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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받지 않았다" 조국의 이 한마디…文정부 운명 가른다

3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조국 민정수석이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31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조국 민정수석이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물론 저는 당시에 전혀 보고받지 않았습니다"
 
3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은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과 공공기관 임원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해 "보고를 받거나 지시를 한 적이 전혀 없다"는 말을 5차례 이상 반복했다. 전 특감반원인 김태우 수사관의 개인 일탈이자 자신의 비위 혐의를 덮기 위한 폭로일뿐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보고받지 않았다"는 답변을 반복하는 것은 청와대만이 아니다. 산하기관 임원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을 받는 환경부와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의 폭로로 민간기업인 케이티엔지(KT&G) 사장 교체 시도 의혹을 받는 기획재정부도 모두 "윗선 보고 없이 작성한 문건(환경부)""차관님은 보고 받지 않은 사안(기재부)"라고 해명했다. 
 
법조계에선 이런 청와대와 각 부처가 주장하는 "보고받지 않았다"는 한 문장의 사실 여부가 검찰의 기소 결정의 핵심 근거가 될 것이라 보고있다. 
 
민간인 사찰과 블랙리스트 의혹에는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되는데 관련 혐의의 유·무죄는 윗선의 지시로 부하 직원이 '의무에 없는 일'을 강제로 했는지 여부가 핵심이어서다. 보고가 없었다면 지시도 없으니 직권남용죄가 성립되기는 쉽지 않다. 일각에선 이런 정부의 해명이 "법적으로 이미 검토가 된 답변"이란 말도 나온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이 31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에 대해 대해 긴급 해명 브리핑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이 31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에 대해 대해 긴급 해명 브리핑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부장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검찰이 '보고받지 않았다'는 정부측 입장을 뒤집을 물증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법원에선 김 수사관의 주장을 거짓말이라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텔레그램 등으로 윗선에 보고한 내용이 나오더라도 관련 문서에 결재나 서명을 한 객관적 물증이 필요할 것"이라 했다.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당 의원들이 과거 '민간인 불법 사찰'에 대한 판례를 제시하며 "문재인 정부에서 제기된 민간인 사찰 의혹은 여기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조 수석도 "정치적 의도와 이용 목적에 따른 권력기관의 지시와 특정 대상을 목표로 해야 불법 사찰에 해당한다"며 "현 정부가 수집한 일부 민간정보는 이와 같은 사찰 요건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야권에선 "이미 공직기강이 무너진 상황에서 '나는 책임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청와대와 여당의 모습이 옹색하다"고 했다.
 
신재민 전직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유투브 개인방송을 통해 ’청와대가 KT&G 사장을 바꾸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영상을 올린 이는 신씨올해 7월까지 기재부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했다. [유튜브 캡쳐]

신재민 전직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유투브 개인방송을 통해 ’청와대가 KT&G 사장을 바꾸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영상을 올린 이는 신씨올해 7월까지 기재부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했다. [유튜브 캡쳐]

검찰 내부에서는 직권남용이 워낙 입증하기가 까다로운 범죄라 이인걸 전 특감반장 이상의 윗선 수사는 난항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한 검찰 관계자는 "특감반 업무라는 것이 다른 부서와 달리 직무 범위를 나누기가 쉽지 않고 직권남용의 요건이 까다로워 사건을 수사 중인 동부지검의 고민도 상당할 것"이라 했다. 검찰은 직권남용으로 피해자들이 권리 행사를 실제 방해받았는지, 의무에 없는 일을 하게 된 피해자와 윗선간의 지시에 인과 관계가 있었는지까지 입증해야 한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이 사퇴를 했다면 ^실제 사퇴를 압박한 윗선의 지시가 있었고 ^그에 따라 임원들이 압박을 느끼고 사퇴를 했으며 ^관련 첩보 수집은 김 수사관이 청와대의 지시를 받고 했다는 사실을 모두 밝혀내야 한다는 것이다. 
 
31일 오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위원장과 자유한국당 간사인 나경원 원내대표가 격론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오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홍영표 위원장과 자유한국당 간사인 나경원 원내대표가 격론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경우 지난 8일 국가정보원을 통해 공직자와 민간인 불법 사찰을 지시한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검찰이 제기한 7개의 공소사실 중 법원은 4개의 민간인 사찰 혐의에 대해선 '범죄 증명이 되지 않았다'며 일부 무죄 판결을 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반장과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모두 법 전문가"라며 "직권남용 혐의의 입증이 어려운 것을 두 사람 모두 잘 알고 대비할 것"이라 했다. 
 
한편 수원지검 형사1부(부장 김옥준)는 김 수사관을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고발한 청와대의 고발대리인 2명을 지난 27일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청와대의 민간인 사찰 의혹과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주진우)는 자유한국당이 고발한 두 사건에 대해 각각 별도의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고 수사 인력도 추가로 파견받아 보강할 예정이다.  
 
동부지검은 이르면 주중에 김태우 수사관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뒤 수사 속도를 본격적으로 높일 전망이다. 동부지검 관계자는 "김 수사관에 대한 소환 조사를 시작으로 쟁점이 정리되면 사건 관계자에 대한 집중적인 소환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태인·정진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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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