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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교직원 죽음 부른 국민신문고…‘신원 감추기’ 작동 안했다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렸다가 신원이 드러난 교직원이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국민신문고 시스템 자체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국민신문고를 운영하는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국민신문고 시스템에는 개인정보 보호 기능이 있다. 공공기관별 국민신문고 담당 직원 주의만으로는 개인정보를 완벽하게 보호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권익위가 지난해 초 도입한 기능이다. 이 기능의 핵심은 각 공공기관의 국민신문고 담당자가 자신의 기관에 들어온 민원 내용을 인쇄할 때 민원인의 개인정보까지 담을 것인지 묻는 것이다. 담당자의 부주의로 개인정보가 노출되는 것을 예방하려는 차원에서다.
 
실제 각 기관 담당자가 국민신문고 시스템에서 민원 내용을 출력하려고 ‘인쇄’를 누르면 ‘개인정보를 제외하고 출력하시겠습니까’라는 문구가 뜬다. 지난해 초까지 없었던 개인정보 안전장치다. 각 담당자는 꼭 필요할 때만 개인정보를 담아 민원 내용을 인쇄할 수 있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이 문구가 뜨지 않고 곧장 개인정보를 담은 민원 내용이 인쇄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광주교육청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교육청 8곳에 확인한 결과 “인쇄 전 개인정보를 제외할 것인지 묻는 창이 뜨지 않았다”는 답변이 있었다.  
 
개인정보가 경우에 따라 포함되는 문제 는 국민신문고 시스템 내 어느 메뉴에서 인쇄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민원 접수 처리’에 들어가서 인쇄하면 개인정보 차단 기능이 작동했지만, ‘민원 관리’에서 인쇄하면 그렇지 않았다. 기자가 취재한 공공기관별 국민신문고 담당자 대다수가 이를 알지 못했다. 결국 불필요하게 개인정보를 담은 민원서류가 인쇄돼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주요 행정기관, 사법부 등 공공기관과 연결된 국민신문고는 대표적인 민원 신청·처리 시스템이다. 2015년 190만여 건, 2016년 230만여 건, 지난해 310만여 건 등 민원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됐다. 민원법에 따라 민원인은 국민신문고에 글을 남길 때 원하지 않더라도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남겨야 한다.
 
그러나 국민신문고를 운영하는 권익위 측은 중앙일보 취재가 시작될 때까지 시스템상 개인정보 유출 오류를 파악하지 못했다. 익명을 요청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권익위가 만든 시스템에서 업무를 위해 의도하지 않게, 개인정보가 담긴 민원서류를 인쇄해 상급기관 등 요구에 따라 업무차 보냈다면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시스템 오류에 대해 “개선하겠다”고 했다.
 
전남 장성의 한 고교에서 일하며 교감 승진을 앞둔 교사에 대한 주변의 부정적인 평가 등 비판 글을 국민신문고에 올린 뒤 개인정보가 노출돼 지난 3일 목숨을 끊은 교무행정사 A씨(29·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도 국민신문고 시스템 오류와 이번 사건의 연관성을 수사 중이다. 이번 사건은 A씨의 국민신문고 글 이후 승진에서 탈락한 교사가 교육부 교원 소청심사위원회에 근거를 요청하면서 불거졌다.  
 
광주광역시=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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