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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 겨레에 신년인사”→“종파오물 제거”→“내 책상에 핵 단추”, 내일은?

뉴욕타임스(NYT)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김정은의 달라진 신년사 스타일을 올초 보도했다. NYT는 ’김정은의 스타일 연출은 철저히 계산된 것“이라며 ’김일성의 통통한 풍채와 헤어스타일까지 흉내 내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4년간 인민복을 입었던 김정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양복 차림으로 신년사를 낭독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밝은 회색 옷을 입었다. 외신들은 김정은의 몸무게가 5년 새 40㎏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중앙포토]

뉴욕타임스(NYT)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김정은의 달라진 신년사 스타일을 올초 보도했다. NYT는 ’김정은의 스타일 연출은 철저히 계산된 것“이라며 ’김일성의 통통한 풍채와 헤어스타일까지 흉내 내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4년간 인민복을 입었던 김정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양복 차림으로 신년사를 낭독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밝은 회색 옷을 입었다. 외신들은 김정은의 몸무게가 5년 새 40㎏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중앙포토]

2019년 1월 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 후 7번째 육성 신년사를 발표한다. 김정은은 2012년을 제외한 2013년부터 매년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2012년은 부친인 김정일 사망 직후여서 부친 방식대로 '신년 공동사설'을 신문에 게재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이듬해 본인이 직접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하며 전면에 등장했다. 당시만해도 김정은에 대한 정보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던터라 북한의 '만 29세 최고 권력자'의 모습은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北 신년사 뭐길래  
북한 신년사는 1946년 1월 1일 김일성 주석이 ‘신년을 맞으면서 전국 인민에게 고함'이란 제목으로 연설한 것이 시작이다. 김일성은 생존 마지막 해인 1994년까지 48년간 직접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그러나 후계자 김정일은 육성 연설 대신 '신년 공동사설'을 노동신문·조선인민군·청년전위 등 3개 신문에 싣는 것으로 방식을 바꿨다. 그러다 김정은이 할아버지의 육성 신년사를 19년 만에 부활시킨 것이다.  
북한 신년사 내용은 크게 정치군사, 경제, 사회문화, 대남, 대외 분야로 구성된다. 당과 주민 결속을 다지는 '국내용' 메시지가 신년사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대남, 대외 분야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진 않지만 중요한 대남 제의가 제시되는 만큼 우리 정부와 국제사회는 매년 북한 신년사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6년간 김정은 신년사의 주요 특징을 통일연구원이 발표한 분석을 토대로 살펴봤다.
남녘겨레들과 (중략) 외국의 벗들에게 새해 인사를 보낸다” [2013년]
김정은은 신년사 모두에 이렇게 인사했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이런 식의 인사말을 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다. '은둔의 지도자'였던 아버지와 달리 직접 나서 육성 연설한 것부터가 북한이 '정상국가'라는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일환으로 해석됐다. 대내적으로는 김일성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켜 정권 안정을 도모하려는 통치 포석으로 평가됐다. 
신년사 연설을 위해 평양 노동당 청사 회의장에 등장한 김정은은 검정색 인민복 차림이었다. 머리스타일과 육중한 체구도 할아버지 김일성을 연상시켰다. 한껏 김일성을 모방했지만 김정은은 첫 육성 연설에서 어린 티를 벗지 못했다. 긴장한 표정으로 처음 몇 문장은 카메라를 보며 읽더니 곧장 머리를 숙인 채 연설문만 쳐다봤다. 몸을 좌우로 흔드는 등 어수선한 모습도 보였다. 25분간 TV방송 연설에 20차례 넘는 박수가 쏟아졌지만 박수치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박수 때마다 노동당 청사의 모습이 방영됐다. 연설을 미리 녹화한 뒤 사이사이 박수 효과음을 삽입한 것이었다.  
김정은 신년사를 보도 있는 평양 주민들. [조선중앙TV 캡처]

김정은 신년사를 보도 있는 평양 주민들. [조선중앙TV 캡처]

당안에 배겨있던 종파오물을 제거하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였다” [2014년]
2013년 12월 12일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김정은은 2014년 신년사에서 장성택 숙청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숙청 여파가 남아있던 만큼 신년사 내용은 내부 추스리기와 안정에 방점이 찍혔다. 새로운 정책 변화를 제시하지 않는 대신 "이색적 사상과 퇴폐적인 풍조 쓸어버리기" 등 '사상교양'을 강조했다. 대남 및 대외 정책에서도 자극적 표현을 삼가는 등 북한이 수세적인 상황에 처해있다는 걸 암시했다. 
2013년 12월 재판 당시 장성택 모습. [노동신문 캡처]

2013년 12월 재판 당시 장성택 모습. [노동신문 캡처]

2014년 신년사는 집권 3년차에 접어든 김정은의 '홀로서기' 신년사로도 평가된다. 김일성, 김정일을 언급하는 내용이 현저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2012년 65회에서 2013년 26회, 2014년엔 8회에 그쳤다.  
또 특기할 만한 점으론 TV연설 27분 중 3분 정도만 김정은 얼굴이 공개되고, 나머지 24분은 노동당 청사 화면을 내보냈다. 장성택 숙청 후 김정은의 정돈 안 된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2014년 새해 신년사를 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TV 캡처]

2014년 새해 신년사를 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TV 캡처]

(남북)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 [2015년]
대남 및 대외 분야에 대해 이례적으로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김정은이 "최고위급 회담"을 언급한 것도 처음이었다. "고위급 접촉도 재개할 수 있고 부분별 회담도 할 수 있다"며 대남 대화 공세를 폈다. 신년사 전체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비중이 20%를 차지했고 '통일'이란 단어도 18차례 언급됐다. 하지만 대화 재개를 위해 "대규모 전쟁연습 중단" "체제 대결 중단" 등의 전제조건을 달아 여지를 남겼다. (경제건설과 핵 무력 건설의) 병진노선을 지속 추구하겠다고도 했다. 북한이 기본입장을 고수하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탐색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5년 신년사. [노동신문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15년 신년사. [노동신문 캡처]

최고위급 회담이란 파격적 제안만큼 연설 태도는 자신감이 넘쳤다. TV연설 29분간 불안한 모습은 없었다. 김정은은 비교적 뚜렷한 발음에 억양을 넣어가며 자신감있게 원고를 읽었다. 
인민생활문제가 천만가지 국사 가운데 제일 국사” [2016년]
국가정책 최우선 순위로 인민생활 향상을 들었다. 김정일 사망 후 3년간의 유훈통치와 후계체계 안정화 기간을 마무리하고 '자기 정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신년사 상당 부분이 경제 발전에 할애됐다.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마주 앉아 민족 문제, 통일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것"이라며 여전히 남북관계 개선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도 강조했다. 하지만 동시에 외세 간섭을 배격하고 우리 민족끼리의 이념에 따라 통일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해 한계를 보였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6년 신년사. 사각뿔테 안경을 처음 쓰고 나왔다. [노동신문 캡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2016년 신년사. 사각뿔테 안경을 처음 쓰고 나왔다. [노동신문 캡처]

김정은은 TV연설에 처음 안경을 착용하고 나왔다. 검정색 사각뿔테로 김일성의 마지막 신년사 발표 때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적이고 분석적인 이미지를 보이려했단 해석도 나왔다. 또 신년사를 오전이 아닌 낮 12시30분에 방송했다. 아침보다 점심 때 방영해 더 많은 주민에게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란 평가였다.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 [2017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7년 1월 1일 신년사를 하고 있다. [노동신문 캡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7년 1월 1일 신년사를 하고 있다. [노동신문 캡처]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이례적으로 '나는'이란 1인칭을 쓰며 자신의 소회를 감정적으로 밝힌 부분이다. 더 나아가 한층 몸을 낮춰 "인민의 참된 충복, 심부름군이 될 것을 엄숙히 맹약"한다고 말했다. 직전 해부터 주민들을 '전투'로 동원하고 수해를 겪는 등 주민들의 피로도가 높았던 만큼 애민 지도자상을 연출하기 위한 계획된 프로파간다일 거란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 신년사 소개 때 호칭도 이전의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 에서 '경애하는 김정은 최고영도자'로 바뀌었다. 김정일 사망 5주기인 2016년 12월 17일 이후 김정은 호칭을 최고영도자로 통일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TV연설에서도 프롬프트를 보며 안정적인 모습을 연출했으며 인민복에서 양복으로 바뀐 부분도 달라진 모습이다. 
핵 단추가 내 사무실 책상 위에 있다” [2018년]
김정은은 2017년 최대성과로 '국가핵무력의 역사적 대업 성취'를 강조하며 핵무력 완성을 내세웠다. 특히 "핵단추 책상 위" 발언은 미국과 대등한 '균형'을 이뤘음을 선언했단 평가였다. 동시에 핵무력 완성을 명분 삼아 우리 정부에 적극적인 화해 제스처를 보였다. 평창동계올림픽에 북 대표단을 파견하고 남북 당국 만남을 제의한 것. 미국에 대한 비난도 적절한 수준으로 자제해 향후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시사했다. 핵무력 완성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대북제재·압박 일변도의 국면을 전환하고 정세를 주도하려는 포석이란 해석이 나왔다. 실제 2018년은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에 북미 정상회담까지 열리는 등 한반도 정세가 급진전했다.
2018년 육성 신년사를 발표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은회색 양복 깃에 김일성·김정일 배지가 보이지 않는다. [노동신문 캡처]

2018년 육성 신년사를 발표하는 김정은 위원장의 은회색 양복 깃에 김일성·김정일 배지가 보이지 않는다. [노동신문 캡처]

TV연설에서도 이미지 연출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평가됐다. 기존 어두운 색의 인민복에서 부드러운 톤의 회색 양복으로 바뀐 건 핵무력 완성 이후의 여유로움과 평화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2019년 신년사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협상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내년 신년사에서 새로운 비핵화 메시지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미협상 교착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내년 신년사에서 새로운 비핵화 메시지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연합뉴스]

지난 상반기까지 남북관계가 급진전을 이뤘지만 북미 정상회담 이후 6개월 가까이 교착 국면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보다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내놓으라는 미국과 선(先) 대북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북한의 입장이 부딪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김정은의 내년 신년사에 어느 때보다 전 세계 이목이 쏠려 있다. 대북 제재 완화를 얻어내기 위해 미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거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김정은이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를 내놓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경제발전이 간절한 북한으로선 비핵화 협상 자체를 되돌리진 못할 것"이라며 "비핵화 협상을 지속하겠단 뜻을 밝히면서도 대북 제재를 완화하란 조건을 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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