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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안 좋으니 취객도 없어"···심야버스서 본 세밑

29일 오전 1시 56분, N62 버스 안. 김정연 기자

29일 오전 1시 56분, N62 버스 안. 김정연 기자

 
지난 29일, 오전 1시의 N62 버스 안은 고요했다. 버스기사 유형무(67)씨는 “작년하고 올해하고 경기가 많이 차이가 있나 봐. 다들 한잔씩 먹고 타서 버스도 시끌벅적해야 하는데 올해는 조용하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심야버스 ‘올빼미버스’를 기자가 직접 타봤다. 연말을 맞아 송년회 등으로 술에 취한 승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야간버스 N62번(면목차고지~양천공영차고지) 안에는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대리기사들과 늦은 퇴근을 하는 시민들이 대부분이었다.  
 
"경기가 안 좋긴 한가 봐, 올해는 취해서 타는 사람 유독 없어" 
올빼미버스 노선도.

올빼미버스 노선도.

 
차고지에서 4대씩 출발하는 심야버스는 홍대‧종로 등지 기준으로 오전 4시 넘어까지 운영한다. 기자는 이날 차고지에서 3번째로 출발하는 N62 차량을 탔다. 이 노선은 건대입구~종로~신촌~합정~목동을 거쳐 양천공영차고지를 찍고 회차하는 차량으로, 사람이 가장 많은 노선 중 하나로 꼽힌다.
 
오전 12시 40분 출발한 버스는 건대입구역에서 10여명을 태우며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버스는 새벽 장이 서 있는 동대문역사공원역, 종로 1~3가, 을지로입구, 신촌오거리 등 정류장에서 끊임없이 승객들을 태웠다. 오전 1시 50분쯤 홍대입구역에서 10명이 타면서 차 안은 거의 꽉 찼다가, 주택가가 많은 양천 방면으로 가면서 하나둘씩 사람이 줄었다. 오전 2시 33분, 회차지점에 도착했지만 잠든 승객 3명을 깨우느라 기사 유씨는 35분에서야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었다. 금방 돌아온 유씨는 40분에 다시 차고지를 출발했다. 그는 “경기가 안 좋긴 안 좋은 거 같다. 옛날에는 경기 안 좋아도 연말이면 망년회니 뭐니 취객도 많았는데, 올해는 취해서 타는 사람 유독 없다. 호주머니에 뭐가 있어야 술도 먹지”라며 “취해서 타는 사람이 적긴 한데, 탈 때 봐서 많이 취한 사람은 어디 앉는가 보고 그쪽의 히터를 끄기도 한다”며 웃었다.  
 
심야 버스 N26번 기사인 박찬우(63) 씨가 새벽운행을 하고 있다, 윤상언 기자

심야 버스 N26번 기사인 박찬우(63) 씨가 새벽운행을 하고 있다, 윤상언 기자

 
지난 27일엔 ‘붐비는 노선’으로 꼽히는 N26번을 타봤다. 오전 1시 31분 홍대입구역에서 버스를 타니 이미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기사 박찬우(63)씨는 “사람 많을 때는 문도 못 닫는 수준인데, 이 정도는 사람 없는 편”이라고 했다. 12월 일반 버스 연장운행에, 갑자기 추워진 날씨도 한몫했을 거라고 그는 설명했다.  
 
심야 대리기사의 발... "N버스 없을 땐 불법 셔틀 타다가 많이 죽었어" 
29일 오전 3시 심야 버스 안. 김정연 기자

29일 오전 3시 심야 버스 안. 김정연 기자

 
오전 3시, 버스에 타 있던 17명 중 대리기사가 아닌 사람은 3명뿐이었다. 합정역, 서교동을 지나면서 대리기사들은 대부분 내렸다. N62를 탔던 대리기사 김모(60)씨는 “심야버스 늦은시간엔 거의 80%가 대리기사라고 보면 된다. 종로같은 데서는 만차다”라고 했다. N877 기사 이재신(55)씨는 “대리기사 한 분이 갑자기 콜이 들어와서, 간곡하게 ‘세워줄 수 없냐’고 해서 난감했던 적도 있었다”며 대리기사가 많은 노선의 고충을 전했다.
 
양천 종점까지 N62버스를 타고 간 최재환(60)씨는 “대리운전을 끝내고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는 “낮에는 옷 장사 도와주고, 밤에는 대리한다. 이 버스 생길 때부터 탔다. 일반 버스는 몰라도 심야 버스 노선은 빠삭하게 외운다”며 “강남역 지나는 N61번이 사람이 가장 많고, 그다음이 이 버스다. 종점 가까운데도 사람이 아직 많잖아”라고 설명해줬다.  
 
그는 “심야버스 없을 땐 불법 대리기사 셔틀 타고 다녔는데, 위험하고 보험도 안 되고, 사람들도 여럿 죽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최씨는 “연말이라 콜도 많고 금액도 좀 낫긴 한데, 예전보다 피크타임이 일찍 끝나고 늦게는 콜이 많이 없다”며 “종점에서 N61 타고 집 갈 것”이라고 했다.  
 
독서실‧술집… 자영업자들의 귀가길
오전 1시 30분쯤 을지로입구에서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이에유”하고 인사하며 N62번에 탄 이모(83)씨는 “명동에서 장사하는 며느리 도와주고 목동사거리에 있는 집에 가는 길”이라며 “원래는 탈 때부터 꽉 차서 미어져, 오늘은 자리가 있는 편”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걸 몰랐을 땐 지하철 타고 버스 2번 갈아타고 다녔다. 몰라서 못 타지, 이 차는 정말 빠르고 좋아. 택시 타려고 해도 돈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라며 장점을 늘어놨다.  
운영하는 독서실 문을 2시에 닫고 퇴근한다는 김모(54)씨는 신월동에서 건대입구역까지 간다며 “택시 타면 2만 2000원 넘게 나오는데 버스가 있으니까 훨씬 좋다. 정류장 내려서 5분 걸으면 집”이라고 했다. 동대문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A씨도 “오늘 춥고 장사도 안돼서 빨리 문 닫고 중랑구 집에 가는 길”이라고 전했다.
 
중랑구 신내역 차고지에서 차량을 정리하는 기사 유형무씨. 김정연 기자

중랑구 신내역 차고지에서 차량을 정리하는 기사 유형무씨. 김정연 기자

 
기사 유씨는 “몇 년째 꾸준히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가족 같다. 그 사람들 이거 없으면 다니기 힘들지 않나. 신월시영에서 첫차 타서 시청 내리는 아줌마도 6년째 타고 다닌다”고 알려줬다. N62는 원래 더 붐비는 노선인데, “오늘은 앞에 N26이 먼저 태우고 지나가서 널찍한 편”이라고 했다. 그는 “종로3가 같은 데서는 한 번에 20명, 30명씩도 탄다”며 “내리라고 할 수도 없고, 문에 매달린 분들 사이에서 결론이 날 때까지 기다린다”고 전했다.
 
29일의 심야버스 운행은 오전 4시 35분 면목동 차고지에 도착하면서 끝났다. 기사 유씨는 “노선 생길 때부터 일했는데 올해는 유독 춥다”며 차를 대놓고 “새해 복 많이 받으라” 인사를 전한 뒤 집으로 향했다.  
 
김정연‧윤상언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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