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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새해특집] 수원시 협치행정 8년… 시민 정책 제안부터 갈등 해결까지 영역 확대

2014년 3월 수원실내체육관에서 ‘모든 사람의 길이 되는 미래교통을 말하다’를 주제로 열린 수원시 ‘500인 원탁토론’에 참석한 시민, 공직자, 전문가 등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수원시청
2년 전 겨울,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촛불혁명 이후 ‘숙의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지난 정권의 불통 정치가 국정농단까지 빚어내자, 시민 참여를 높인 충분한 토론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숙의’가 중심이 된 민주주의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6·13 지방선거 이후 전국 곳곳의 지방자치단체가 민·관 협치 및 시민 참여를 중점에 둔 협치기구 등을 구성하기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그런데 이미 8년 전부터 시민 참여와 시민 주권을 최우선으로 한 협치 행정을 실현하고 있는 지자체가 있다. 바로 수원시다. 수원시는 민선 5기 출범 직후부터 좋은시정위원회, 마을만들기 운동, 시민배심원제, 주민참여예산제 등 정책 발굴과 갈등 해결 등 모든 과정에 시민 의견을 최우선으로 반영하는 협치 행정을 이어나가고 있다. 마침 경기도 내 여러 지자체도 협치기구 구성 및 관련 조례 제정에 한창인 지금, 이젠 제법 성숙해져가는 수원시의 ‘협치 행정’을 모델로 제시한다.

 



민선 5기 출범 이후 첫 새해를 맞은 2011년 1월 10일 염태영 수원시장이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같은달 3일 염 시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를 시민의 참여와 소통을 통한 ‘거버넌스(협치) 행정’의 원년으로 삼고자 합니다”라며 협치 행정을 공언했다. 사진=수원시청<br /><br>
민선 5기 출범 이후 첫 새해를 맞은 2011년 1월 10일 염태영 수원시장이 신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같은달 3일 염 시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를 시민의 참여와 소통을 통한 ‘거버넌스(협치) 행정’의 원년으로 삼고자 합니다”라며 협치 행정을 공언했다. 사진=수원시청
◆ 협치행정 8년, 시민과 함께 멀리보는 수원시 = “올해를 시민의 참여와 소통을 통한 ‘거버넌스(협치) 행정’의 원년으로 삼고자 합니다”. 민선 5기 출범 이후 첫 새해를 맞은 2011년 1월 3일, 염태영 수원시장은 신년사를 통해 협치 행정을 공언했다. ‘빨리가고 싶으면 혼자가고, 멀리가고 싶다면 함께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인용하면서 “혼자 잰걸음으로 가는 것보다 조금 더딜지라도 시민 여러분과 함께가며 더 높이 더 멀리 내다보는 시정을 펼쳐가겠습니다”고 약속했다.



◇ 전국 기초단체 최초 협치기구 ‘좋은시정위원회’ = 2011년 2월 수원시 제1기 좋은시정위원회가 출범했다. 전국 기초 지자체 중 처음 만들어진 민·관 협치기구다. 좋은시정위원회는 시민과 행정이 함께, 시민을 위한 정책과제를 발굴하고 현안사항 등을 심의·자문한다. 시의원·공무원 11명, 시민·사회활동가 22명, 전문가 39명 총 72명으로 구성, 현재는 지난해 7월 출범한 제4기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238번의 위원회, 40회의 분과별 토론회 및 워크숍이 진행됐다. 위원장인 시장이 회의에 직접 참석해 실질적인 정책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 발굴된 62건의 정책과제 중 40건이 도입됐다. 정책 제안·추진시 위원회와 행정 간 소통과 협력이 어려운 부분도 있었지만, 끊임없는 회의와 토론으로 오히려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는 기회로 삼았다. 2016년 5월엔 중앙정부의 지방재정개편 철회를 촉구하는 등 불합리한 정부를 향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도 했다.



2016년 5월 18일 수원시 좋은시정위원회가 수원시청에서 전체회의를 연 뒤 중앙정부의 지방재정개편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수원시청<br /><br>
2016년 5월 18일 수원시 좋은시정위원회가 수원시청에서 전체회의를 연 뒤 중앙정부의 지방재정개편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수원시청
◇ ‘마을르네상스’로 지방자치 네트워크 촘촘히 = 풀뿌리민주주의 기초 단위이자 지방자치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을’ 살리기 운동도 진행 중이다. 2011년 6월 각 마을의 중간지원 역할을 할 수원시 마을르네상스센터가 문을 열었다. 마을르네상스란, 주민 스스로 우리 마을을 문화와 복지, 자연과 환경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삶의 공간’으로 디자인해 가꿔나가는 시민공동체 운동이다. 행정의 지원 아래 주민들이 스스로 협치에 나서 마을계획을 세우고 특화마을 사업 등에 나선다. 2011년부터 올해까지 852건(총 60억2천800만 원 규모)에 달하는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이 선정·추진됐으며, 이 과정에서 마을활동 및 애로사항을 공유하는 시간도 가져 주민·중간지원조직·행정 간 소통의 장도 마련했다. 초기엔 사업 추진과정 등에 대한 이해도 및 책임감 부족 등 어려움도 발생했지만 2016년부터 신청자를 미리 받아 충분한 학습과 컨설팅을 거치면서 문제를 해결해냈다.



◇ 원탁에서 나오는 집단지성 = ‘원탁토론’은 이미 전국적으로 벤치마킹되고 있는 수원시 대표 협치 행정 사례다. 해외 선진국에서 먼저 발달된 타운미팅 형식의 회의를 2012년 전국 최초로 시정에 적용했다. 원탁토론은 시민, 공직자, 전문가가 모여 생활과 밀접한 현안 등을 토론하고 투표를 통해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리는 제도다. 10명 단위로 둘러앉은 30~50개의 원탁에서 참가자 전원이 동등한 발언과 상호 토론을 진행, 논의된 내용을 각 진행자가 중앙서버에 전송하고 분석한 뒤 현장투표와 의견조정을 거쳐 결론을 낸다. 시민의 집단지성을 반영한 정책추진으로 정책결정의 오류를 줄이고 시민동의를 근거로 정책추진의 동력도 확보한다. 2012년 7월 첫 500인 원탁토론을 가진 뒤 매년 3~5회 개최하고 있다. 2014년 4월엔 행정안전부가 이를 ‘정부 3.0 주간 우수사례’로 선정하기도 했다.



수원지방법원 형사재판실에서 2015년 2월 열린 수원시 제3차 시민배심법정에 배심원으로 참석한 시민들이 신분당선 광교역사 명칭 선정 재판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수원시청
◆ 갈등도 협치가 약... 시민배심원제 = 수원시는 정책결정 과정이나 다수의 이해관계에서 발생한 갈등도 시민들이 스스로 판단하는 시민배심법정을 열어 해결했다. 평결 결과에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해당 부서장이 평결 내용을 최대한 반영하고 이해당사자들의 수용 의지도 높이면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밖에도 장기간 해결되지 않거나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갈등 등을 공개 토론과 심의로 공정하게 조율하는 성과를 냈다. 특히 2015년 제3차 시민배심법정은 자칫 사회적으로 더 커질 뻔한 사안을 성숙된 시민의 면모를 통해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신설된 신분당선 지하철역사의 명칭을 두고 지역 주민 의견이 엇갈렸지만 이해관계자와 더불어 일반 시민까지 배심원으로 참여해 갈등을 조정해 냈다. 현재까지 총 3회의 법정이 열려 58명의 시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했으며 지난 3월 공개모집과 추천으로 선정된 시민예비배심원은 현재 총 126명이다. 법정이 열리면 이 중에서 추첨 지명을 거쳐 배심원을 결정한다.



◇ 실패딛고 상생해결... 광교상수원보호구역 갈등 = 물론 협치를 통한 갈등 조정이 모두 수월했던 건 아니다. 2016년 수원시는 40년 넘도록 비상취수원으로 운영된 광교저수지를 폐쇄하고 상수원보호구역을 해제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재산권 침해를 호소한 광교산 주민들 때문이다. 그러자 시민단체는 환경보호와 난개발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수원시는 좋은시정위원회에 결정권을 넘겨 합의안 도출을 시도했지만 첨예한 갈등으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며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또다시 시민·사회단체, 전문가, 시의원, 공무원 등이 참여하는 ‘상생협의회’를 구성, 모든 이해당사자가 다시 의견을 모으게 돼 합리적 방안을 만들어냈다. 중앙정부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광교산 주민들이 수십년 째 겪은 불편도 해소하고 광교저수지의 상수원 수질악화도 막을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서로 등돌린 갈등도 결국 끈질긴 중재를 통한 대화와 소통, 즉 협치로 해결한 셈이다.



◆ 벌써부터 너도나도 ‘벤치마킹’ = 수원시는 2017년 7월부터 조직개편을 통해 협치 전담팀을 꾸려 운영 중이다. 지난 2월엔 공식적인 협치기구 구성을 위한 조례 제정 작업에 착수했다. 뒤이어 지난 6월 지방선거 이후부터 협치팀 구성 및 관련 조례 제정에 나선 도내 여러 지자체들이 벤치마킹을 위해 수원시를 찾고 있다. 지난 9월 안산시가 수원시 협치 담당부서를 방문한 데다 군포시와 성남시, 남양주시 등도 잇따라 도움을 요청해 왔다. 협치 조례 뿐만 아니라 수원시 협치 기구에 대한 벤치마킹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용인시는 수원시정연구원, 수원시지속가능재단, 수원 행궁동 복지센터 등의 벤치마킹을 위해 지난 13일 수원시를 찾았다.



◇ 민간 행정참여 이권개입 등 ‘월권’ 우려 = 최근 우후죽순 늘어나는 민·관 협치기구와 관련, 민간의 이권개입이나 불필요한 행정간섭 등 ‘월권’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도내 한 지자체에서는 지난 지방선거 때부터 운영되고 있는 한 민간 자문기구와 공무원 노조가 이같은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수원시는 이와 관련해 빠르면 이번 달부터 진행할 자체 시민자치대학 내 교육으로 협치위원 등에 대한 역량을 사전에 강화시키고, 또 관련 조례 제정 과정에서 엄격한 결격사유 및 제적·기피·회피 규정 등을 정해 사전에 불미스러운 사고를 방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김준석기자/joon@joongboo.com



<중부일보(http://www.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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