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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된 英 음반판매사 매물로…크리스마스 대목도 소용 없는 소매업 위기

런던의 CD, DVD 판매업체 HMV 매장. 개가 등장하는 로고(오른쪽 위)로 유명한 이 체인은 100주년을 코 앞에 두고 영업망을 유지할 수 없어 관리 처분에 들어갔다. [AP=연합뉴스]

런던의 CD, DVD 판매업체 HMV 매장. 개가 등장하는 로고(오른쪽 위)로 유명한 이 체인은 100주년을 코 앞에 두고 영업망을 유지할 수 없어 관리 처분에 들어갔다. [AP=연합뉴스]

 연중 할인 폭이 가장 큰 크리스마스 세일이 진행 중인 영국에서 130개 점포를 둔 대형 음반판매 체인 HMV(His Master’s Voice)가 관리 처분에 들어갔다. 1921년 설립돼 100주년을 코앞에 둔 이 업체는 인수 의사를 밝히는 백기사가 나타나지 않으면 시장에서 퇴출당할 운명이다.
 
 한국에서 자영업의 몰락이 우려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영국에서도 오프라인 매장의 생존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 영국 정부는 내년에 1조원을 투입해 각 도시와 마을의 상점가 재건을 시도한다.
 
 크리스마스 대목이 한창이던 지난 28일(현지시간) HMV가 관리 처분에 들어갔다고 BBC 등이 보도했다. CD·DVD 등을 판매해온 이 업체의 경영을 담당하는 폴 맥고완은 성명에서 “특별하게 잘 운영되고 매우 사랑받아온 HMV 같은 업체조차 소매점에 몰아닥친 쓰나미를 피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HMV는 판매 점유율이 늘었지만 온라인 쇼핑이 급격히 늘면서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자 타격을 입었다. [AP=연합뉴스]

HMV는 판매 점유율이 늘었지만 온라인 쇼핑이 급격히 늘면서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자 타격을 입었다. [AP=연합뉴스]

 역설적이게도 HMV의 시장 점유율은 올해 매월 약간씩 늘었다. 이 업체는 영국에서 CD 등으로 판매되는 음악의 31%를, DVD와 블루레이의 23%를 차지했다. 하지만 온라인 음원 시장이 커지고 거대 온라인 유통망이 일반화하면서 CD·DVD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자 영업망을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HMV에 앞서 소규모 중국산 가전제품을 판매하던 마플린이 법정 관리에 들어갔고, 저가제품 판매 체인파운드 월드, 미국계 장난감 판매점 토이저러스 등이 폐업 대열에 합류했다. 슈퍼마켓 체인 막스앤드스펜서도 2022년까지 전국 100개 매장을 줄이기로 했고, 햄버거·피자 체인 등도 매장 축소를 발표했다.
 
 마을의 상점가인 ‘하이 스트리트'에서 문을 닫는 점포가 속출하면서 올해 약 15만 개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SKY 뉴스는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혼선이 겹치면서 내년에도 경기가 나아지지 않을 것이란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전자제품 판매점인 마플린의 런던 옥스퍼드스트리트 점포가 최근 문을 닫았다.

전자제품 판매점인 마플린의 런던 옥스퍼드스트리트 점포가 최근 문을 닫았다.

 상점가의 위기는 온라인 쇼핑이 성장하면서 가속했다. 2000년 소매 판매의 1% 미만을 차지하던 온라인 쇼핑은 지난 8월 기준으로 20%에 달했다. 백화점 등 영국 소매업체들은 올해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박싱데이(26일)에 세일을 시작하던 전통을 깨고 일찍 재고 떨기에 나섰다. 존 루이스, 세인스버리 등 백화점과 마트 등이 크리스마스 이전부터 온라인 세일을 시작했지만, 매출이 늘었는지는 불투명하다.
 
 영국 정부는 6억7500만 파운드(약 9527억5000만원)의 기금을 조성해 상점가 살리기에 나섰다. 목표는 상점가를 ‘커뮤니티 허브’로 만드는 것이다. 제품 구매만을 위해 상점가를 찾지 않는 이들이 늘고 있으므로 사람들이 모이고 활동하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현지시간) 박싱데이 세일이 진행 중인 런던 옥스퍼드 스트리트. 연중 최대 세일도 소매업체의 몰락을 막지 못했다. [AFP=연합뉴스]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26일(현지시간) 박싱데이 세일이 진행 중인 런던 옥스퍼드 스트리트. 연중 최대 세일도 소매업체의 몰락을 막지 못했다. [AFP=연합뉴스]

 기금으로 우선 상가의 인프라를 개선하는 동시에 소비자가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대중교통을 확충하는 등 접근성을 좋게 만들 예정이다. 폐업했거나 사용 빈도가 낮은 소매업체의 자리는 주거나 작업 공간으로 바꿔 생활이 이뤄지는 곳으로 키워나갈 예정이다.
 
 하이 스트리트는 주로 마을이 형성된 초기 조성된 경우가 많아 지역별 상징성이 있는 건축물이 남아있다. 이런 장소를 발굴해 복원해 문화 공연장 등으로 바꾸는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상점가가 쇼핑만 하던 곳이 아니라 마을 커뮤니티의 중심이었고 만남의 장소였다는 특징을 되살리겠다는 것이다.
 
 실제 영국 상점가에서 옷, 신발 가게 등은 줄고 있지만 커피숍이나 미용실, 아이스크림 가게 등은 늘고 있다. 바클레이 카드 자료에서도 레저나 오락에 쓰는 지출은 의류·가전제품과 반대로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영국 백화점과 마트 등은 재고 소진을 위해 세일을 예년보다 일찍 시작했지만 올해만 오프라인 상점가에서 15만 개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AFP=연합뉴스]

올해 영국 백화점과 마트 등은 재고 소진을 위해 세일을 예년보다 일찍 시작했지만 올해만 오프라인 상점가에서 15만 개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AFP=연합뉴스]

 
 자영업자들은 높은 상가 임대료를 낮추고 지자체가 사업체에 부과하는 세금을 낮춰야 한다고 요구한다. 소비자 구매 패턴의 변화와 불경기까지 겹친 와중에 자영업 몰락의 파고를 넘는 방법을 영국 정부가 찾아낼 지 주목된다. .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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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