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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인가?

휴전이다. 당장은 싸우지 말자고, 포문을 잠시 닫아 놓은 형국이다. 포성은 없지만 전쟁은 분명 벌어지고 있다. 트럼프는 개방 리스트를 내놓으라고 압력을 가한다. 화웨이 CFO를 체포하기도 했다. 냉전이다. 시진핑이 느낄 압박감은 배가된다. 많은 전문가가 중국은 결국 백기를 들어야 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과연 그럴까?

키신저는 이렇게 본다.  
 
"중국 정치가들은 단 한 차례의 도 아니면 모 식의 충돌 결과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다. 오랜 세월 공을 들여 작전을 전개하는 게 그들의 방식이다. 서양 전통이 결정적인 힘의 충돌을 높게 평가하는 반면, 중국인들은 상대적인 이익을 끈기 있게 쌓아가는 방식이다."
 
서양은 전투를 하지만, 중국은 전쟁을 한다고 그는 말한다. 전투는 힘의 사용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전쟁은 승리를 향해 돌진하지 않고 대신 점진적으로 유리한 부분들을 쌓아간다. 중국의 전략은 항상 멀리 미래를 본다. 미국은 눈앞의 전투를 보지만 말이다.
 
 그레이엄 앨리슨 소장과 그의 저서 Destined for War [출처 중앙포토, 아마존]

그레이엄 앨리슨 소장과 그의 저서 Destined for War [출처 중앙포토, 아마존]

필자의 생각이 아니다. 미국 하버드대학 벨퍼 국제문제연구소의 그레이엄 앨리슨 소장이 최신작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에서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전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한 번의 전투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미·중무역전쟁의 성패를 얘기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얘기다.
 
앨리슨 소장은 미국 국무장관, 국방장관, CIA국장 자문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늘 미국의 대표적인 국가 안보 및 국방 정책 분석가로 꼽힌다. 그가 쓴 책 ‘예정된 전쟁’을 함께 읽어보며 오늘의 미·중 전쟁을 보자. 흥미진진하다. 일독을 권한다.
핵심 키워드는 하나,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다.
'투키디데스'는 신흥 강대국이 등장할 경우 기존 강국과의 전쟁이 불가피하다는 걸 설명하는 용어다. 앨리슨은 2500년 전 터진 펠로폰네소스 전쟁부터 현대 1,2차 세계 대전에 이르기까지의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살핀다. 그런가 하면 영국과 미국의 세력 교체 등 함정을 피했던 사례도 엮었다. 이걸 토대로 오늘의 미국과 중국의 전쟁 가능성을 탐구하는 게 이 책의 큰 흐름이다.
미국과 중국의 전쟁은 필연적인가?
그는 책 내내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앨리슨은 강대국과 신흥 강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지는 이유를 크게 3가지로 봤다.

두려움, 명예, 정치적 이해

신흥 강국이 등장하면, 기존 강국은 두려움을 느낀다. 저들이 우리 누리는 것을 빼앗아갈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이다. 그런 한편 신흥 강국은 커진 자신의 위상에 걸맞은 명예, 존중을 요구한다. 내가 넘버 투로 컸으니 그에 맞는 대우를 해달라는 요구다. 존중에 대한 요구는 도전으로 인식되고, 강대국의 두려움은 증폭돼 국내적으로 정치적 액션을 낳는다. 넘버 투로 떠오른 나라에 대해 강력한 응징을 해야 한다는 정치적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전쟁도, 2차 대전도...대부분의 전쟁은 그렇게 잉태됐다.
 
지금 미국과 중국이 다르지 않을 터다.  
 
중국의 부상은 다 아는 사실이다. 확실한 넘버 투다. 중국은 명예를 회복하기를 원한다. 150년 전 서방 함포에 무릎을 꿇어야 했던 치욕을 씻고 싶어 한다. 시진핑은 ‘과거 화려했던 중화제국을 회복하자’며 ‘중국몽’을 외친다. 기존 강국 미국은 불안하다. GDP의 60%까지 치고 올라오더니 이젠 남중국해를 먹겠다고 달려든다. 일대일로라는 걸 만들어 경제 헤게모니에 도전한다. 2050년에는 모든 면에서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줘야 할 판이라는 두려움이 밀려오기 시작한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미국 정치권에서는 ‘지금 때리지 않으면 자칫 중국에 밀린다’라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들은 지금 트럼프 대통령 뒤에서 중국을 어떻게 하면 주저앉힐 수 있을지 전략을 짜고 있다. 중국 내에서도 미국과의 한판 대결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커진다. 미국은 중국을 고립시키고, 억누르고, 깎아내리고, 내부를 분열시키고, 지도력을 방해하려고 노력하는 존재로 부각될 뿐이다. 앨리슨은 그렇게 전쟁은 시작된다고 말한다.
가장 첨예한 대립의 현장은 남중국해이다.
“2001년 중국 하이난다오 상공에서 미국의 정찰기와 중국의 전투기가 충돌했다. 더 이상 중국 영공 정찰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중국의 메시지였다. 중국 전투기 조종사는 전사했고, 미국 조종사는 강제 불시착 당해야 했다. 조종사는 10일 동안 억류됐고, 전투기는 철저히 분해돼 기술 교본이 됐다. 그 이후 중국은 남중국해의 균형을 바꾸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인공섬을 건설하고, 미사일 포대를 배치해 미국의 군사력을 더 크게 위협하고 있다.”
 
[출처 네이버 지도 캡쳐]

[출처 네이버 지도 캡쳐]

전쟁은 그렇게 더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중국의 방식은? 야금야금이다. 그들은 길게 본다. 앨리슨은 “상대적인 힘이 완벽하게 우세하게 될 때까지 그들은 때로는 후퇴도 하고, 때로는 진격하면서 힘을 비축할 것”이라고 말한다. 앞에서 얘기했듯 미국이 체스를 둔다면, 중국은 바둑을 두는 식이다.  
 
앨리슨의 말을 들어보자.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을 따라잡는 데는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베이징은 워싱턴을 상대로 치명적인 무력을 사용하는데 조심스럽고 신중할 것이다. 대신 중국은 바둑을 두듯 섬이나 바다와 관련된 사실을 점점 바꾸어 나가고, 압도적인 유리함을 쌓아가는 방식으로 최종적인 승리를 거두게 될 것이다. 다음 5년에서 15년 동안 아시아는 미국 패권의 범위가 현저하게 쪼그라드는 모습을 볼 것이다.
그는 사이버 전쟁을 주목한다. 인명 살상을 낳지 않으면서도 상대방에 타격을 가할 수 있어 유력한 공격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성을 활용한 상대방의 군사 네트워크 교란, 인터넷망 침투를 통한 지휘 체계 흔들기 등은 언제든지 국지적으로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작은 충돌도 이젠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
 
[출처 셔터스톡]

[출처 셔터스톡]

남중국해뿐만 아니다. 앨리슨은 충돌의 촉매를 몇 개 더 들었다. 대만의 독립 움직임, 그리고 이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양안(중국-대만 해협)에 포연을 뿌릴 수 있다. 경제적이 충돌 역시 자칫 안보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일이다. 앨리슨이 미·중 충돌의 또 다른 지역으로 꼽은 곳이 바로 한반도다. 북한의 리더십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다면 한반도는 미·중 충돌의 전쟁터로 변할 수도 있다.

전쟁은 필연적인가?아니다. 시나리오일 뿐이다.

앨리슨 역시 전쟁은 피할 수 있다고 했다. 그가 제시한 해결책 중 하나는 ‘나라 안의 도전에 더 집중하라’라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모두 내부적으로 문제가 많은 나라다. 미국은 타락한 민주주의의 실패를, 중국은 초법적인 권위주의의 실패를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앨리슨은 "그 내부 문제 해결에 집중하다 보면 전쟁으로 가지 않고도 자국의 핵심 이익을 지킬 수 있는 수완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을 말하고 있다.
 
그는 미국에 충고한다.
공적 윤리의 약화, 법과 제도의 타락, 집중력 결핍에 빠진 선거권자들...지배 계급의 시민적 책임감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미국은 유럽을 따라 내리막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
중국에 대한 충고는 이렇다.
중앙으로부터의 지나친 통제, 상상력과 창의력을 가로막는 문화적 습성, 법의 지배원리에 따르지 않는 시스템...사적 재산권의 보장 없이 진보를 계속할 수 있을지 중국은 고민해야 한다.
이 전쟁의 성패는 상대적이 힘이 아닌 내부의 모순을 누가 먼저 극복하느냐에 달렸다는 얘기가 가능하다.
 
앨리슨은 책 말미 부분에서 희망을 얘기했다. 양국 지도자들은 두려움과 자존심이 낳은 상황 오판으로 결국 모두의 파멸을 맛봐야 했던 '투키디데스의 역사'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아 보인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자유의 항해’를 계속하고 있고, 중국은 이를 감시하기 위한 정찰 활동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 그들의 구축함은 41m 초근접 충돌 직전까지 왔다.

남중국해에서 우발적인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소름 끼칠 정도로 크다.

앨리슨의 진단이다.
 
차이나랩 한우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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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