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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환자 찾아 치료하고 가족 부담 덜고’ 치매안심센터 가보니

 “어르신들, 소나무로 동그라미 다 만드셨나요. 자, 이제 여기에 빨간 포인세티아 잎을 붙여서 예쁘게 꾸며볼게요. 접착제를 살짝 찍은 다음에…누구 마음대로 배치하면 될까요?”
 
“내 맘대로!” “하하하”
 
지난 24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단원치매안심센터에선 이 동네 치매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한 원예 수업이 한창이었다. 이날은 크리스마스를 맞아 집안에 걸어두는 리스(벽걸이 장식품)를 만드는 수업이 진행됐다. 24명의 참가자들은 부지런히 손을 놀리랴, 강사의 농담에 웃음을 터트리랴 바빴다. 치매 환자인 박모(80)씨는 “참 재미있다”며 활짝 웃었다. 가족 없이 홀로 사는 박씨는 얼마전 치매 진단을 받았다. 그는 “가슴이 답답하고 막막했는데, 여기 오면 마음이 놓인다”라고 말했다.  
 
24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치매안심센터에서 경증 치매환자들과 가족들이 강사의 지도에 따라 크리스마스 소품을 만들고 있다. 장진영 기자

24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치매안심센터에서 경증 치매환자들과 가족들이 강사의 지도에 따라 크리스마스 소품을 만들고 있다. 장진영 기자

바로 옆 ‘인지 강화 교실’에선 16명의 노인들이 화투 그림에 색칠을 하고 있었다. 평소 잘 쓰지 않는 근육을 사용하는 치매예방체조와 숯을 이용한 자연가습기 만들기가 이어졌다. 치매는 아니지만 만 75세 이상인 고위험군, 독거노인 등을 위한 치매 예방 수업이다. 장모(70ㆍ여)씨는 지난 8월 동네 노인복지관을 찾은 치매안심센터 사회복지사의 권유로 선별검사를 받은 결과 ‘고위험군’으로 진단받았다. 이후 매주 한번 이곳을 찾는다. 장씨는 “다른 병은 몰라도 치매에는 걸리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예방 수업인 '인지 강화 교실'에 참여한 노인들이 화투 그림에 색칠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지난 24일 경기도 안산시 단원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예방 수업인 '인지 강화 교실'에 참여한 노인들이 화투 그림에 색칠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지난 3월 문을 연 단원 치매안심센터는 하루 50여명의 지역 주민이 찾는다. 센터장을 겸직하는 보건소장을 비롯, 간호사ㆍ사회복지사ㆍ작업치료사 등 직원 16명이 근무한다. 동네 신경과ㆍ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3명이 협력의사(촉탁의)로 주 1회 8시간씩 근무한다.    
 
치매안심센터는 문재인 정부 국정 과제인 ‘치매 국가책임제’의 손ㆍ발 역할을 하는 곳이다.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채 가정에 숨어있는 환자를 발굴하고, 치매 환자들을 진단ㆍ검사해 병의 깊이에 따라 알맞은 서비스로 연계하는 원스톱 포털 역할을 한다. 센터에 등록하면 가장 먼저 치매 여부를 진단하고, 상태에 맞춰 전문의가 상담하고 노인복지관, 주간보호센터 등 지역 사회 시설이나 서비스로 연계한다. 연계 전까지 최대 6개월간 센터 내에서 인지재활프로그램, 치매예방프로그램, 치매 가족을 위한 교육 등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환자 부담금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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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166만명이 전국의 치매안심센터를 이용했다. 치매 환자를 발견하기 위한 선별 검사 148만건, 정밀 진단검사 9만건이 이뤄졌다. 또 전체 치매 환자 수 중 센터에 등록된 치매환자 비율은 44.6%에 달한다. 조충현 복지부 치매정책과장은 “치매 환자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기반이 마련돼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앙치매센터가 치매안심센터를 이용한 환자, 가족, 정상 노인 등 2099명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했더니 100점 만점에 88.7점이 나왔다. 치매 환자들은 매일 3시간씩 운영되는 쉼터 교실에 가장 높은 점수(90.7점)를 줬다. 가족들은 환자를 맡겨두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쉴 수 있는 힐링프로그램(91.4점)을 높게 평가했다.  
 
김기웅 중앙치매센터장(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는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생산가능인구 감소 폭이 굉장히 크다. 지금은 생산가능인구 50명이 치매 환자 1명을 부양한다면, 30년 뒤엔 8명이 일해 환자 치매 환자 1명을 돌보게 된다”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치매 환자를 가족에게만 맡겨두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돌보는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강사를 따라 치매예방체조를 하는 노인들 [장진영 기자]

강사를 따라 치매예방체조를 하는 노인들 [장진영 기자]

이모(80)씨는 3개월 전 단원 센터에서 치매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졌다. 어디를 가려고 차를 몰고 나왔는데 아파트 정문 빠져나오면서 ‘어디 가려고 나왔지?’ 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센터에 왔는데 초기 치매였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진단 이후 매일 3시간씩 ‘쉼터 교실’에 참여했다. 종이접기, 그림 기억하기 게임, 색칠공부, 말놀이 등 인지 능력을 강화시켜주는 수업이다. 그는 “치매 약을 먹고, 수업을 들으면서 깜빡하는 증상이 많이 나아졌다”고 말했다. 그의 딸(58)은 “가족 교육을 받으면서 아버지 병에 대해 이해하게 됐다”라며 “철에 안 맞는 옷을 고집한다거나, 안내던 화를 벌컥 낸다거나 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체 왜 저러실까 싶었는데 알고보니 치매의 전형적인 행동이었다”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치매 환자 이명훈(79)씨와 부인 최순옥(69)씨는 센터 협력의사인 이지영 신경과 전문의에게 상담을 받았다. 이씨는 치매 진단을 받은지 5년여 지났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은 채 집에서만 지냈다. 남편 상태가 점점 악화돼 부인 혼자 감당하기 힘들어지자 센터를 찾았다. 최씨는 전문의 권유에 따라 내년 1월부터 하루 3시간씩 남편을 센터의 쉼터 프로그램에 보내기로 했다. 최씨는 “남편만 집에 혼자 두고 일하러 나가면 늘 마음이 불안했다. 여기서 나중에 도움받을 곳 연결까지 해준다고 해서 한시름 덜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연말까지 전국 256곳에 이런 치매안심센터를 문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단원센터처럼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아직 50곳 정도다. 대부분 기존 보건소에 치매센터 기능을 더해 부분적으로 운영한다. 현재 쉼터 교실(환자 대상)는 전국 201곳에서 운영 중이고, 치매예방교실은 242곳, 가족교실은 228곳 운영 되고 있다. 복지부 조충현 과장은 “내년에는 올해보다 1052억원 늘어난 2087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센터가 자리잡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그렇게되면 모든 지역에서 단원 센터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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