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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회·신년회 준비하려다 한 달 야근…수당은 주나요?

연말연시 '이색 송·신년회'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준비를 맡은 직장인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중앙포토]

연말연시 '이색 송·신년회'를 찾는 수요가 늘면서 준비를 맡은 직장인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중앙포토]

서울에서 회사에 다니는 신모(37)씨는 지난해 12월 치른 송년회만 생각하면 아직도 억울한 기분이 든다. 
그는 지난해 11월쯤 직장 상사로부터 “색다른 콘텐트를 찾아라”는 특명을 받았다. 한 달 정도의 준비 기간 동안 ‘송년회 준비위원장’으로 불렸으나 위원장 이름만 받았을 뿐 근무량은 그대로였다. 결국 신씨는 퇴근 후 송년회 준비에 필요한 잔업을 해야 했다. 일주일에 3일 이상 퇴근 후 이색 송년회를 검색하고 아이디어를 짰다. 실내 양궁장, 파티룸, 방 탈출 게임장 등에 일일이 전화를 돌리고 PT까지 준비하다 보면 퇴근이 한 두 시간 미뤄지기 일쑤였다. 하지만 결국 돌아온 건 “그냥 회식하자”는 답변이었다. 신씨는“한 달을 야근한 셈인데 조금 억울하다”며 “차라리 처음부터 회식하는 게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올해로 입사 3년 차인 염모(28)씨도 송년회를 준비하며 고생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 12월쯤 송년회와 겸해 진행하는 회사창립기념회 때 장기자랑에 참가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아직 연차가 낮은 직원들이 장기자랑에 나가야 한다는 은근한 압박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염씨는 동기 몇 명과 팀을 짜서 노래와 춤을 연습했다. 행사일 2주 전부터는 노래방까지 빌렸다. 그는 “초과수당은 바라지도 않으니 노래방비라도 지원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신년회를 준비하며 일 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지시여부와 행사의 성격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포토]

송·신년회를 준비하며 일 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지시여부와 행사의 성격을 증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포토]

송년회와 신년회 준비하며 스트레스를 받는 건 일반 회사원뿐만이 아니다.
지방에서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이모 교사도 송년회 준비를 맡았다. 이때 교장 교사 퇴임을 기념하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이씨의 업무가 확 늘었다. 그는 방과 후 학생을 상대로 “교장 선생님께 전하는 한마디” 영상을 찍었다. 편집 역시 이씨의 몫이었다. 그는 “누가 직접 강요하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젊은 교사가 하면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연말·연초 송년·신년 모임이 잦아지며 이를 준비하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직장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주로 연차가 낮은 직장인이 행사의 사전 준비나 진행 관련 역할을 떠맡는 경우가 많아 “가욋일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그렇다면 회사 관련 송·신년 모임을 준비하며 일을 더 한 경우 초과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노동시간 해당 여부 판단 기준에 대한 지침에 따르면 ‘근로시간’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 종속된 시간, 즉 노동력을 사용자의 처분 아래에 둔 실제 구속시간을 의미한다. 
근로시간에 해당하는지는 ▶사용자의 지시 여부▶업무수행(참여)의무 정도▶수행이나 참여를 거부한 경우 불이익 여부▶시간·장소 제한의 정도 등 구체적 사실관계를 따져 사례별로 판단한다. 행사의 성격과 사용자의 지시 여부에 따라 사안별로 근로시간 인정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노동건강연대 집행위원 유성규 노무사는 “고려해야 할 점이 많기 때문에 칼로 무 자르듯 답을 낼 순 없다”면서도 “송년·신년 모임의 경우 직원 간 친목 도모의 시간으로서 성격이 강해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워크숍·세미나 등이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행사가 사용자의 지휘 감독 아래 진행돼야 하고, 그 목적이 효과적인 업무 수행 등을 위한 시간이어야 한다. 고용노동부의 지침에도 '단순히 직원 간 단합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워크숍 등은 근로시간으로 보기 어려움'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장기자랑을 준비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최인혜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만약 장기자랑을 준비하기 위한 교육을 받으라는 지시가 있고 학원비를 지급하는 등 회사에서 관련 비용을 지원한 증거가 있다면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용자의 지시나 강요 여부나 업무 연관성도 중요하다. 단순히 개인의 복리 후생적 측면에서의 역량 강화를 위해 장기자랑을 연습했다면 근로시간으로 인정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태윤·심석용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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