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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제일병원도 폐원…예견된 대란은 미리 챙겨야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재작년 서울시 초등교사 임용대란을 기억하시는지…. 학령인구 감소를 고려하지 않아 초등학교 교원 양성 시스템에 혼란이 생겼던 일이다. 우리 기억에서 지워지고 있지만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그런데 급속한 인구변동이라는 비슷한 사유로 가까운 미래에 혼란이 발생할 일들이 여럿 있다.
 
첫째, 출산과 분만 관련 시장이다. 며칠 전 탤런트 이영애씨가 폐원 위기에 놓인 제일병원을 살리기 위해 노력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필자는 매우 놀랐다. 유명 연예인이 등장해서가 아니라 제일병원 폐업에 대해 정부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제일병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표적인 산부인과 전문병원이다. 이 병원의 폐원은 민간 병원 하나가 문을 닫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병원이 폐원하는 이유는 노사갈등, 경영진의 배임혐의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궁극적인 이유는 출산으로 줄어든 분만건수다. 10여 년간 이미 수많은 산부인과 의원들이 문을 닫거나 진료과목을 변경해왔다. 그것이 지방만의 일이고, 동네 의원들의 일인 것으로만 생각했다. 이제는 지방만이 아니라 서울도, 또 의원만이 아니라 대규모 병원에도 분만을 위한 시설이 사라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태어나는 아이의 수는 더 줄어든다. 아이가 항상 건강하게 태어나는 것도 아니다. 제일병원의 폐업은 분만 시 의료적 어려움이라도 생기면 갈 수 있는 전문의료시설이 사라지는 것이다.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정부의 개입이 절실하다.
 
조영태칼럼

조영태칼럼

둘째, 유치원 시장이다. 작년 유치원 보조금 유용사건으로 촉발되어 국회에서 유치원 3법이 발의되고 여야가 대립하면서 유치원 시장은 큰 혼란에 빠졌다. 국가의 보조금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유치원 교육은 공공성을 띠고 있다. 하지만 민간 유치원은 사유재산으로 설립되었기 때문에 민간의 경영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유치원측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은 유치원이 공공재냐 민간재냐가 갈등의 핵심이지만, 사실 이 문제는 3~4년 뒤를 바라보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현재 유치원은 만3세부터 입학이 가능하고 주로 만4~6세가 다닌다. 새해에 유치원 입학이 가능한 유아들은 2015년생이다. 2015년에는 약 43만 명이 태어났다. 그 전인 2014년에도 2013년에도 비슷한 수가 태어났다. 그런데 2017년에는 약 35만 명이 태어났고, 작년에는 약 31만 명 출생에 그쳤다. 당연히 올해 태어나는 아이들의 수는 더 줄어들 것이다. 이렇게 줄어든 유아가 유치원에 진학할 때는 2021년부터다. 그 때가 되면 유치원 3법과 관계없이 전국 대부분 유치원이 운영자체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 분명하다. 특히 유아의 수가 적은 지방 유치원은 재정 상태가 악화되어 폐업이 속출할 것이다. 지방에서 애 키우기는 더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지금 유치원 3법으로 국회에서 여야가 대치할 때가 아니다. 많이 남지도 않은 3년 뒤, 민간 유치원이 과연 존속은 가능할 것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모든 유치원을 국공립화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챙기지 않으면 조만간 수요자인 국민들만 낭패를 겪게 될 것이다.
 
셋째, 간호사 양성 환경이다. 현재 간호사는 전국 대학들의 간호학과를 통해 양성되어 의료시장에 공급된다. 빠른 인구고령화는 더 많은 간호 인력을 요구한다. 거기에 간호간병서비스가 확대되면 간호 인력은 더욱 필요해진다. 이처럼 간호사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전국 대부분의 4년제 대학은 간호학과를 개설하고 있다. 당연히 취업 사정이 좋은 간호학과의 인기는 매우 좋다. 문제는 간호학과의 대부분이 지방대학에 있는데, 인기가 높은 간호학과와 달리 정작 지방대학들은 학생 모집의 위기 앞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전국 200개가 넘는 간호학과 중, 15개만 서울에 있다. 당장 2년 뒤 지방 사립대학들은 신입생이 줄어 대학 재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앞으로 어려움은 가중된다. 만일 대학이 문을 닫으면 인기가 높다고 간호학과만 문을 열수 있을까? 당연히 불가능하다. 그렇게 되면 간호사 양성과 충원을 위한 시스템이 무너진다. 대학의 일이라고 보건복지부가 뒷짐 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지역거점 간호대학이건 다른 형태건 정부는 올해 간호사 양성 시스템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
 
예견됐던 서울시 교원 임용대란도 미리 대책이 마련됐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머지 않아 발생할 출산과 분만 관련 시장, 유치원 교육, 간호사 양성과 관련된 혼란도 예견 가능한 일들이다. 예견된 혼란이 발생할지 극복될 지는 올해 정부가 얼마나 챙기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조영태 서울대 교수·인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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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