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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우의 공감의 과학] 위험사회 대비한 법률과 제도

최성우 과학평론가

최성우 과학평론가

연말이 가까워지던 최근 각종 사고와 재난들이 잇달아 발생해 왔다. 특히 지난달에 발생한 KT 통신구 화재사고는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비 벡이 주장했던 ‘위험사회’를 실감하게 하는 경종을 울렸을 뿐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과제와 교훈을 남겨주었다. 유사한 사고와 재난이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법률과 제도의 측면에서도 깊이 검토하고 정비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
 
이 사고와 관련해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통신 장애에 의한 카드 결제 불능으로 금전적 손해를 본 식당과 가게 등 주변 상인들의 피해보상 문제이다. 현행 우리 민법과 판례에 의하면 간접피해 즉 특별한 손해의 경우 ‘채무자(가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 한하여’ 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과연 예상 가능한 손해인지 아닌지, 또는 이러한 특별손해 배상책임을 적용할 수 있는 경우인지 등이 법률적으로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공감의 과학 12/31

공감의 과학 12/31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사고와 피해가 발생하였을 경우, 정확한 원인과 책임이 어느 쪽에 있는가 하는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법률적 관건이 바로 ‘누가’ 입증해야만 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입증 책임은 피해자에게 있는 것이 기본 원칙이지만, 이른바 차량 급발진 사고 등에서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어왔다. 자율주행차량과 사물인터넷이 널리 대중화될 미래에, 원인파악이 무척 어려운 사고로 인하여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도 기술에 문외한인 소비자가 입증 책임을 지라는 게 과연 합당한 일일까?
 
꼭 제4차 산업혁명에 따른 초연결사회까지 가지 않더라도, 첨단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위험사회의 우려 역시 증폭될 수밖에 없다. 각종 위험을 사전에 원천적으로 봉쇄할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위험사회에 대비한 법률과 제도를 합리적으로 정비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한 일일 것이다. 21세기 시작을 전후한 즈음 인터넷의 대중화에 따라, 예전의 특허제도·저작권법 등 각종 지적재산권 관련 법률과 규범을 적지 않게 손보아야 했던 경험을 잘 기억하고 참고해야 한다. 또한 행정가와 법률가들 역시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과학기술적 소양을 반드시 갖추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최성우 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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