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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잔치 끝난 미국 경제, 퍼펙트스톰의 시작인가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 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

미국경제가 심상치 않다.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지속하던 증시의 상승추세는 이제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탄탄한 기술력의 바탕 위에 트럼프의 감세 정책에 힘입은 소비지출 증가는 미국의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끌어 왔다. 하지만 잔치는 끝났다. 지난해 미국 증시는 7% 하락하면서 3조 달러가 공중으로 사라졌다. 지난 10년 중에 최악의 부진이다. 미국 경제는 2008년 세계 경제위기 이후 선진국의 장기 침체 속에 나 홀로 호황을 구가했다. 넘쳐나는 일자리, 최저의 실업률 속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던 미국 경제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미국에선 지금의 경제 상황을 ‘비정상적인 거품’으로 보고 “경제를 냉각해야 한다”는 세력과 “지금이 정상”이라는 세력이 충돌하고 있다. 기준금리를 지속해서 단계적으로 인상하기 시작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행보는 전자를 대표한다.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투하된 엄청난 유동성이 그간의 경기 상승세와 맞물려 만들어진 거품을 선제적으로 걷어내지 못하면 또 다른 끔찍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작전에 돌입했다. 지난해 4차례 금리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2년 사이에 0.5%에서 2.5%로 높아졌다. 올해에는 2~3차례의 인상이 예고돼 있다.
 
거품 잔치에 익숙한 월가는 연준의 행보를 근심 가득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 자신이 임명한 연준 의장이 금리 인상을 계속 추진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불필요하게 경기를 급랭시킨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해 왔다. 지난 연말 기준금리 인상 소식에 미국 증시가 기록적으로 폭락하자 트럼프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해고하려 했다. 독립성이 보장된 연준 의장을 해고하려는 초유의 사태는 시장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속죄양을 만들어 내는 트럼프의 정치적 충동에 시장은 불안에 떨고 있다.
 
시론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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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이 금리 인상의 나사를 계속 조여 나가면 자산가격의 재조정이 현실화되고 소비증가세는 둔화할 것이다. 경기순환의 하강국면은 미·중 무역 전쟁과 맞물려 상황을 더 불확실성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기술 굴기’로 패권 국가가 되려는 중국, 이를 저지하려는 미국의 충돌은 협상으로 해결될 수 없다. 미·중 무역 전쟁은 전 세계가 소재를 공급하고, 중국이 조립하고, 미국이 시장을 제공해 오던 글로벌 공급망을 뿌리째 뒤흔들고 있다. 원가는 상승하고 유통망은 뒤죽박죽되고 소비자 물가는 상승압력을 받고 있다. 무역과 투자는 축소 균형 쪽으로 재조정될 것이다.
 
미국 경제는 얼마나 빠른 속도로 냉각될 것인가. 이 추락은 새로운 경제위기의 시작인가. 올해 하반기부터 침체국면이 본격화돼 경제성장률이 2% 아래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도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위기의 그림자를 더 크게 만든다. 경제지표가 하락하면 트럼프는 모험적 충동을 스스로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2020년 대선을 의식한 트럼프는 자신의 정치기반인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장지대)를 의식해 극단적인 보호주의 카드를 꺼낼 것이다. 환율전쟁도 불사할지 모른다. 그 화산재는 태평양 넘어 한국으로 새까맣게 날아올 것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해 한국은 이미 경계주의보를 내렸다. 금리 차에 민감한 글로벌 핫머니의 속성을 잘 알고 있는 한국의 통화 당국은 미국과의 금리 역전을 마냥 방치할 수만은 없지만, 금리 인상은 한국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관리를 더 어렵게 만들고 경기침체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이래저래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본격화된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그동안 세계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라는 호재 속에서도 경제체질 개선을 미적거려온 한국은 더는 물러설 곳도, 미룰 시간도 없다.
 
올해 한국 경제는 처음으로 생산인구가 감소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세계 최고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와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은 한국을 인구절벽으로 내몰고 있다.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기반을 갖고도 실타래처럼 얽힌 규제로 인해 디지털 전환기에 한국은 낙오될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IT 기반을 디지털 경제와 연결한 신산업 르네상스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 한국의 미래는 없다.
 
디지털 경제에 걸맞은 노동시장을 만들어 내지 못하면 그 르네상스는 도면에만 머무를 수밖에 없다. 아날로그 시대의 노동은 박물관으로 갈 운명에 처해 있는데, 그런 노동 보호를 타협 불가능한 정의로운 정책이라고 믿는 정부가 쏟아질 화산재를 막아낼 수 있을까. 희망이 충만해야 할 새해의 시작 벽두에 걱정만 가득하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한국국제경제학회 회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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