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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트럼프와 언제든 대화, 제재 땐 새 길 모색”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소파 신년사’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대화와 파국 양자택일의 공을 넘겼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조선중앙TV를 통해 발표한 신년사에서 “언제든지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불미스러운 과거사를 고집하며 떠안고 갈 의사가 없으며, 시대 발전의 요구에 맞게 새로운 관계 수립을 향해 나아갈 용의가 있다”고 알렸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비핵화 의지 확고” 육성 첫 공개
협상이냐 파국이냐 택일 요구

김 위원장 1만2807자 신년사
“외세와 합동 군사연습 허용 말라”
작년 3월 “한·미훈련 이해”서 변화
평화체제 전환 다자협상도 주장

또 “완전한 비핵화에로(으로) 나아가려는 것은 우리 당과 공화국 정부의 불변한 입장이며 나의 확고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 육성으로 비핵화라는 표현이 공개된 건 처음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미국이 자기의 약속(6·12 북·미 정상회담)을 지키지 않고 우리(북한)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강요하려 들고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미국에 대북제재 해제 등에 나서지 않을 경우 핵개발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비핵화 대화와 핵개발 재개의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거론하며 제재 해제를 요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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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이 자력갱생과 군이 경제건설에 적극 나서라고 밝힌 것도 미국과의 협상이 여의치 않을 경우에 대비한 차원일 수 있다. 
 
김정은 “개성공단·금강산 재개” 제재 완화 요청 메시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1일 신년사는 전례를 뛰어넘었다. 노동당 접견실로 추정되는 공간에서 32분 동안 진행됐는데, 김 위원장은 내내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낭독했다. 북한 최고 지도자의 ‘소파 신년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확대발전과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의 조건 없는 재개, 새로운 통일방안 논의 제안을 함께 내놨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신년사에는 남북관계의 발전과 북·미 관계의 진전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본다”며 “김 위원장의 확고한 의지는 새해에 한반도 문제가 순조롭게 풀리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① 제재 뇌관 금강산, 개성공단 꺼냈다=김 위원장은 “개성에 진출했던 남측 기업의 어려운 사정과 민족의 명산을 찾고 싶어 하는 남녘 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중략)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조건 없는 재개를 약속했지만, 공단과 관광은 모두 김 위원장의 손을 떠난 사안이다.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해결해야 한다. 유엔은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벌크 캐시(대량 현금)의 대북 유입(2013년 통과된 2087·2094호)은 물론, 식료품·기계류·전기기기를 북한에 직간접적으로 공급·판매·이전하는 것을 금지(2017년 통과된 2397호)했다. 김 위원장이 이를 알 텐데도 금강산과 개성공단을 언급한 것은 제재 완화에 미국이 힘을 써달라는 의미로 읽힌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비핵화 조치를 북한이 먼저 내놓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이 강도 높은 제재 완화 요구사항을 내밀며 압박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의 다음 조치는 북한이 2016년 취했던 개성공단과 금강산의 남측 재산 몰수 조치에 대한 해제라는 관측도 나온다. 몰수조치를 철회한 뒤 한국 정부를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② 한·미 합동훈련 중단 공식 요구=김 위원장은 “북과 남이 평화·번영의 길로 나아가기로 확약한 이상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긴장의 근원으로 되고 있는 외세와의 합동 군사연습(연합훈련)을 더 이상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외부로부터의 전략자산을 비롯한 전쟁 장비 반입도 완전히 중지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3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들었다는 발언과는 결이 다르다. 당시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은 연합훈련이 연례적이고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는 점을 이해했다”며 “우리 측은 ‘연합훈련의 중단이나 재연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러할 명분도 없다’는 입장을 전하려 했는데 김 위원장은 이미 관련 보고를 받고 우리 측 입장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어쨌든 한·미 군 당국은 지난해 가을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과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KEMP), 공군 연합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 등을 유예했다. 북·미 비핵화 협상의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였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최고지도자가 사실상의 지시를 내린 것이니 북한 당국자들은 앞으로 남북군사공동위원회가 열리면 이 문제를 집요하게 걸고 넘어갈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③ 평화체제 다자협상 요구=남북 정상이 지난해 추진했다가 불발된 정전협정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김 위원장은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계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을 추진하자”고 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그동안 미국과의 양자대화를 통한 협상이 여의치 않자 중국 등 북한의 입장에 동조하는 나라들을 포함시켜 협상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외부 세력의 간섭과 개입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통일방안 논의도 제안했다. “오늘의 좋은 분위기를 놓치지 말고 전 민족적 합의에 기초한 평화적인 통일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실현을 위해 진지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전격적 제안이 어떤 방안을 염두에 두고 나온 것인지는 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통일 방안 논의를 놓곤 비핵화가 우선이라는 반론이 나오며 남남갈등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올해 신년사(1만2807자)는 지난해(1만1300자)와 양은 비슷한데 미국 분량이 세 배로 늘었다. 지난해 남북관계 2655자, 북·미 관계 736자였는데 올해는 남북관계 2231자, 북·미 관계 2210자였다.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과 북·미 관계 대목이 3분의 1을 차지했다. 
 
정용수·이철재·전수진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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