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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불필요한 사람이 혜택 ‘전기료 보장공제’ 역설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취지에 맞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수능은 암기력이 아니라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인데 국어 31번 문제는 물리 지식을 달달 외우지 못하면 전공자도 맞히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이번 수능 논란을 지켜보면서 ‘주택용 전기요금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라는 제도를 떠올렸다. 생활에 필수적인 전기사용량을 보장하는 게 그 목적인데, 월 전기사용량이 200㎾h 이하인 가구의 전기요금을 최대 4000원까지 할인해 준다.
 
이 제도는 2016년 누진제를 기존 6단계에서 3단계로 축소하면서 1단계 구간의 사용자 부담이 이전보다 커진 것을 고려한 보완책으로 시행됐다. 그 당시에는 사회적으로 배려가 필요한 가구의 요금을 줄여준다는 명분도 있었다.
 
필수사용량 보장공제는 “전기사용량이 적으면 소득이 적다”라는 인식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건 사회 현상을 좀 단순하게 생각한 것 같다. 전기사용량을 결정짓는 요소는 다양하고 복합적이지만, 특히 ‘소득’보다는 ‘가구원 수’가 그 핵심이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대로 전기사용량이 적은 모든 가구의 전기요금을 일괄적으로 할인해주다 보면 자꾸 엉뚱한 결과가 나온다. 도움이 절실한 소외계층보다는 소득이 평균 이상인데도 단순히 가구원 수가 적어 전기사용량이 적은 일반 가구에 그 혜택이 집중되는 것이다. 실제로 2017년의 필수사용량 보장공제 대상자인 892만 가구 중 사회복지시설이나 생명유지 장치가 있는 가구, 다자녀, 대가족 등 도움이 절실한 계층은 2%도 채 안 되는 16만 가구에 불과했다. 바꿔 말하면 98%에 해당하는 876만 일반 가구가 제도의 취지에 안 맞는데도 전기요금을 할인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1인·2인 가구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인구통계를 보면 2인 이하 가구 수는 2000년 495만 가구에서 2017년 1088만 가구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는 전체 가구의 55%에 해당한다. 지금의 증가 추세대로라면 2인 이하 가구 수는 구조적으로 계속 늘 수밖에 없다.
 
한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필수사용량 보장공제의 할인 총액은 연간 총 3954억원이다. 주택용 절전, 신재생에너지, 전통시장, 초중고교 유치원 지원 등의 특례할인액을 모두 합친 금액의 70% 수준이다. 개인적으로는 4000원의 할인이 얼마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게 계속 유지되면 언젠가 국가 차원의 큰 부담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 자명하다. 더 심각한 건 이런 식으로 재원이 계속 낭비되면 배려가 꼭 필요한 사람들이 에너지복지의 대상자가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필수사용량 보장공제가 제 기능을 다 하고 있는지 유관기관과 전문가들이 모여 신중하게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역기능이 많다면 최대한 빨리 조정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제도의 시행목적과 취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면서 지금보다 나은 지원 정책과 제도가 없는지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박광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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