)씨는 2일 오전 기자가 방문하자 답답한 듯 질문을 쏟아냈다. 한씨는 "생선이나 정육과 같은 신선식품은 비닐 제공 허용한다고 하는데, 정확하게 어떤 품목까지 가능한지 제시된 것이 없어 애매하다"며 "3개월 동안은 기존에 쓰던 봉투를 소진할 시간을 주기로 했다는데 과태료 부과를 안 하겠다는 건지, 단속을 안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물었다. 그는 이어 "아무래도 (정책 시행 사실을) 모르는 손님이 많아서 손님들과 실랑이를 할 것이 가장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1일부터 대형마트와 165m²(약 50평) 이상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됐다. 제과점에서도 비닐봉지를 무상으로 제공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동네 마트에서는 전과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동네 소상공인 "전날 시행발표, 준비 안 돼"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마켓이 아닌 동네 마트들은 이번 정책으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었다. 서울 역삼동의 할인마트 직원 심모(27)씨는 "동네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비닐봉지를 안 주면 당장 손님이 면전에서 싫어한다"며 "가정집이 아닌 주변 고시원에서 오는 손님들도 많은데 그분들에게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일 오전 10시 강남구 역삼동 한 슈퍼마켓에서 직원들이 야채를 속비닐에 넣어 포장하고 있다. 남궁민 기자

2일 오전 10시 강남구 역삼동 한 슈퍼마켓에서 직원들이 야채를 속비닐에 넣어 포장하고 있다. 남궁민 기자

 
인근 마트에서 계산 업무를 하는 김모(41)씨도 “겨우 며칠 전에 들어서 (비닐 금지 정책을) 알았다”며 “우리는 아직 준비가 안 돼 있는데, 우선은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팔아보겠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 신길동 한 아파트단지에 위치한 H마트에서는 "3개월 계도 기간이 있다"며 기존 비닐봉지를 판매하고 있었다. 대신 고객들에게 앞으로 종량제 봉투를 구매해야 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부착해 놓았다. 
 

◇대형마트는 “별 영향 없어”
이미 종량제 봉투 및 장바구니 사용을 준비해 온 대형마트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대방역에 위치한 기업형 슈퍼마켓 매니저 한모(28)씨는 “우리는 이미 1년 전부터 종량제 봉투만 사용해왔고, 이미 본사 차원에서 비닐봉지 사용 금지에 대해 사전에 공지했었다"며 "이번 조치에 대해선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말했다.  
 
2일 오전 11시 서울 대방역 인근의 기업형 슈퍼마켓에서 한 여성이 종량제 봉지에 구매한 물건을 담고 있다. 이 대형매장에서는 이미 1년 전부터 일회용 비닐봉지 대신 종량제 봉지를 사용해 왔다. 신혜연 기자

2일 오전 11시 서울 대방역 인근의 기업형 슈퍼마켓에서 한 여성이 종량제 봉지에 구매한 물건을 담고 있다. 이 대형매장에서는 이미 1년 전부터 일회용 비닐봉지 대신 종량제 봉지를 사용해 왔다. 신혜연 기자

서울 용산역의 대형 베이커리 관계자도 "지난해부터 봉지를 유상판매하고 있어서 문제없다"며 "처음 시행할 땐 거부감이 컸는데 지금은 자리가 잡힌 것 같다"고 말했다. 역삼동 인근에서 프랜차이즈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점주 A씨도 "며칠 전부터 본사에서 교육을 진행해서 지금은 빵을 담아주는 비닐 봉투는 아예 내려보내지 않고 음료만 담아주는 작은 봉투만 있다"며 "단골한테도 그렇게 설명해 정책 시행에 큰 어려움은 없다"고 설명했다.
  
◇손님들 “정책 추진 공감하지만 갑작스러워”
소비자들은 환경 보호를 위해 비닐 사용을 제한하는 정책의 당위성을 존중하면서도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였다. 역삼동에 거주하는 주부 정모(40)씨는 "빵집에서 비닐을 그냥 주지 못한다고 말해서 (시행 사실을) 알았다"며 "갑자기 돈을 받는다 하니까 당황스럽고 소비자 입장에서 불편하긴 하지만,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니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로 대형마트를 이용하는데, 대형마트는 예전부터 종량제 사용을 권했기 때문에 큰 변화를 체감하지는 못하겠다"고 말했다. 
 
역삼동에 사는 조모(30)씨도 "법이 바뀐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제(1일)부터 바로 바뀌는 건 줄은 몰랐다"며 "미리 알리고 지도를 했으면 소비자들도 대비했을 것 같은데 너무 시행을 코앞에 두고 알려주는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배선영 녹색연합 활동가는 "예전에는 비닐이 무상으로 비치되고 배포되면서 무분별하게 사용된 측면이 강했다"며 "비닐 사용 금지가 당장은 불편은 초래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소비자 불편은 차츰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변경되는 내용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전국 지자체와 3월 말까지 집중 현장계도 기간을 운영한다. 계도기간 중에는 과태료(최대 300만원) 부과를 하지 않는다. 또 생선, 정육, 채소 등 음식료품의 겉면에 수분이 있는 제품이나 상온에서 수분이 발생하는 냉장보관 제품을 담기 위한 합성수지재질의 봉투(일명 '속비닐')은 사용 제한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다영·남궁민·신혜연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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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