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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北 신년사 엘리트 수백명이 작성…주민은 통째 암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2019년 신년사를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2019년 신년사를 발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일 보도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가 작성되는 과정과 신년사 발표 후 북한의 상황을 밝혔다.  
 
태 전 공사는 2일 자신의 블로그인 '태영호의 남북동행포럼'에 글을 올리고 "북한에서 신년사 작성에는 수백명의 북한 엘리트 집단이 동원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에서 "북한에서 지도자의 신년사는 한해 북한이 진행할 분야별 과업과 수행방도를 밝히는 매우 중요한 문건"이라며 "수백명의 엘리트를 동원해 문장과 단어 하나까지 수십 번 고친 끝에 완성된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구체적으로 신년사 작성 과정을 밝혔다. "신년사 작성을 위해 12월 중순부터 당 중앙 선전선동부에서 모든 기관들에 신년사에 반영할 내용을 A4 종이 2페이지 정도로 보고할 것을 요구한다"며 "그렇게 해서 (당에서) 신년사를 완성하면 다시 각 부서에 내려보내 최종 후열을 거친다"고 했다. 이어 "이런 과정을 거치다보니 수백명의 북한 엘리트집단이 동원돼 문장과 단어 하나까지 수십번 고치고 또 고치면서 완성, 최종적으로 김정은에게 보고한다"고 말했다.  
 
북한 주민들에게 신년사가 무슨 의미인지도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은 물론 당원들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방송을 거의 강제로 시청하게 한다"고 밝혔다. "1월 1일 신년사가 발표되는 순간 모든 사람들이 직장이나 집에서 TV로 신년사를 시청한다"라며 "중앙부처 부상(한국의 차관급) 정도면 1월 1일 사무실에 출근해 신년사를 청취하고 소감을 글로 써서 당 위원회에 바쳐야 한다"고 했다.  
 
또 "일부 청년동맹원들은 신년사 전문을 통째로 암송한다"고도 했다. 그는 "북한에선 새해 첫 출근을 1월 3일에 하는데 직원들이 아침 9시 강당에 모여 김정은을 위한 '새해 충성의 선서 모임'을 한 뒤 그 자리에서 김정은의 신년사를 다시 청취하고 그로부터 열흘 정도는 출근하면 1시간씩 신년사를 학습한 뒤 신년사 관철을 위한 결의목표를 개인별로 세워 당 위원회에 제출한다"고 했다.  
 
실제 노동신문은 지난 2017년 1월 5일자에서 "함경남도 함흥시 당위원회가 신년사 학습을 올해 사상사업의 첫 공정으로 삼고 '신년사 학습 열풍'을 세차게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 탈북민은 "신정 연휴(1~3일)를 쉬고 난 뒤 출근하는 4일부터 신년사 학습에 매달려 보통 3월까지 신년사를 손에 들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왼쪽)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2019년 한반도 정세 분석과 전망'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왼쪽)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2019년 한반도 정세 분석과 전망'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태 전 공사는 이날 블로그 글에서 모든 중앙 부처들은 신년사를 토대로 분야별 작전 전술안도 제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외무성 등 모든 중앙 부처들은 신년사에 반영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철하겠다는 분야별 '작전전술안'을 문건으로 만들어 1월 둘째 주 수요일까지 김정은에게 제출한다"면서 "이에 따라 매년 6월엔 상반년 신년사 관철총화(결산)를, 12월엔 부서별 직능총화를 해서 신년사 내용이 어떻게 관철됐는지를 평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태 전 공사는 이날 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 "미국과 동등한 핵보유국의 지위를 굳히려는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오전 국회 본관 귀빈 식당에서 열린 '김정은 신년사로 본 2019년 한반도 정세 분석과 전망' 토론회 기조발언에서 "김정은 신년사에 담긴 대미·대남 메시지는 2019년 미북 핵 협상을 (핵 폐기가 아닌) 핵 군축 협상으로 좁혀서 핵보유국의 전략적 지위를 굳히고, 대북제재 조치를 무력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결국 2019년에 북한의 핵 보유에 기초한 새로운 동북아 안보 구도를 성립하겠다는 것"이라며 "핵무기를 끝까지 고수하겠다는 김정은 입장에 한 치의 변화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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