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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어떻게 넘버2가 되었나 ?

개혁개방 40주년이다. 세계는 지금 중국 뽕나무밭이 바다로 변하는 상전벽해의 변화를 목격하고 있다. 21세기 역사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게 있다면, 그게 바로 중국의 부상이다. 도대체 무엇이 40년 중국의 급속한 성장을 가져온 걸까?
 
중국의 변화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고속철도를 통해 그 성장의 비결을 보자.
 
당신이 지금 베이징에서 상하이를 가야 한다면, 뭘 탈까? 비행기를 탈까, 아니면 고속철도를 탈까?  
필자의 선택은 고속철도다. 빠르고 쾌적하다. 6시간 정도면 넉넉히 상하이에 도착할 수 있다. 인터넷도 할 수 있다. 비즈니스석을 타면 방해받지 않고 쉴 수도 있다. 주변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건 덤이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고속철도의 나라' 중국의 풍경이다. 베이징 역에서 타면 홍콩을 가고, 상하이를 가고, 하얼빈을 가고, 심지어 우루무치까지 갈 수 있다. 머지않아 상하이에서 타면 청두로, 쿤밍으로 고속철도를 타고 휙~ 날아갈 수 있다.  
 
2008년이었다. 베이징에서 올림픽이 열렸다. 올림픽을 앞두고 주목할 만한 일이 하나 벌어졌다. 베이징과 톈진을 잇는 고속철도가 개통된 것이다. 올림픽 열기에 묻혀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중국도 고속철도 시작하나보다 정도였다.
 
그러나 그건 우리가 주목했어야 할 사건의 시작이었다. 그들은 베이징-천진을 시작으로 고속철도를 깔기 시작했다. '사종사횡(四縱四橫)' 계획이라는 게 나왔다. 중국 대륙을 가르는 가로 노선 4개, 세로 노선 4개를 깐다는 프로젝트였다. 중국 전역에서 철도 건설이 벌어졌다.
 
 사종사횡 [출처 바이두 백과]

사종사횡 [출처 바이두 백과]

그로부터 꼭 10년이다. 중국의 고속철도는 지금 2만km가 넘는다. 전세계에 있는 모든 고속철도를 다 합친 것보다 길다. 이제 중국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동남아에서, 유럽에서, 그리고 저 멀리 남미에서도 중국은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어느덧 중국은 고속철도 강국으로 등장했다.
 
불과 10년 만에 이뤄진 일이다!  
베이징과 톈진에 고속철도가 개통됐던 바로 그 해. 미국에서도 고속철도와 관련된 주요한 결정이 있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샌프란시스코와 LA를 잇는 고속철도(미국인들은 이를 'Bullet train'이라고 한다) 건설안을 승인한 것이다. 그때 이후 미국은 꿈의 서부 연안 고속철도 건설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미국에서 이뤄진 것은 없다. 그들은 여전히 사업 타당성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고, 자금 모집에 난항을 겪는다. 프로젝트를 주관하는 회사도 바뀌었다. 2029년쯤 완공한다는 계획이지만, 언제 착공할 수 있을지는 아직도 모른다. 중국이 고속철도 전문의 나라에서 최강의 나라로 성장하는 바로 그 10년 동안 미국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었던 셈이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물론 미국은 자동차 중심으로 교통 체계가 짜여있기에 철도에 대한 투자는 후순위로 밀린다는 특징이 있다. 이를 감안하더라도 중국 고속철도와 캘리포니아 서부 고속철 프로젝트는 미국와 중국의 정치경제 현실을 보여준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중국도 한때 고속철도 자체 개발에 나섰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시속 300km 안팎으로 달리는 총알 기차는 기존 철도와는 달리 고도의 기술이 요구됐다. 중국이 자체개발을 포기하고 서방기술에 눈을 돌린 건 1990년대 말이다. 시장을 줄 테니 기술을 달라(以市场换技术)! 독일의 지멘스, 일본의 가와사키 등을 끌어들여 합작 회사를 설립했다. 그들을 통해 기술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10년을 카피하고, 곁눈질하고, 공부한 결실이 바로 2008년 베이징-톈진 고속철도였다.
중국의 철도망 [출처 구글]

중국의 철도망 [출처 구글]

미국의 철도망 [출처 구글]

미국의 철도망 [출처 구글]

 
중국은 2010년 시속 380km로 내달릴 수 있는 세계 최고 속도의 고속철도를 자체 개발했다고 선언했다. 그 후론 일사천리였다.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철도는 무조건 고속전철로 깔았다. 고속철도망은 서부로, 서부로 달렸다. 시안, 란저우, 광저우...고속철도가 지나는 주요 도시의 역사는 비행장보다 더 화려하고 웅장하다. 중국은 전 세계 고속철도망의 50% 이상을 가진 철도 강국으로 성장했다.
 
기술 카피로만 설명할 수 있을까?아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이정동 교수는 '공간의 힘으로 축적의 시간을 압축한다'는 말로 요약한다. 산업이 강해지려면 '지식의 축적'이 필요하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축적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수많은 실패를 바탕으로 성공에 이르게 되고, 그 과정에서 지식은 축적된다. 중국 고속철도의 축적 시간은 짧다. 그러나 공간이 넓다. 다양한 종류의 환경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다 보니 짧은 시간에 다양한 지식을 축적할 수 있었다.
 
베이징을 빠져나가고 있는 고속철도 [출처 셔터스톡]

베이징을 빠져나가고 있는 고속철도 [출처 셔터스톡]

철도는 깔아 본 놈이 장땡이다. 누가 더 많은 환경에서 철도를 깔아봤느냐의 게임이다. 바다처럼 넓은 강을 지날 수도 있고, 4000m의 고도의 눈 폭풍을 가르면 달려야 할 필요도 있다. 열대가 있는가 하면 만년설을 지나는 철도 건설도 해야 한다. 그 경험이 고스란히 중국 철도 산업에 축적된 것이다. 실패도 맛봤다. 2011년 원저우에서는 열차 탈선 사건으로 32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그게 다 지식으로 축적됐다.
 
어디 철도뿐이겠는가. 가전, 철강, 조선, 자동차 등 여러 분야에서 중국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치고 올라가고 있다. 선진 기술의 카피와 학습, 그리고 규모의 경제를 통한 압축 축적. 그게 중국 산업을 강하게 하고 있다.
 

아, 독자들이 궁금해할 한 가지.  

결과적으로 중국에 고속철도 기술을 넘겨줬던 지멘스와 가와사키는 어떻게 됐을까?
 
지금은 모두 중국에서 사실상 별로 할 일이 없다. 기술만 넘겨주고 시장에서 퇴출될 위기다. 특히 가와사키는 기술유출 문제를 놓고 중국 파트너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런 과정을 들어 '기술 도둑'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토사구팽, 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삶아 먹히는 법이다. 중국 산업은 그렇게 사냥개를 삶아 먹으며 체력을 보강하고 있다. 개혁개방 40년 성장이 대략 그런 식이었다.

 
차이나랩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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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