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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낳으려 줄서던 제일병원, 저출산 직격탄에 폐업 수순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제일병원 신생아실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제일병원 신생아실 모습. [연합뉴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출산 전문 여성병원인 제일병원이 폐업 위기를 맞고 있다. 최근 이 병원은 입원실 폐쇄 후에도 유지해왔던 외래진료마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공식화했다.
 
제일병원은 최근 환자들에게 “병원 사정으로 인해 당분간 진료 및 검사가 정상적으로 운영이 불가능하오니 이점 양해 부탁드린다”며 “전원의뢰서 및 재증명 서류가 필요하신 고객님께서는 내원해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또한 병원 홈페이지에도 같은 내용의 안내문을 게시하고 있다.  
 
문자를 받고 문의한 한 환자에게는 병원을 옮기는 것에 대해 의뢰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예약을 했더라도 방문하지 말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일병원은 지난달 입원실과 분만실을 폐쇄한 뒤 외래진료만 보고 있었다. 이제는 모든 진료와 검사를 당분간 중단한다고 홈페이지와 안내문자를 통해 공식화한 것이다. 이로 인해 병원이 개원 55년 만에 폐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다.
진료 중단을 공지한 제일병원의 홈페이지 안내문.[사진 제일병원 홈페이지 캡처]

진료 중단을 공지한 제일병원의 홈페이지 안내문.[사진 제일병원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최근 안내문자를 받은 환자들이 진료기록을 떼거나 병원을 옮기기 위해 분주해지고 있다. 출산 관련 카페에선 “28일 충무로 제일병원 진료 안 한다고 문자 왔다. 정밀 검사 일주일 앞두고 무슨 일이냐” “냉동된 난자는 어떻게 하느냐”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아직 제일병원 내부에서 공식적인 폐원 공지 등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제일병원은 저출산 여파에 오랜 기간 경영난에 시달려왔다. 제일병원의 분만 건수는 2014년 5490건, 2015년 5294건, 2016년 4496건으로 매년 줄고 있다.
  
의료계에선 병원 측이 이런 저출산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여성전문 병원이지만 일찌감치 난임 분야를 개척해 수익성을 높인 차병원과 달리 제일병원은 저출산으로 분만 건수가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1970~80년대처럼 분만 위주의 운영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영진과 노조의 갈등까지 더해지며 상황은 더 악화한 상황이다. 지난 6월에는 노조가 임금 삭감을 거부하며 전면 파업을 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간호사들이 대거 휴직하거나 사직했다. 6월에 취임한 신임 병원장마저 한 달도 채우지 못하고 사퇴해 현재 병원장은 공석 상태다.
 
경영난이 지속한 가운데 추진했던 매각도 지지부진하다. 경영진이 벌인 병원 매각 협상은 계속 지연되면서 올해를 넘기게 됐다. 현재 제일병원 소속 일반 직원은 물론 의사들에게도 임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 협상에 뚜렷한 진전이 없고, 경영 정상화 기대감마저 꺾이면서 직원들은 물론 의료진도 대거 퇴사를 하는 중이다.
 
최근 퇴사한 제일병원 관계자는 “올해 안에 인수 협상 등에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속해서 미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로 인해 많은 직원이 이미 그만뒀거나 퇴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어떻게 정리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지만 미래를 담보할 수 없어 병원을 떠나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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