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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한민국 재도약 위해 국정 운영 틀 확 바꿔야 할 때다

기해년(己亥年)이 밝았다. 기대와 희망보다 무거운 마음이 앞서는 새해 아침이다. 지난해 우리는 ‘소득주도성장’ 실험이 낳은 부작용과 지난 시대를 단죄한다는 ‘적폐 청산’의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았다. 영세 소상공인들의 불복종 예고에도 불구하고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개정안이 31일 결국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주52시간제 시행도 본격화됐다. 중소 상공인, 자영업자,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졌다. 겹겹이 둘러쳐진 규제와 반(反)시장적 정책으로 기업들은 활력과 투자 의욕을 잃고 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실업률은 역대 최고다.
 

청와대-내각 전면 개편과 탕평인사 급선무
소득주도성장론 수정하고 기업 의욕 돋워야
민족의 저력 발휘해 시련과 도전에 맞서자

성장과 분배, 북핵 등 현안마다 진영과 이념으로 쪼개진 사회의 골은 세대, 남녀, 계층간 갈등이 더해지면서 더 깊게 패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오늘보다 내일의 삶이 나아질 것이란 긍정적 사고와 희망 대신 절망과 좌절이 사회 저변에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문재인 대통령은 통합과 소통의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실패했다. 취임 1년7개월 만에 데드 크로스(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넘어서는 것)를 맞았고, 급기야 부정 평가가 50%를 넘어서는(12월 26일 리얼미터 조사)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낡은 체제를 청산하고 법치가 실현되는 민주공화국을 만들자며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이 실망하고 등돌린 결과다. 이는 정권의 위기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세계의 부러움을 사온 대한민국의 성공 신화가 통째로 흔들릴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했음을 자각해야 할 때다.
 
어떻게 세운 대한민국인가. 꼭 100년 전인 1919년 선조들은 잃어버린 국권을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3월 1일)과 임시정부 수립(4월 11일)으로 일제에 정면으로 맞섰다. 나라는 잃었지만 새로운 국가 건설의 꿈을 버리지 않았다. 대한민국이 분단과 전쟁의 비극을 겪고도 경제 성장과 정치 민주화를 이뤄 세계가 인정하는 모범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은 위기때 오히려 강인해지는 한민족 특유의 유전자에 있다. 다시 한번 민족적 저력과 지혜를 발휘해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대내외적 시련과 도전에 맞서야 할 때다.
 
가장 큰 걱정은 경제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 둔화 조짐이 심상치 않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3개월의 시한부 휴전 상태에 놓인 미·중 무역전쟁,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둘러싼 마찰과 진통은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이대로 세계 경제의 호황마저 끝나버린다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가뜩이나 한국 경제는 곳곳에서 경고등이 켜지고 침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수출 둔화에 내수마저 꺾여 침체와 불황의 늪에 빠지는 최악의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
 
그러려면 경제 주체의 힘을 모으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게 급선무다. 무엇보다 일자리와 투자의 주체인 기업의 의욕을 돋우는게 중요하다. “우리 경제의 미래가 안 보인다는 우려가 있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12월 26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엔 현실 인식과 고민이 담겼다. 하지만 레토릭에 그쳐선 안된다. 기업을 옥죄는 과도한 시장 개입을 자제하고 현실을 도외시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궤도 수정이 절실하다. 더 이상 강성 노조에 끌려다니지 말고 경제 살리기에 동참하도록 지지층을 설득하는 용기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다.
 
적폐 청산은 제도 개혁으로 방향을 트는게 옳다. 적폐 수사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지만 인적 청산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부작용과 피로감을 낳았다. 특히 저인망식 압수수색과 구속 중심의 강제 수사 등 과거 방식을 되풀이하면서 마찰음이 더 커졌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민간인 사찰과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이 불거진 건 적폐청산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이다. 이제라도 무게 중심을 제도 개혁과 법치(法治)의 확립으로 옮겨야 한다.
 
또 하나의 과제는 북한의 비핵화와 한·미 동맹의 공고화다. 지난해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과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건 문 대통령의 공적으로 꼽을 만하다. 그러나 김정은의 비핵화 꼼수와 트럼프가 정치적 위기에 휩싸이면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계 제로 상태에 빠졌다. 김정은은 문 대통령과 트럼프에게 친서를 보내 유화 제스처를 보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비핵화 없는 대북 제재 이완을 노리면서 시간끌기로 나오고 ▶미국에서 대북 강경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도 표류하고 있다. 일각의 우려대로 한·미동맹의 근간이 훼손되고 동북아의 균형추 역할을 해온 주한미군의 감축 혹은 철수론으로 비화한다면 한반도 정세는 대혼돈으로 빠져들 공산이 크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올해 문 대통령은 집권 3년차를 맞는다. 성패 여부를 좌우할 가늠자가 되는 해다. 국정과 권력 운용 방식을 확 바꾸는게 필요하다. 청와대와 내각부터 개편하라.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야당과 보수진영의 인사도 과감히 기용하는 탕평·실용 인사가 절실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해 큰 선거가 없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각계 각층 사람들을 많이 만나 소통하시라”는 전직 국회의장들의 고언을 가슴에 새겨 소통과 협치의 리더십을 발휘하길 기대한다. 협치가 이뤄져야 정치 안정속에 험난한 파고를 헤쳐나갈 수 있다. 야당의 대승적 협력도 필수적이다. 반사이익에만 기댈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안을 제시해 수권정당의 가능성을 평가받아야 한다.
 
100년 전 선조들이 민족의 강인한 응집력을 이끌어내 국난을 극복했듯이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해 힘차게 다시 뛰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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