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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등급없는 '깜깜이 살생부' 성적표···대학들 "어이없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정부가 대학 생사를 가르는 평가를 해놓고 성적도 알 수 없는 성적표를 보냈다."
 
 수도권 A사립대 평가팀장은 "6개월간 기다려온 성적표인데 수능으로 치면 점수만 있고 등급은 없는 성적표라 어이가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학과 교육부에 따르면 '대학 살생부'로 불린 대학기본역량진단의 성적표가 최근 각 대학에 발송됐다. 그러나 성적표 내용이 부실해 대학 경쟁력을 제대로 진단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대학가에서 나오고 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문재인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정책인 기본역량진단은 평가 하위 대학을 선정해 학생 수 감축을 요구하고 재정 압박을 가하기 위한 제도다. 앞서 지난 6월에 1차 결과가 발표되고 9월에 최종 결과가 발표됐다. 187개 4년제대 기준으로 120개 대학은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돼 정부 제재를 피했지만, 연세대 원주캠퍼스, 덕성여대, 조선대 등 40개 대학이 하위 그룹에 포함돼 각종 제재를 받게 됐다.(27개 대학은 평가 제외)
 
 교육부는 지난 6월과 9월에는 각 대학에 평가 점수는 알려주지 않고 자율개선대학 합격·불합격 여부만 알려줬다. 그러면서 지표별로 대학의 위치를 상대 비교할 수 있는 성적표를 나눠주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번에 나눠준 성적표에는 점수는 있지만 다른 대학과 비교할만한 자료는 없었다. 지표별로 평균(또는 만점기준)보다 높으면 +, 낮으면 -로만 표시했을 뿐이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울의 B사립대 관계자는 "대학으로서는 평가를 받으면서 경쟁 대학보다 뭘 잘했고 뭘 못했는지 알아야 개선 노력을 하지 않겠느냐"며 "등수나 등급도 없이 평균 이상(+) 이하(-)만 표시된 성적표는 아무 쓸모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기본역량진단에서 강화된 '정성평가'의 결과 발표가 부실한 것에 대한 불만이 많다. 발전 계획이 우수한지, 강의 개선을 위해 노력했는지 등을 평가위원들이 주관적으로 점수를 매겼지만, 점수가 나온 배경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대학마다 원인 분석을 위한 정보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B대학 관계자는 "대학마다 평가위원들을 찾아가 평가 당시 분위기를 물어보며 우리 대학 점수가 이렇게 나온 이유를 추측하고 있다"며 "평가 결과가 불투명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해숙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장은 "예전 평가보다 다양한 자료를 주려고 노력했다"면서도 "전문대를 포함해 300개 대학에 일일이 설명을 달아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학의 지표별 순위나 등급을 알려주는 것과 관련해서는 "대학 서열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공개가 어렵다"고 밝혔다.
 
 대학에서는 '기본역량진단'이라는 이름과 달리 진단이 불가능한 평가 체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수도권 C대학 기획처장은 "지금처럼 획일화된 평가 시스템으로는 점수만 나올 뿐, 대학의 강점과 약점이 뭔지는 정부도 모를 것"이라며 "대학이 다양화·특성화로 살길을 찾아야 할 시기에 정부 평가 기준만 맞추려 혈안이 돼있다"고 지적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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