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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쳐라" 간호사 대피시키고 확인하려 멈칫…임세원 교수 마지막 순간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의 동생 임세희씨가 빈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강북삼성병원]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의 동생 임세희씨가 빈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강북삼성병원]

 
“가족들 입장에서는 가해자가 위협했을 때 오빠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갔으면 좋았을 텐데, (오빠는) 두 번이나 멈칫하면서 뒤를 돌아봤어요.”
진료 중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의 여동생 임세희씨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떨리는 목소리로 오빠의 마지막 생전 모습을 전했다. 이날 임 교수가 마지막까지 다른 의료진의 안전을 먼저 살폈다는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위협당하자 간호사들 먼저 대피시켜 
경찰과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임 교수는 자신이 진료하던 박모(30)씨가 칼을 들고 위협하자 진료실을 나와 간호사에게 “도망치라”고 말한 후 반대편으로 달려갔다. 경찰은 임 교수가 대피하던 중 멈춰 서서 피했는지 확인하려는 듯한 모습으로 간호사 쪽을 바라봤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간호사를 대피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볼 수 있는 모습이 폐쇄회로(CC)TV상에 포착됐다”고 밝혔다. 임씨 역시 “(오빠가) 두 번이나 뒤를 돌아보며 ‘도망쳐, ’112에 신고해‘라고 했다고 한다”며 “그 모습을 우리는 평생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故) 임세원 교수의 장례식장 [연합뉴스]

고(故) 임세원 교수의 장례식장 [연합뉴스]

이날 오후 빈소가 마련된 적십자병원 장례식장은 차분하지만 분주한 모습이었다. 근조 화환이 복도를 가득 메웠고 흰색 가운을 입은 동료 의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빈소 안에서는 목탁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 조용히 조문을 마친 조문객들은 눈이 빨개진 채로 빠르게 빈소를 빠져나졌다. 
가운을 입은 한 의사는 조문을 마친 뒤에도 곧바로 빈소를 떠나지 못하고 한참을 복도에서 서성이기도 했다. 자신이 임씨의 환자였다고 밝힌 40대 여성은 장례식장 로비를 서성이며 “내가 들어가 조문을 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어서 일단 기다리고 있다”며 “여기까지 왔는데도 믿기지가 않는다”고 울먹였다.  
 
"정신질환자, 사회적 낙인 없이 치료받아야" 
임세희씨는 기자회견에서 유족의 뜻도 밝혔다. 
임씨가 전한 유족의 입장은 의료진 안전을 보장하고, 정신질환자가 편히 치료받을 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것이었다. 울음을 참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시작한 임씨는 “가족의 자랑이었던 임세원 의사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의료진 안전을 보장하고 모든 사람이 정신적 고통을 겪을 때 사회적 낙인 없이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오빠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서도 환자들을 걱정한 것이다. 
 
그는 오빠 임세원 교수가 자신의 우울증 극복기를 책으로 낸 사실을 거론하며 “자신의 고통을 고백한 것은 의사조차 고통받을 수 있음을 알리며 사랑했던 환자를 위해 자신을 드러냈던 것”이라며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오빠가 얼마나 자신의 직업에 소명의식이 있었고, 고통받는 사람들이 사회적 낙인 없이 치료받기를 원했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인의 생전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임씨는 “오빠는 효자였다”며 “바쁜 와중에도 2주에 한번씩은 꼭 부모님과 식사를 했고 부모님께서 좋아하시는 곶감과 굴비를 택배로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에게도 좋은 아빠였다고 전했다. “그냥 아빠를 보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은…”이라며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제가 오빠 없는 세상이 낯설고 두렵듯 아이들과 올케언니는 더 큰 두려움이 있지 않을까 한다”며 우려했다.
 
"평생 환자 위주로 사셨던 것만 생각" 
임씨는 임 교수가 평소 환자에 관한 이야기를 집에서 전혀 하지 않았고, 이번 사건 피의자 박모(30)씨의 범행 동기에 대해서도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임씨는 “아마 그 분(피의자)은 여기가 아니어도 다른 곳에서 비슷한 일을 하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유족은 고인께서 평생 환자 위주로 사셨던 것만 생각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밝혔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중 의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박모 씨가 2일 오후 구속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중 의사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박모 씨가 2일 오후 구속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 서울중앙지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오후 3시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는 피의자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심사가 열렸다. 유치돼 있던 종로경찰서를 나서던 박 씨는 "왜 (의사를) 죽였냐", "원한이 있었냐", "유가족에게 할 말이 있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았다. 오후 11시 서울중앙지법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권유진ㆍ백희연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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