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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버보다 2년 빨랐지만…韓콜버스 ‘기구한 사연’

우버보다 2년 빨랐는데…완전히 멈춰버린 공유버스
 
 
지난해 12월 20일 밤 11시 30분.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시청 교차로에서 수십 명이 택시를 잡으려 하고 있었다. 차가운 기온에 잔뜩 웅크리고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을 조작하다가 택시가 보이면 손을 흔들었지만 멈추는 택시는 거의 없었다.
 
원래 강남구 테헤란로에서 근무하다 최근 이직했다는 최 모 씨(37)는 “집이 서대문 쪽이라 이동 거리가 애매해서 툭하면 택시 승차거부를 당한다”며 “2년 전 운행했던 ‘콜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콜버스 호출 애플리케이션. [중앙포토]

콜버스 호출 애플리케이션.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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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버스는 카카오택시처럼 애플리케이션으로 차를 부르는 운송 서비스다. 택시랑 다른 건 심야 시간에 같은 방향으로 귀가하는 사람을 모아서 13인승 밴으로 이동하는 일종의 제한적 카풀 서비스라는 점이다. 택시보다 가격도 저렴하지만 승차 거부가 전혀 없다는 점에서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였다.
 
하지만 콜버스는 더는 운행하지 않는다. 콜버스를 운영하던 벤처기업 콜버스랩은 지난해 5월 콜버스 서비스를 완전히 종료했다. 정부가 세운 ‘규제의 벽’에 막혀서다. 콜버스랩은 이제 콜버스 대신 다른 사업(전세 버스 예약서비스)을 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콜버스가 처음 등장한 건 2015년 12월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의 원조’ 우버보다도 빨랐다. 25인승 전세 버스로 강남에서 13개 서울 자치구로 승객을 실어 날랐다. 하루 평균 이용객 수가 400여명을 넘어서면서 야근이 잦은 직장인에게 ‘택시보다 나은 버스’로 불렸다.
 
혁신은 기득권의 반발을 불렀다. 콜버스에게 승객을 뺏긴다고 생각한 서울시 택시사업자가 들고일어났다. 정부가 법률을 검토한 결과 공유 버스는 불법이 아니었다. 콜버스는 사업에 뛰어들기 전 이미 대형 법무법인에서 법률적 검토를 끝냈다.
 
택시업계가 2016년 주요 일간지에 게재한 콜버스 반대 광고. [중앙포토]

택시업계가 2016년 주요 일간지에 게재한 콜버스 반대 광고. [중앙포토]

 
정부는 현행 관리·감독의 틀 안에 어떻게든 콜버스를 가둬야 했다. 만약 사고가 발생하면 정부가 부실 감독의 책임을 뒤집어쓸 가능성을 걱정했다. 게다가 속칭 ‘표’를 가진 ‘목소리’ 큰 택시사업자도 국회를 통해 정부를 압박했다. 택시사업자는 201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2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물론 정부도 가슴으로는 신산업 창출을 돕고 싶었다. 강호인 당시 국토교통부 장관이 박병종 콜버스랩 대표를 직접 불러 “과잉규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콜버스를 도입하겠다며 발 빠르게 법을 개정했다. 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국토부는 “심야 교통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규제 완화”라며 “일부 요건만 충족하면 (기존 버스·택시 사업자가) 쉽게 콜버스 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규제를 풀겠다’던 정부는 규제 해소를 위해 또 다른 규제를 잔뜩 안고 왔다(국토부 고시 2016-173호). 일단 영업시간을 제한했다. 공유버스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정한 심야 시간에만 운영할 수 있었다. 운행 지역도 가둬버렸다. 서울시청은 콜버스 운행 지역으로 강남 지역 3개구만 딱 찍어줬다.
 
또 차종도 제한했다. 콜버스는 11인승 이상의 승합차·버스만 투입할 수 있었다. 콜버스를 운영하려면 사업자는 메르세데스-벤츠 스프린터나 현대차 쏠라티 등 비싼 자동차부터 사야 했다. 현대차 스타렉스나 기아차 카니발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9인승 미니맨은 투입할 수 없는 규제였다.
 
콜버스 서비스 모습

콜버스 서비스 모습

 
이는 모두 콜버스 수익성을 낮추는 규제였지만, 그렇다고 사업을 못 할 정도는 아니었다. 여기에 정부는 결정적으로 콜버스 사업이 불가능한 수준의 규제까지 찔러 넣었다. 국토부가 오직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버스·택시 면허사업자에게만 콜버스 운행을 허용한 것이다. 콜버스랩은 택시 사업자 등과 합작하지 않고는 자체적으로 콜버스를 운행할 수 없게 됐다.
 
주요 버스사업자는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는데, 콜버스처럼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하면 지원금이 끊긴다. 사실상 콜버스 운행은 불가능하다.
 
결국 정부 규제는 택시사업자만 콜버스를 투입할 수 있는 상황을 유발했다. 덕분에 택시회사는 콜버스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칼자루를 쥐었다. 콜버스를 결사반대했던 택시회사 입장에서 향후 위협이 될 수 있는 콜버스가 잘되라고 굳이 돈을 쓸 이유가 없었다.
 
콜버스 서비스 모습

콜버스 서비스 모습

 
이에 대해 국토부는 “양측의 입장이 지나치게 극단적으로 갈리는 사안이라 양측의 협의를 끌어내는 것이 불가능했다”며 “일본 사례를 참조해서 기존 운수사업자에게 면허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권이 바뀌었지만 정부는 여전히 복지부동이었다. 사업성을 높여보려고 특정 구간 가격을 높이거나 낮추는 등 가격 조정을 시도했지만 전부 반려됐다. 박병종 대표는 “정부에 자주 전화했지만 담당자 연결조차 쉽지 않았고, 힘들게 통화해도 얘기를 잘 안 들어줬다”며 “갈수록 규제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었다”고 기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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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회사는 끝까지 콜버스를 운행하지 않았고, 시간이 갈수록 벤처기업 자본금은 고갈했다. 결국 콜버스랩은 기존 사업을 포기하고 다른 사업에 뛰어들었다.
 
박병종 대표는 “국토부가 중재한 자리에서 택시회사는 콜버스 250대를 구입한다고 약속했었지만 거짓말이었다”며 “이를 기다리다가 자본금이 말라 결국 콜버스 사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토부 공무원도 이 자리에 직접 참석했었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콜버스 운행이 불가능한 법을 만들어 놓고, 사후 관리에도 무관심했다는 뜻이다. 덕분에 세계 최초로 운행을 시작했던 콜버스는 한국에서 명맥이 끊겼다.
 
택시사업자 약속 안 지키자…정부 ‘아 몰라~’
 
한국 콜버스가 규제 장벽에 막혀있는 동안 글로벌 공유차 시장은 계속 발전했다. 콜버스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서 등장한 벤처기업 채리엇(Chariot)은 올해 미국 4개 도시에서 14인승 밴으로 통근자를  실어나른다. 지난해 포드자동차가 인수했다.
 
우버는 콜버스보다 2년 늦은 지난해 2월 미국 8개 도시에서 목적지가 유사한 사람에게 동승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6년에 등장했던 버스 공유 서비스 업체 스케대들은 우버와 리프트가 서로 인수하겠다고 경합 중이다.
 
미국 보스턴 지역에서 버스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케대들. [사진 스케대들 인스타그램]

미국 보스턴 지역에서 버스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케대들. [사진 스케대들 인스타그램]

 
콜버스와 유사한 부분이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뒤늦게 시작한 해외 기업은 점점 성장하는데, 먼저 사업을 시작한 한국 기업은 규제에 막혀 사업을 포기한 셈이다. 박병종 대표는 “공유차를 처음 사업적으로 시작한 건 우버였지만, 이를 버스에 접목하는 아이디어는 콜버스랩이 먼저였다”며 “규제에 막히지만 않았더라도 우리가 먼저 글로벌 사업으로 키웠을 수 있다는 억울함이 남는다”고 말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S박스/콜버스랩
대중교통이 끊긴 새벽 시간에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미니밴을 호출하면 귀가를 돕는 ‘콜버스’ 사업을 2015년 12월 도입한 벤처기업이다. 같은 방향으로 귀가하는 사람들을 모아 운행하기 때문에 택시보다 요금이 저렴하고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각종 규제에 막혀 지난해 5월부터 콜버스 사업을 완전히 중단하고 전세버스 예약 서비스 사업을 시작했다. 전세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승객이 애플리케이션에 이용시간과 출·도착 지점 등을 입력하면 전세버스 기업·운전사가 견적을 보내 입찰하는 ‘역경매’ 방식이다. 승객 입장에서 가격은 물론 차량 상태와 운전자 평점을 종합해서 전세버스를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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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