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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비즈니스, 정부 규제와 싸우다 골든타임 지나갔다”

[인터뷰]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  
 
 

“2년 전 하루 고객 433명 유망 사업
이젠 규제 풀려도 사업 자신 못해
신사업, 일단 허용 뒤 사후 규제를

정부, 콜버스 반대한 택시회사에
운영권 주고 규제 풀었다 말해”

‘교통을 혁신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자.’
12명이 근무하는 벤처 기업 ‘콜버스랩’의 비전이다. 단순히 승차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넘어서서 공유버스가 미래 도시의 모습을 좌우할 수 있다는 통찰이 담겨 있다.
 
버스는 시민이 출·퇴근하거나 이동할 때 가장 많이 이용되는 대중교통 수단 중 하나다. 특히 다른 교통수단보다 다수의 사람이 한꺼번에 이용한다는 점에서 데이터 가치가 높다. 빅데이터 기반 미래 도시에서 핵심 동인으로 꼽히는 이유다.  
 
사업 초기 콜버스랩은 콜버스로 버스를 투입했다. 하지만 정부 규제로 11인승 밴으로 차종을 바꿨다. [사진 콜버스랩]

사업 초기 콜버스랩은 콜버스로 버스를 투입했다. 하지만 정부 규제로 11인승 밴으로 차종을 바꿨다. [사진 콜버스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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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종(33) 콜버스랩 대표는 이미 2016년 국내서 공유버스 사업화에 성공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공유차 기업이 처음 사업화에 성공한 시점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하지만 채산성이 악화하면서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바꿔야 했다. 기구한 시연을 한 마디로 정리하면 정부의 규제 사슬이다. 정부는 규제를 풀어주겠다고 했지만, 실상은 또 다른 규제를 들고 왔다. 지난해 12월 21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공유사무실(위워크)에서 박병종 대표를 만났다.
 

 
 
서울 삼성동 콜버스랩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한 박병종 대표. 공성룡 PD.

서울 삼성동 콜버스랩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한 박병종 대표. 공성룡 PD.

 
-어제(12월 20일)도 택시가 카카오 승차공유 시행을 반대하면서 대규모 파업을 벌였다.  
"역사적으로 혁신을 원하는 세력은 항상 소수지만, 이로 인해 기득권을 빼앗기는 세력은 다수다. 택시업계도 혁신하지 않으면 결국 다 같이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필름 산업이 대표적 사례다. 필름 카메라 산업에서 최대 사업자였던 코닥(Kodak)은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개발했지만 여전히 필름 판매를 고집했다. 당장 수익이 줄어들까 봐 우려해서다. 기득권에 목매던 코닥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택시도 비슷한 처지가 될 수 있다. 택시업계가 약속대로 기업당 1대씩 콜버스를 도입했다면 콜버스도 성공할 수 있었던 비즈니스 모델이다. 하지만 콜버스 영업시간과 차종, 운행지역을 제한하고 콜버스 운행이 가능한 사업자까지 규제하면서 사업성이 사라졌다."  
 
-국토부는 콜버스 규제 명분으로 택시업계와 상생을 내세우는데.
"일단 안전하고, 비용도 중형택시 심야할증요금 대비 30% 정도 저렴해서 인기였다. 하루 평균 이용객 수가 433명을 기록하면서 사업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런데 기존 버스·택시 사업자만 심야에 콜버스를 운행하는 규제가 나오면서 채산성이 맞지 않았다."
 
12월 21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 공성룡 PD.

12월 21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 공성룡 PD.

 
-국토부도 콜버스를 규제한 명분이 있다.
"물론 국토부가 악의적으론 법규를 변경했다고 보지는 않는다. 기존 운수사업자와 형평성을 고려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현행 규제 시스템 안에서 신종 사업을 집어넣으려다 보니 문제가 발생했다. 겉으로 보면 법 개정 이후 콜버스 사업은 규제의 테두리에 들어왔다. 하지만 실제로는 택시 회사가 콜버스를 운영하지 않으면 우리도 사업을 할 수 없었다. 공유버스 사업의 주도권을 사실상 택시 사업자에게 쥐여준 셈이다."
 
12월 21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 공성룡 PD.

12월 21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 공성룡 PD.

 
-택시회사는 왜 콜버스를 운행하지 않았나.
"콜버스가 기존 택시 서비스를 위협한다고 생각했다. 국토교통부가 중재에 나섰을 때, 여론에 밀린 250여개 택시기업은 각 사별로 1대씩 콜버스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국토교통부와의 협의 중에 나온 제안이었기 때문에 추후 택시회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정부가 중재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택시회사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정부도 굳이 이 문제에 끼어들지 않았다."
 
박 대표는 택시회사가 약속을 지키기만 했더라면 콜버스 사업을 접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아쉬운 건 정부의 역할이었다. 정부가 택시회사를 중재했더라면 시민은 지금도 콜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택시조합 이사장이 바뀌면서 신임 이사장이 전임 이사장 시절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정부도 수수방관했다.
 
12월 21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 공성룡 PD.

12월 212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한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 공성룡 PD.

 
-향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으려면.
"제도 혁신이 먼저다. 한국에서는 국가가 정해둔 사업만 할 수 있다. 정부로부터 택시사업 면허를 따야 택시를 운전할 수 있고, 버스사업 면허를 따야 버스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 버스공유 사업도 마찬가지다. 애초 사업을 시작할 때 콜버스는 합법도 불법도 아니었다.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비즈니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법을 개정한 이후 콜버스 사업은 택시업계의 도움 없이 지속할 수 없었다. 결국 시장 실패가 아니라 정부 실패다. 정부가 애초 제도를 잘못 디자인했다. 지속가능하지 않은 규제의 대표적 사례다. 신종 비즈니스가 등장하면, 정부는 일단 허용하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꿔야 한다."
 
서울 삼성동 콜버스랩 사무실에서 작업 중인 박병종 대표. 공성룡 PD.

서울 삼성동 콜버스랩 사무실에서 작업 중인 박병종 대표. 공성룡 PD.

 
-관료주의가 신산업 창출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예전에는 산업 구조가 단순했다. 당시 국가는 경제 성장을 주도할 수 있었다. 실제로 1990년대까지는 엘리트 공무원이 국가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국민은 교육 수준이 낮고 해외 문물을 접한 사람이 드물었지만, 엘리트 공무원은 선진 문물을 접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기술(IT)혁명을 계기로 완전히 달라졌다. 민간 역량이 공무원의 역량을 추월했다. 기본적으로 민간 기업은 새로운 도전을 해야 이윤을 낼 수 있다. 구조적으로 혁신할 수밖에 없다. 반면 공무원은 주도적으로 혁신한다고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는다. 굳이 새로운 도전을 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공무원이 낡은 규제를 부여잡고 혁신을 저해하고 있다.  
이제 관료는 민간을 통제할 역량이 부족하다. 안전권·재산권을 침해하는 경우 등 반드시 필요한 규제만 하고 나머지는 전부 풀어줘야 한다. 일단 신규 서비스·제품을 허용한 뒤 향후 부작용이 생기면 사후 규제해야 한다."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

 
-혁신으로 피해를 보는 집단도 있다.
"기득권 세력과 혁신 세력의 충돌은 언제나 발생한다. 이때 민주주의는 제도적으로 국회가 여론을 수렴해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 문제는 정치인이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 미래지향적인 결단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정치적으로 부담이 최대한 덜어내기 위해서 국회는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위원회만 잔뜩 만들어두고 기득권 세력과 혁신 세력이 알아서 협상하라고 등을 떠민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정반대인데 어떻게 타협점을 찾을 수 있겠나.  
기득권이 다소 피해를 보더라도 국회와 대통령이 대승적으로 미래를 위한 결단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낙오되는 사람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확충하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다."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

 
-우버·채리엇 등 해외 기업이 콜버스를 벤치마킹한 비즈니스를 최근 선보였다.
"안타까운 측면이 있다. 물론 우리가 우버의 비즈니스 모델을 참조하긴 했지만, 우버보다 먼저 시작한 부분도 있다. 예컨대 우버는 승객 1명이 차량 1대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돕지만, 최대 15명의 승객이 차량 1대를 이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public ride-sharing)는 우리가 먼저 도입했다. 또 승차 위치 지정이나 실시간 노선 지정 등에서도 다소 앞선 부분이 있었다고 자부한다."
 
콜버스 사업의 진척이 없자 콜버스랩은 자본금이 바닥나기 직전이었다. 콜버스 사업이 아무리 유망하더라도 새로운 사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2017년 4월 전세 버스 사업을 시작했다. 다행히 사정이 나아지면서 2017년 10월에는 사무실을 삼성동으로 옮기고 직원도 한두명 더 뽑았다.
 
 
-콜버스 비즈니스를 포기하고 전세 버스 예약 서비스를 시작했는데.
"정부 규제 안에서 콜버스 사업은 채산성이 맞지 않았다. 규제의 부당함에 맞서 계속 싸우려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애착도 컸고 미래 사회에서도 통하는 비즈니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렇게 싸우는 동안 버틸 자본금이 바닥이 났다. 계속 규제와 싸우다가 회사가 사라질 상황이었다. 결국 회사를 살리고 동료들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생존을 택했다. 사업 방향을 바꿔서 규제가 덜한 사업을 시작했다. 현실적인 권토중래(捲土重來)의 길을 모색한 셈이다."
 
사업 초기 콜버스랩은 콜버스로 버스를 투입했다. 하지만 정부 규제로 11인승 밴으로 차종을 바꿨다. [사진 콜버스랩]

사업 초기 콜버스랩은 콜버스로 버스를 투입했다. 하지만 정부 규제로 11인승 밴으로 차종을 바꿨다. [사진 콜버스랩]

 
-재무적 위기는 이제 벗어난 것인가.
"전세 버스 예약서비스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누적거래액이 80억원을 돌파했고 매월 25%씩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 6개월 전 손익분기점 넘기면서 위기를 벗어났다. 전세 버스 공유 서비스를 실제로 이용했던 1만2000여명의 사용자 중 94%가 ‘매우 만족’한다고 설문에 응답했기 때문에 향후에도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

 
-만약 당장 규제가 풀린다면 다시 콜버스 사업을 재개할 의향이 있나.
"(잠시 고민하다가) 지금은 알 수 없다. 혁신적인 사업은 타이밍도 중요하다. 2~3년 전에는 콜버스랩이 공유버스 비즈니스 분야를 개척하는 선구자였다. 당시 규제만 없었다면 시장을 선도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그새 시장이 달라졌고 내부 인력 구조도 달라졌다. 당장 규제를 풀어준다고 하더라도 사업성은 다시 분석해봐야 한다. 규제와 싸우는 동안 혁신의 골든타임(golden time·황금시간대)은 이미 지나가 버렸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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