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노트북을 열며] 응답하라 2019

박태희 산업2팀 기자

박태희 산업2팀 기자

앵커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정부가 오늘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기로 했습니다. 경제 우등생 한국의 신화를 뒤로한 채 사실상 국가 부도를 인정하고, 이제 국제기관의 품 안에서 회생을 도모해야 하는 뼈아픈 처지가 됐습니다.”
 
1997년 11월 21일 오후 9시 지상파 뉴스는 그즈음 연일 들려오던 기업 줄도산 소식의 정점을 찍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적어도 경제 분야에서는 항복을 선언한 그해를 우리는 지금 ‘경제 국치의 해’로 기억한다.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을 보면서, 20년쯤 뒤 우리는 2018년을 어떤 해로 기억할까 문득 궁금증이 일었다. 경제 전문가 몇 분에게 물어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28일 통화에서 “정책 충격의 해”라고 표현했다. 그는 “현재 실물 위기는 97년만큼이나 심각하다”며 “그나마 핵심 금융기관이 버텨줘 실물 충격이 금융으로 번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97년 위기는 급작스레 다가왔으나 올해 위기는 다르다. 노동비용이라는 근원적 문제에서 비롯됐기 때문에 천천히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지난 29일 통화에서 보다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경제 자살골의 해”라고 했다. 그는 “70년대 석유파동, 97년 외환위기, 2008년 경제난처럼 한국 경제에 큰 충격과 부담을 줬던 일들은 주기적으로 있었지만 주 원인이 외부에서 비롯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올해 갑자기 닥친 경제난은 내부적 요인이 크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경험해 보지 못한 위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소득 수준이 올라가면 제조업 인건비 부담이 커지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라며 “(이를 극복하려면) 제조업은 ICT와 결합해 신산업을 만들어내고, 일자리 80%를 책임지는 서비스업은 산업화해야 하는데 우리는 둘 다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명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한 한 연구원은 “진보정권이 경제를 정치화·이념화하면서 시장과 전쟁을 벌이다 참패한 해”라는 다소 긴 진단을 내놨다. 그러면서 “시장의 단점은 은근히, 꾸준히 보완해야지 과격하게 손보려 하면 부작용만 커진다는 게 올해 얻은 교훈”이라고 말했다.
 
한 장 남은 달력마저 떼고 나면 기해년(己亥年) 새 아침이 우리를 맞는다. 그냥 새해도 아니고 황금돼지의 해란다. 1년 뒤 이맘때쯤 우리는 가는 해를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 경제에 다시 활기가 돌고 일자리가 늘어나기 시작한 해로 기억될 수 있을까. 2001년 8월 23일 오후 9시, 지상파 뉴스 앵커는 밝은 목소리로 이렇게 전했다. “IMF 관리체제를 조기 졸업하게 됐습니다. 정부가 오늘 마지막 남은 빚 1억4000만 달러를 갚았습니다….” 우리에겐 숱한 경제 위기를 극복해 온 DNA가 있다.
 
박태희 산업2팀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